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 지식검색 北옹호글 ‘수두룩’…사실관계 뒷전

“제가 알기론, 미루나무가 비무장지대에 있었는데, 남·북 모두 그 안으로 들어갈 수 없는 장소였죠. 남측이 먼저 무장한 채 들어가 도끼를 들고 나무를 베려고 했습니다. 이 광경을 보고 화난 인민군이 달려들었는데 (우리)군인이 인민군에게 도끼를 던졌고, 그 도끼를 인민군이 들고 싸움이 벌어졌던 것으로 알고 있어요.”


‘판문점 도끼 만행사건’에 대한 질문에 대한 네이버 지식인의 한 답변이다. 소위 전문가들의 의견을 포함, 내용의 객관성과 정확성을 지향한다는 지식인 서비스 수준이 이 정도다. “제가 알기론~”으로 시작해 “~알고 있어요”라고 서술하고 있는 것처럼 ‘카더라’ 식의 허술한 지식인 내용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판문점 도끼 만행사건’만 하더라도 사실관계는 뒷전이다. 당시 유엔 관할 지역에 위치해 있던 미루나무의 왕성한 가지를 제거, 시계(視界)를 확보하려는 미군에 북한 인민군이 별다른 경고도 없이 주변의 도끼를 들고 미군을 살해했다. 이틀 후 김일성이 공개 사과하기도 했다.


청년지식인포럼 story K(대표 이종철)가 16일 발표한 ‘포털 사이트 지식 검색 프로그램의 한국 현대사 논쟁에 대한 모니터링 보고서’는 이 같은 지식인 서비스 내용의 허술함을 지적했다.


story K가 지난해 5월부터 10월까지 네이버 ‘지식인’과 다음 ‘지식’을 즐겨보는 서울·경기 지역의 초·중·고·대학생과 일반인 등 총 83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에 따르면,응답자 중 51%가 정보 검색 시 주로 ‘지식검색 프로그램’을 사용하며, 이 서비스를 주 1~2회 이상 이용하는 사람은 78%에 달했다. 


story K에 의하면, 인터넷 포털 사이트들이 제공하는 ‘지식 검색 서비스’는 현대인들이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는 인터넷 공간이지만 네티즌들의 질문에 대한 ‘지식인 답변’ 중 약 39%가 부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story k는 ‘이승만’ ‘KAL기 폭파사건’ ‘광우병 촛불시위’ ‘박왕자 피살사건’ 등 전문가 추천을 받은 현대사 관련 단어 18개와 역대 대통령 3인을 키워드로 선정해 모니터링을 진행했다. 모니터링을 통해 네이버·다음의 지식 검색 상위 10개 질문에 대한 모든 답변을 취합했다.


‘네이버’와 ‘다음’의 지식 검색 서비스에 올라와 있는 2~3개의 답변 중 1개꼴로 ‘사실관계 오류’ ‘불확실한 정보 제공’ ‘의혹 제기형 정보 제공’ 등의 문제가 있었다. 특히 상당수의 답변들이 ‘음모론’을 제기하고 있어 네티즌들의 판단능력을 흐리게 하고 있다는 것이 story K의 지적이다.


금강산관광객 고(故) 박왕자 씨 피살사건의 내용을 보면 실소를 금치 못할 정도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나를 생각해보면 무엇인가 계획된 거 같은 느낌. …(중략)… 현 정부가 미국과의 FTA협상 문제로 시끄러운 시점에 꼭 북한군의 도발이 일어난다는 점입니다. 혹시 이 시끄러운 시국에 그것을 잠재우기 위한 용도는 아니였는지…”라며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또 북한식 표현과 북한 당국의 입장을 그대로 서술하는 답변도 상당수가 존재했다. 


story k는 “모니터링 결과, 북한식 단어나 입장을 두둔하는 서술이 자주 사용됐다”면서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을 묻는 질문에 대한 답변에는 ‘북한 체제에 대해 옹호’하는 표현을 사용한 경우도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답변에는 ‘핵은 북한 체제 보위와 미국 제국주의 침략을 막기 위한 수단’이라는 내용이 있는 등 북한측의 주장을 여과 없이 수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외에도 “이승복 사건은 박정희가 반공사상을 고취시키기 위해 만들어낸 허구”라든지, “광우병은 600도 끓는 물이나 염산에도 안 죽는 전염병이다”는 잘못된 사실을 근거로 한 답변도 있었다. 


이와 관련, 박효종 서울대 윤리학과 교수는 17일 데일리NK와 통화에서 “현재 인터넷을 통해 잘못된 지식이나 이념적으로 편향된 사회적 담론이 퍼지고 있다”면서 “올바른 지식이 우리 공동체에 스며들 수 있도록 인터넷 지식의 정화운동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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