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WFP 12년 고문 “北 계급구조 변화”

▲ 함경북도 회령 장마당

함경도 지역의 노동당과 보위부 관리들 중심으로 북한의 시장경제화가 강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와 주목된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헤이젤 스미스(Hazel Smith) 박사는 7일 열린 미 의회 부설 평화연구소(USIP) 토론회에서 “북한의 시장경제화는 이미 1990년대 중반 식량난 이후 자연스럽게 시작됐으며, 이같은 시장경제화 과정이 북한의 계급구조에 큰 변화를 불러 일으켰다”는 주장을 펼쳤다고 보도했다.

현재 영국 워윅대학교 국제관계학 교수로 재직 중인 스미스 박사는 지난 1989년부터 2001년까지 약 12년간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의 평양사무소에서 고문으로 일한 바 있다.

스미스 박사는 “북한이 지난 1990년대 중반에 극심한 식량난을 겪으면서 최소 2백 만명이 굶어 죽었지만, 그래도 전체 인구 2천 4백 만 명 가운데 2천 2백 만 명은 생존했다”며 “나머지 북한 주민들이 생존할 수 있었던 원인은 북한의 시장경제화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중앙 정부에서 제공하는 월급과 식량에 의존하던 지방의 당 관리들과 지방 보위부원들도 먹고 살기 위해 시장화를 옹호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北개혁ㆍ개방, 당국 주도 아닌 밑에서부터 확대 양상

“이들이 중앙 정부나 주체사상에 등을 돌린 것은 아니지만 일단 먹고 살기 위해서는 시장을 통한 암거래나 상호 물물교환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그 결과 시장화를 막으려던 북한 당국도 어쩔 수 없이 지난 2002년에는 ‘7.1경제개선관리조치’라는 개혁을 단행하는 것 외에 다른 선택 방안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스미스 박사는 대표적 사례로 청진, 함흥, 김책과 같은 북한 함경도 지방을 들었다.

그는 “이곳의 관리들은 과거에는 교육을 포함해,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으로 혜택을 누렸지만, 중앙 정부의 공급이 끊기면서 가장 빨리 와해된 계급”이라며 “이들이 시장화에 적극 관여하면서, 북한의 계급에도 큰 변화가 일어났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특권 계층이었던 당원과 보위부원들의 지위가 예전보다 많이 낮아졌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 날 토론회에 참석한 미국 국제경제연구원(IIE)의 마커스 놀란드 연구원도 스미스 박사의 주장은 의미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놀란드 연구원은 “미국의 북한 전문가들은 마치 북한 당국이 주체가 돼 일련의 경제개혁을 추진하는 양 분석하고 있지만, 사실 북한의 소위 ‘시장경제화’를 포함한 개방, 개혁 움직임은 배고픔에서 출발한, 밑바닥에서 시작된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양정아 기자 junga@daily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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