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해방탑서도 드러난 北사상과 현실 사이의 괴리

북한의 국가 사상과 같은 독단적인 사상 체계에서 가장 위협적인 것 중에 하나는 사상 체계의 내부 모순이다. 사상 체계가 외부로부터 공격받을 경우에는, 기존의 맹신에 의문을 표하는 일은 의외로 매우 어렵다. 그러나, 사상을 믿는 사람이 사상제도 내부의 모순점을 발견한다면, 기존 신념이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북한은 자신의 정치-사회적 제도가 남한보다 훨씬 우월하다고 주장한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 공민들이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께서 세우신 탁월한 사회주의 체제 덕분에 자유롭고 번영하며 산다”고 말한다. 게다가 “남조선(한국) 주민들은 미제(미국)로부터 날마다 피해를 받으면서 생지옥에 살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런 주장에 따르면, 북한은 “김일성 동지가 극악한 남조선 체제를 파괴하고 남조선 주민들도 사회주의 체제를 누릴 수 있다”고 교시해야 할 것이다. 특히 북한은 그가 언제나 남녘 동포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 역사상 제일 위대하고 훌륭한 인물이라고 주장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그러나 김일성의 통일에 관한 교시는 완전히 다르다. 그가 제안한 것은 바로 ‘북남 양측의 양 제도가 둘 다 유지되는 ‘고려연방민주공화국’ 설립’이다. 다시 말해, 고려연방민주공화국의 남반부는 원래처럼 자본주의 제도가, 즉, 북한의 주장대로라면 남조선 주민에게 고생만 주는 제도가 유지될 것이다. 즉, ‘인민의 자애로운 어버이’는 남조선 주민이 영원히 고생해도 된다고 주장하고 있는 셈이다.

북한에 따르면 ‘대한민국’이라는 국가가 존재하지도 않는다. 소위 ‘대한민국’은 미제가 조작한 괴뢰 정권에 불과하다. 물론 이 남조선의 정권은 독립 의지도 없고, 합법성이 조금도 없다. 이렇게 보면, 통일에 대한 토론은 물론 미국과 해야 한다. 원래 30년대에 소련이나 중국이 만주국에 관한 문제를 만주국이 아니라 일본 제국과 상의해 처리한 것처럼 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나 북한은 언제나 북남 간의 직접 대화를 환영한다. 즉, 북한 사상의 입장에서 보면 “남조선 괴뢰 역적 패당 우두머리”와의 토론을 환영하는 것이다. 북한 사상체제의 입장에서 보면 이런 토론은, 사람이 그를 물었던 개의 주인을 대신하여 개와 직접 토론하는 것처럼 매우 어색한 것이다.

북한의 핵심 교리 중에 일심단결이 있다. 북한이 자신의 사회에 갈등이 완전히 없고, 전체 인구 모두가 ‘위대한 대원수님들’과 ‘경애하는 원수님’을 지지한다고 한다. 물론, 선거의 100%지지율이 이 일심단결의 표시라고 주장한다.

그런데 한편으로 북한은 3개의 정당이 북한에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인민의 모든 승리의 조직자이며 향도자”인 조선노동당이 있을 뿐만 아니라, 조선사회민주당과 천도교청우당도 존재한다고 한다. 그런데, 북한 사회가 일심단결 사회이라면, 어떻게 이럴 수 있는가? 만약에 전체 공민들이 조선노동당을 지지한다면, 어느 날 “나는 조선노동당 당원이 되기보다는 조선사회민주당에 입당하고 싶다”고 결정하는 공화국 공민은 누구일까?

1960년대 말기부터 지금까지 모든 북한 역사 교과서들이 주장하는 것은 조선 인민이 수십 년 동안 “일제의 노예”에 불과했지만,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께서 설립하신 “조선인민혁명군”이 “조국 해방을 위한 총공격전”으로 1945년 8월에 일제를 파괴하고 조국을 해방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평양에 있는 해방탑에는 “일본 군국주의자들의 강점으로부터 조선 인민을 해방하고 자유와 독립의 길을 열어준 위대한 쏘련 군대에 영광이 있으라! 1945년 8월 15일.”라는 표시가 있다. 평양 주민들은 언제든지 해방탑을 방문하고 이 표시를 볼 수 있다.

물론, 대부분의 북한 역사책에는 소련군도 대일전쟁에 참가했다는 설명이 있다. 그런데, 북한은 소련군이 ‘조선인민혁명군’을 보조한 것뿐이라고 주장한다. 그런데, 해방탑의 표시는 직접적으로 “조선을 소련군이 해방했다”고 말하고 있다. “해방 사업에 기여했다”가 아니고, “해방하였다”고 한다.

북한에 따르면, 조선 인민군은 역사상 비교가 안 될 만큼 강군이며 무적필승적인 조직이다. 조선인민군은 위대한 수령님들의 사상, 선군 사상 그리고 일당백 등 사상으로 무장했기 때문에  전쟁이 발발하면 적들을 무릎 꿇게 만들 수 밖에 없단다. 경애하는 최고사령관 동지가 명령만 내린다면, 최후 전쟁이 시작하고, 미 제국주의자와 남조선 괴뢰 역적 패당은 망하고 조국 통일 위업을 완성한다고 한다.

여기에서 경애하는 최고사령관 동지에게 하나 물어 보고 싶다. 만약에 이 모든 것이 사실이라면, 왜 최후 전쟁에 관한 명령이 나오지 않으냐? 만약에 조선인민군이 무적필승이고, 남조선 주민들이 고생하고 있고, 원수님이 남녘 동포를 사랑한다면, 왜 이들을 해방시키지 않을까?

북한은 조국해방전쟁(북한에서 6·25전쟁을 이렇게 부른다)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위대한 승리, 미제국주의자들에게 가장 수치적인 패배로 종결됐다고 가르친다. 그러나 만약에 7·27이 승리라면, 왜 김일성은 미제 침략군을 무장해제시키고, 워싱턴에 백악관에 공화국기를 게양하고 이 앞에서 승리의 열병식을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미 제국주의자들이 남조선에 남아 있는 것을 용납했냐? 만약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승리했는데, 왜 전쟁 발발 이전에 이북의 영토 중 일부였던 속초시가 이남의 영토가 되었나? 전승국이 영토의 일부를 상실할 수 있나? 그럴 리 없다.

물론, 북한 주민들은 이와 같은 질문을 할 수조차 없다. 공개적으로 국가 사상에 대한 의심을 표시하는 것은 곧 중죄이고, 그렇게 하는 사람들은 사형당하거나 수용소로 끌려가게 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교리들에 대해 생각하고, 논리적으로 접근하는 사람들이 조금씩 생겨나고 있는 추세다. 북한 사상과 현실 사이의 이러한 모순들은 외부 세계에 대한 진실만큼 북한 주민들의 체제에 대한 믿음에 치명적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