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한반도에 평화 분위기가 조성됐지만, 미북 간 신경전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모양새다. 미국은 제한적인 대북 선제타격을 의미하는 이른바 ‘코피 터뜨리기 전략’을 고려하고 있고, 북한은 핵·미사일 고도화에 대한 의지를 지속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비핵화를 전제로 한 대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미국과 ‘핵보유국으로서 미국과 직접 대화’라는 야망을 품고 있는 북한이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미북 간 군사적 충돌이라는 극단적 상황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이와 관련해 지난 1일 서울 반포동에 위치한 연구실에서 데일리NK와 만난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사진)은 “당장 북한에 대한 미국의 군사공격이 임박한 것은 아니지만 무력충돌 개연성은 상당히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조 선임연구위원은 “미국의 군사적 압박과 제재가 심화될 경우 북한은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로 대응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사실은 평창올림픽 이후가 더욱 긴장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평창올림픽을 평화적으로 치를 수 있는 환경과 여건이 마련돼 일단 시간벌기에는 성공했지만, ‘비핵화’와 ‘핵 보유’를 두고 여전히 미북 간 이견이 팽팽한 만큼 올림픽이 끝난 뒤 다시금 극단적인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북한에 대한) 미국의 군사적 압박이 계속되고 제재가 심화되면 이에 대한 북한 내부의 피로감은 누적될 것이고, 그럴 경우 김정은 정권은 또 다시 도발할 가능성이 높다”며 “2017년보다 더 긴장된 국면이 조성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우려스러운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은 평창올림픽 이후 예정대로 한미군사훈련을 실시하고 동시에 북한에 대한 군사적인 압박을 심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이에 대한 맞대응 차원으로 북한이 추가적인 전략도발을 감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반도에 또 다른 고강도 위기가 닥칠 가능성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조 선임연구위원은 “한반도 정세 변화는 평화의 동력을 평창올림픽 이후로 어떻게 연결시키느냐에 달려있다”며 “북미 간 대화와 협상의 테이블로 연계시켜야만 평창올림픽이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 정부가 절박한 상황에서 국면전환을 위해 북한을 끌어냈다는 점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끌어낸 북한을 대화의 테이블까지 이끌고 오는 것”이라며 “이 평화의 모멘텀을 평창올림픽 이후까지 가져가 어떠한 형태로든 대화의 테이블을 만드는 것이 남은 핵심적 과제”라고 부연했다.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남북관계 개선의 물꼬를 튼 한국 정부가 미국과 북한이 참여할 수 있는 대화의 장을 만들어 미북 양측의 행위를 진정시키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야한다는 것이다.
조 선임연구위원은 또 “북한도 부족하고 미국도 부족하지만 적어도 호응할 수 있는 대화의 틀을 만들어 둘을 (대화 테이블에) 앉혀놓는다면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운전자론이 성공하는 것”이라면서 한국 정부가 ‘한반도 핵문제 해결을 위한 평화회담’을 주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북 양측이 모두 명분을 충족할 수 있는 중립적인 회담에서 포괄적 의제들을 논의해 이견을 좁혀나갈 수 있도록 하고, 이를 통해 미북 간 무력충돌 상황을 막을 필요가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러면서 그는 “평창올림픽이라는 국가적 사업을 평화적으로 성공리에 마무리지어야 한다는 의무감, 그리고 북한을 끌어냈다는 것에서 끝난다고 하면 사실 한국 정부로서는 아무런 성과가 없다”며 “이를 한반도 비핵화로 연계시키는 노력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