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 낮은 자재로 속도전”…평양 1만 세대 곳곳서 벌써 ‘하자’ 포착

‘당창건일 1차 입주’ 꾀하던 당국, 충격에 빠져...주민들 “무덤이 될 수 있겠다” 우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지난 5월 12일 보도한 평양시 1만세대 살림집 건설현장의 모습. /사진=노동신문·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직접 ‘중대한 정치적 사업’이라고 규정한 평양시 1만 세대 건설 현장 곳곳에서 하자가 발견돼 당국이 충격에 휩싸였다고 소식통이 알려왔다.

1일 데일리NK 북한 내부 소식통은 “건설지휘부 시공 검수가 지난달 16일부터 진행됐는데 송신지구 건설장 아파트 3개동에서 하자가 발견됐다”면서 “이에 합격도장을 못 찍고 오히려 대대적인 시공검열에 돌입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3월 23일 건설 착공식 연설에서 “당창건 80돌이 되는 2025년까지 해마다 1만 세대씩 5만 세대의 살림집을 새로 지으면서 수도 시민들의 살림집 문제가 철저히 해결될 것”이라고 공식 천명했었다.

그러면서 그는 “평양시의 송신지구와 송화지구, 서포지구, 금천지구, 9·9절지구에 해마다 1만세대의 살림집들과 이채로운 공공건물들이 들어서면 21세기 20년대를 상징하는 뜻깊은 기념비로 될 것”이라면서 향후 5년간 평양시 건설 구상안을 밝혔다.

이에 북한은 전당, 전군, 전민을 총동원, 주야(晝夜)로 건설 현장에 인력을 투입했다. 또한 부대, 기관, 단위별 건설 경쟁을 붙이는 방식도 도입, 올해 10월 10일(당 창건기념일)까지 ‘1차 입주’라는 목표로 건설 속도를 높여왔다고 한다.

그러다 이번에 곳곳에서 하자가 발견된 것이다. 이른바 경쟁과 더불어 속도전 강요에 질 보장에 소홀히 할 수밖에 없는 구조에 빠져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군관학교, 군사대학 교직원, 학생들이 맡은 건설 현장에서는 전기, 상하수도망 공사가 시공과 설계대로 되지 않았다는 점도 이번에 드러났다. 전문 시공 참모와 현장 설계가들이 건설현장서 일별, 주별, 월별로 체크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사고를 피하지 못했다.

이는 건설 경험이 부족한 인력들을 무리하게 현장에 투입해 발생한 ‘인재(人災)’인 셈이다. 하지만 당국은 현장 건설 상무 책임자들이 ‘무턱대고 맡기니 별수 없었다’는 변명을 더 문제시 삼고 있다는 전언이다.

아울러 국가설계지표와 공정대로 자재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점도 드러났다. 예를 들어 주철관을 써야 할 곳에 폴리틴(폴리에틸렌)관을 쓰는 등 대체로 한두 단계 낮은 걸로 대체했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건설 현장에서는 송신은 주변 구역이라 ‘개마을(개같은 마을)’이라고 소문난 불(전기)이 안 오는 동네이니 국규 자재를 다 넣을 필요가 없다고 봤다”고 말했다. 이 지역의 낙후한 실태를 고려한 선택이라고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살림집 질도 낮아지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김정은 평양시 1만세대 살림집 건설 김정관 인민무력상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당, 정, 군 책임일꾼들과 함께 평양시 5만세대 살림집 건설 전경도를 돌아보고 있다./사진=조선중앙 TV

이에 따라 현지에서는 “속도전의 뒤끝에는 대보수가 뒤따르기 마련이다” “될수록 저곳(1만세대)에 입주하지 않는 게 좋겠다” “무덤이 될 수도 있겠다”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이를 의식한 듯 건설지휘부는 발빠른 대응에 나섰다. 먼저 대보수를 진행하도록 명령했다. 또한 해당 지역 건설 행정, 정치, 기술책임자를 불러들어 “사상 관점이 틀려먹었다”고 강하게 질책했다.

또한 체면을 구긴 국방성도 ‘평양시 살림집 건설 사업에 인민군대를 총동원한 것은 당과 인민에게 무한히 충직한 인민군 장병들의 양심을 믿어서’라는 일종의 교양 사업에 돌입했고, ‘이번 사고는 엄중한 문제’라면서 책임자 처벌을 강구한다는 입장이라고 소식통은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