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괄적 패키지’ 어떻게 풀어나갈까

“아직은 개념적 차원이며 관련국간 협의를 거쳐 구체화해야 한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23일 태국 푸껫에서 진행된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을 결산하는 브리핑에서 최근 외교가의 현안으로 부상한 포괄적 패키지 문제를 미래진행형으로 정리했다.

한국과 미국 사이에는 이미 충분한 의견 교환을 통해 공감대가 구축돼 있지만 중국 등 핵심 관련국의 의중은 아직 만족할 만큼 확인되지도, 반영되지도 않았다는 뜻으로 읽혔다.

이 방안은 한국이 주도적으로 구상한 것이라고 정부 소식통들은 24일 전했다.

특히 지난달 이명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에서 우리 측이 ‘그랜드 바게닝(Grand Bargaining)’이라고 표현하며 적극적으로 새로운 대북 어프로치(접근법)의 필요성을 지적했으며 그 이후의 과정을 거쳐 현재의 수준까지 개념이 발전했다는 것이다.

유 장관은 “현재의 제재 국면 이후의 단계에서 새로운 어프로치를 논의해 나가자는 선에서 서로 얘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미 양국이 이처럼 포괄적 패키지에 적극적인 것은 국제사회의 강력한 압박이 전개되는 가운데 던져진 ‘매력적인 제안’을 북한이 끝까지 거부하지 못할 것이라는 인식을 바탕에 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장거리 로켓 발사와 2차 핵실험 강행 등 북한이 취한 일련의 도발들이 군부를 비롯한 강경파들의 주도로 일어났으며 북한 내부에는 이들과 다른 전략과 전술을 가진 세력이 혼재해 있다는 것이다.

특히 김정일 위원장도 어느 정도 북한 내부의 기류가 정리되면 미국과의 담판을 위한 새로운 도전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외교가의 전망이다.

문제는 관련국들의 반응이다. 북한은 이번 ARF 기간에 ‘말도 안된다’고 일축하고 있지만 향후 변화 가능성을 놓고 보면 ARF 현지의 반응은 크게 문제 되지 않아 보인다.

대북 제재를 강조해 온 일본의 경우도 미국의 움직임에 크게 동요하지 않고 동조해 왔다는 점에서 패키지에 반대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러시아도 자국의 이익이 훼손되지 않는 한 적극적인 반대를 개진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결국 가장 큰 변수는 중국이다. 현지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중국은 미국.한국 등과 양자회담 기회에 포괄적 패키지에 대해 뚜렷한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도 북한이 거부입장을 보이는 상황에서 성급하게 자국의 속내를 드러내지 않겠다는 의중이 엿보인다는 게 외교소식통들의 전언이다.

이에 따라 유 장관이 강조한 ‘관련국간 협의’에서 중국과의 협의가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중국은 강력한 대북 제재 움직임 속에서 미국 내부에 협상을 전제로 한 포괄적 패키지를 연구하고 있다는 것을 긍정적인 측면에서 바라보고 있다는 게 소식통들의 분석이다.

따라서 포괄적 패키지가 구체적인 협상카드로 등장하기 위해서는 그 안에 어떤 내용을 담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언급한 것처럼 ‘포괄적 패키지’에 북.미 관계정상화 외에 평화체제와 대북 에너지.경제 지원 등이 모두 포함된다면 이는 6자회담의 최대 성과물로 평가되는 9.19 공동성명의 내용을 새로운 차원에서 실천한다는 의미를 지닐 수 있다.

이 경우 중국은 이를 ‘6자회담 차원의 과제’로 이해해 포괄적 패키지 내용의 구체화 과정에 매우 긍정적으로 접근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현지 외교소식통들은 “포괄적 패키지는 현 단계에서 보면 매우 신축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카드”라며 “문제는 어떤 내용을 얼마나 정교한 논리로 포장하고 이를 얼마나 조율된 방식으로 협의해 나가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연합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