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협정으로 항구적 평화보장 가능하나

정전협정을 폐기하고 새로운 한반도 평화협정이 체결되는 것만으로 한반도에 항구적인 평화를 보장할 수 있을까.

한.미가 북한이 검증 가능하게 핵을 폐기하면 평화협정을 체결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힘으로써 평화협정 논의에 추동력을 가하고 있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조지 부시 대통령은 7일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검증 가능한 비핵화 조치를 성실하게 이행할 경우 한국전쟁을 종결시키는 평화협정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공동서명하겠다는 뜻을 10월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김 위원장에게 전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최근 평화협정 주장은 북핵폐기 협의 과정에서 촉발된 것인 만큼 북한 핵문제와 연결고리를 갖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마치 북한이 핵만 폐기한다면 한반도 안보구조를 송두리째 뒤바꿔버릴 수 있다는 기세로 논의를 촉발시키고 있는 모양새다.

이에 대해 군과 일부단체 관계자들은 평화협정 체결로 한반도에 항구적 평화체제가 보장될 것이란 섣부른 ‘환상’은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평화협정은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하나의 수단적인 성격에 불과하기 때문에 ‘평화협정=평화체제 구축’이라는 등식은 일정 조건이 갖춰지지 않는 한 성립될 수 없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다만, 평화협정이 전쟁상태 내지는 정전상태를 종료시키는 가장 전형적이고 정상적이며 통상적인 형식이라는 점에서 평화체제 구축에는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에는 공감하는 모습이다.

군의 한 전문가는 “정전상태에서는 상대방에게 통고하면 언제든지 전쟁이 발발할 수 있다”며 “평화협정은 항구적 평화체제 보장을 의미하지는 않지만 전쟁의 재발과 국지적 충돌을 전면전으로 확산하는 것을 막아주는 안전판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일부 전문가들은 현 수준의 남북 군사관계가 정전협정을 대체할 평화협정을 수용할 수 있을 만큼 신뢰가 형성되어 있느냐는데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실질적인 군사신뢰 관계를 구축할 수 있는 방안을 이행하지 않고서는 단순히 평화협정 만으로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보장할 수는 없다는 점에서다.

특히 북한이 핵을 폐기했다고 하더라도 비무장지대(DMZ) 일원에 집중배치된 남북의 화력을 후방으로 재배치 또는 폐기하는 등의 군비통제 이행 노력이 없는 상황에서 평화협정 체제로 넘어가는 것은 안보 불안감을 고취시킬 수 있다는 우려감도 제기되고 있다.

이 때문에 다음 달 초 남북정상회담에서 실질적인 군사신뢰 구축을 이룰 수 있는 군비통제 이행 방안이 협의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는 북방한계선(NLL) 문제도 포함될 것이란 분석이 꾸준히 대두하고 있다.

정부가 정상회담의 공식수행원에 김장수(金章洙) 국방장관을 포함한 것도 이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추론도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그러나 한 예비역 장성은 “항구적 평화체제 논의는 우선적으로 우리의 안보골격이 손상되지 않는 전제조건에서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국책연구기관의 한 전문가도 “평화협정이 체결되려면 북핵 폐기와 아울러 최소한 1992년 남북기본합의서와 불가침 부속서에 나와 있는 군사적 신뢰조치는 이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북이 합의한 이들 문서에는 북측이 요구하고 있는 해상불가침 경계선 문제를 포함해 ▲무력불사용 ▲분쟁의 평화적 해결 및 우발적 무력충돌 방지 ▲군사직통전화 설치.운영 ▲대규모 부대이동.군사연습 통보 및 통제 ▲군 인사교류 및 정보교환 ▲비무장지대의 평화적 이용 ▲대량살상무기와 공격능력 제거를 비롯한 단계적 군축 실현.검증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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