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동산’ 가꾸는 정성헌 이사장

“지난달 연어사료공장 준공식 참석 차 북한 강원도 안변에 갔었는데 풀 뜯으러 나온 사람, 아카시아 꽃을 부대에 따 가는 사람들이 많이 눈에 띄더라구.”

한국 정부의 대북 식량지원을 촉구하는 종교.사회 지도자 기자회견(6.2, 서울 프레스센터)에 참석했던 정성헌(62) 남북강원도협력협회 이사장 겸 한국DMZ평화생명동산추진위원회 공동대표는 북한의 최근 식량사정을 이같이 밝히며 말끝을 흐렸다.

그는 8일 연합뉴스 기자와 인터뷰를 통해 지난달 19일 남북 협력사업으로 세워진 연어사료공장 준공식에 참석하기 위해 안변에 갔을 때 봤던 북한 주민들의 어려운 실상을 털어놓으며 정부의 긴급한 식량 지원을 거듭 촉구했다.

강원도 춘천이 고향인 그는 한국 정부가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이유로 식량과 비료 등 인도적 지원을 중단했던 2006년에도 북한에서 수해가 발생했던 그 해 8월 종교.사회지도자 9명과 함께 “북한 수재민에 대한 지원이 절실하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원칙을 지키려고 한다면 서두를 필요는 없다. 그러나 동포들이 굶어 죽어가고 있다. 그렇다면 정부가 원칙을 앞세우기보다는 서둘러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정 이사장은 “지금 감자꽃이 피기 시작했는데 40∼50일만 지나면 감자를 먹을 수 있고, 다음달 초면 밀.보리도 수확해 식량난이 다소 덜어질 수 있지만 문제는 지금부터 그 때까지”라면서 남한 정부가 원칙을 앞세우기 보다는 “무조건 도와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달 안변에 갔을 때 “죽을 쑤어 먹을 풀을 뜯으러 산에 올라가는 북한 주민들 중 노인과 어린이들은 전혀 못 봤다”고 밝혔다.

배가 고프면 노인과 어린이들도 나물을 뜯으러 나올 법도 한데 식량난이 심각해지면서 기력이 남아있지 않은 상황으로 보였다는 걱정이다.

남북강원도협력협회는 남북의 화해와 협력이 지역사회 발전과 직결된다고 판단한 강원도의 지원을 받아 남북 민간 차원의 교류협력을 추진하기 위해 2000년 설립된 단체이다.

그는 한국DMZ평화생명동산추진위원회 공동대표라는 또 다른 직함에서 짐작할 수 있듯 통일운동과 함께 생명평화운동 대열의 앞장에도 서 있다.

2000년 설립 당시부터 이 단체를 이끌고 있는 그는 비무장지대에 대한 보호운동도 직접 현장을 보면서 주민들과 머리를 맞대고 개발과 보존을 고민할 때 생명과 평화를 지킬 수 있다는 생각이며, 이러한 지론에 따라 강원도 인제군 서화면 서화리와 가전리 일대 12만여㎡에는 120여 명을 교육할 수 있는 교육관과 숙소, 연구소, 생태탐방로 등이 갖춰진 ‘평화생명동산 교육마을’이 들어서고 있다.

교육마을 개발 비용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대부분을 지원하고 있다.

“강원도 뿐만 아니라 온 민족, 온 인류의 것인 비무장지대(DMZ) 접경지역을 개발하더라도 민통선 안쪽은 보전해 평화를 증진하는 절대보전 모델로 만들어 내기 위해 교육마을 건립을 추진하게 됐다”고 밝힌 그는 “이 마을을 통해 생태 보전.이용의 올바른 생각을 사람들에게 심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DMZ도 이제는 55살인데 정년퇴직이 얼마 안 남았다”고 말한 그는 “준 것도 없이 지금부터 파먹으려고 하면 쓰러지고 말 뿐”이라며 “지금은 어떻게 관리하고 퇴직 후에 어떻게 먹여살릴 것인지를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추진하는 한국DMZ평화생명동산 조성사업은 오랜 준비기간을 거치다 지난해 봄 시작됐다.

그는 6.15남북공동선언이 채택됐던 2000년 “북한도 남한과 같은 취지의 평화생명동산을 만들어 공동 관리하자”고 제안했었다.

일부 국제기구가 동식물 자원이 많은 이 지역의 공원화를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하기도 했지만 북측이 명시적으로 “싫다” “좋다”는 의사도 표시하지 않은 채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면서 흐지부지 됐다.

그는 “DMZ의 풍부한 생태계는 전쟁의 결과물로 생긴 것인데, 세계적인 평화.생명 운동에 도움이 되는 명소로, 평화지역으로 만들려면 당연히 남북한이 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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