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국경 지역의 중국산 휴대전화 사용자들을 모조리 잡아들이고 있는 가운데, 이로 인해 벌어진 양강도 김형직군 혁명사적지 보위대원 가정의 비극적인 사건이 주변의 안타까움을 자아낸 것으로 전해졌다.
양강도 소식통은 23일 데일리NK에 “수령님(김일성) 서거일(7월 8일)을 앞두고 포평사적지 동상 보위대원인 41살 김 씨가 중국산 손전화기(휴대전화) 사용으로 단련대에 들어간 아내와 가정을 돌보며 힘겹게 일하다 동상 보초에 늦어 문제시되던 중 끝내 아내가 사망하면서 주변의 안타까움을 샀다”며 “서거일과 관련해 아내의 발인까지 늦어지면서 온 동네가 눈물바다가 됐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김 씨의 아내는 지난 5월 중국산 휴대전화를 사용해 탈북민들의 돈을 받아 준 것으로 노동단련대 처벌을 받았다. 앞서 그는 “중국산 손전화기(휴대전화)를 사용자는 자수하면 살려주겠다”는 보위부의 회유에 넘어가 자수했으나, 보위부는 “교화를 가도 성에 차지 않는 죄를 지었는데 당 정책을 고맙게 생각하라”면서 6개월 노동단련대 처벌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김 씨는 그간 결핵환자인 아내의 옥바라지를 하고 집에 있는 자식들까지 돌보는 등 갖은 고생을 다 해왔다는 전언이다. 김 씨는 단련대에서 힘겨운 노동에 시달리고 있는 아내의 건강 상태를 살피기 위해 매일같이 면회를 다녀왔는데, 하루는 동상 보초 교대근무 시간에 지각하면서 문제가 벌어졌다.
소식통은 “남편 김 씨는 아내가 영양이 딸리고 잘 먹지 못하면 병이 심해질 수 있다는 것을 알고 매일 음식을 싸 들고 단련대에 갔다가 이날 아내가 위급한 것을 알고 약까지 주고 오느라 동상 경비에 10분 늦어 크게 문제시됐다”고 했다.
김 씨는 이미 사적지 당위원회에 “아픈 아내가 아직 넉 달을 더 단련대에서 견뎌야 하는 처지라 그동안 아내를 좀 돌볼 수 있게 해달라”고 이야기도 했고 지각한 뒤에도 사적지 당위원회에 찾아가 사정을 호소하며 한 번만 용서해달라고 빌었지만, 당위원회에서는 이를 들어주기는커녕 비난과 욕설을 퍼부었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그렇게 김 씨가 문제시되던 중 병과 싸우며 고된 노동에 시달리던 아내는 결국 단련대에서 숨을 거두고 말았다. 아내가 사망한 날이 6일이라 8일에는 발인해야 했으나 그날이 하필 김일성 사망 애도 날짜여서 어쩔 수 없이 하루를 더 지새우고 9일에야 발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아내가 단련대에서 죽은 뒤에 자식을 안고 우는 김 씨의 모습을 보며 동네 주민들도 다 같이 말없이 눈물을 흘렸다”면서 “더욱이 주민들은 국경연선에서는 밀수나 전화로 돈을 이관받아 살 수밖에 없는 구조인데 지금 그것으로 많은 이들이 붙잡혀가고 있다면서 안타까움을 드러내기도 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