“폭우에 도로파괴…” 北 수해 예년보다 심각?

지난달 말 한반도를 강타한 태풍 ‘메아리’에 이어 보름 넘게 계속되는 장마의 영향으로 북한에 대규모 비 피해가 우려되는 가운데 북한 수해 문제가 남북관계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해 남한의 수해물자 지원 결정이 북한의 대승호 나포 선원 귀환과 이산가족상봉 행사 호응으로 이어졌던 경험에 비춰봤을 때 올해도 이같은 상황이 재연될 수도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당시 북한의 천안함 폭침과 그에 따른 5·24 대북조치로 남북관계의 긴장 국면이 고조 됐었다는 점에서 북한 수해에 따른 인도지원 등은 남북간 대화 재개의 물꼬를 만드는 계기로 활용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더군다나 올해 북한의 수해 상황이 예년보다 심각할 것이라는 전망이 벌써부터 제기되고 있다. 금주 장마전선의 영향으로 북한에도 연일 물폭탄이 쏟아지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14일 북한 대부분 지역에 비가 내리고, 황해도와 함경남도를 중심으로 시간당 30∼50㎜의 많은 비를 뿌릴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지역에는 200㎜ 이상의 폭우가 내리는 곳도 있다.


조선중앙방송등 대내 매체에 따르면 전날인 13일에도 황해북도, 함경남도 등지에 곳에 따라 300㎜의 비가 내리는 곳도 있었다. 특히 조선중앙TV도 이날 ‘장마철 국토관리사업에 적극 참가하자’는 보도를 통해 강가제방, 도로수축 및 도랑설치, 강하천 정리와 사방야계공사에 대한 주의를 내리고 있다.  


북한 매체들은 앞서 지난달 26일부터 29일까지 영향을 미친 태풍 ‘메아리’로 인해 인명과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북한이 태풍 피해를 입은 지 보름 만에 구체적인 피해 상황을 전했다는 점에서 북한이 수해 문제를 매개로 한 국제사회와 남한의 지원 재개에 기대감을 갖고 있는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도 북한 내부에 태풍으로 인해 큰 피해가 발생했다는 소식이 속속 들려오고 있다. 평양의 한 소식통은 15일 ‘데일리NK’에 “태풍으로 인해 가로수로 심어놓은 뽀쁘라(포플러) 나무가 뿌리채 넘어져 도로가 다 파괴됐다”며 “그에 따른 영향으로 무궤도 전차도 한 동안 다니지 못해 사람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고 말했다.


그는 “산사태나 나무에 깔려 집이 부서지는 일도 종종 있다고 한다”며 “농작물 피해도 심각하다. 농작물이 얼 정도는 아니지만 난방시설이 없어서 피해를 봤을 것”이라고 전했다.


북한의 보도 등에 정부는 아직까지는 관망하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북한은 태풍 ‘곤파스’와 장마 등으로 비 피해가 커지자 평양 주재 유엔 대표부에 긴급 구호를 요청했고, 우리 정부는 이틀 후에 대한적십자사를 통해 구호물자 지원 의사를 전달했었다.


이후 쌀 5천t을 포함한 100억원 상당의 수해물자를 육로를 통해 개성지역에 전달했고, 신의주 지역에 대해서는 중국 단둥을 거쳐 지원한 바 있다. 하지만 지원 물자 전달 막바지에 연평도 포격이 발생해 지원이 전면 중단됐다.


또한 최근들어 금강산 재산 문제 등에서도 남북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는 등 남북관계 돌파구가 마련되지는 못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해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사태로 불안한 정세가 조성됐지만 거기에 머물러 있을 수는 없다”고 말한 것과 같이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위한 정부 차원의 노력이 강구되고 있다.


이에 따라 북한이 수해를 이유로 들어 국제사회에 도움을 요청을 할 경우 인도적 지원과 결부한 우리 정부의 적극적인 제안도 예상해 볼 수 있다.


북한에 대한 수해 지원은 추석 계기 이산가족상봉행사 등 하반기 남북 협력 분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정부 안팎에서는 내년 3월 핵안보정상회의에 이어 총선·대선 등 중요 선거를 앞두고 북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