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평천구역 환경오염 심각…정화장 악취에 시꺼먼 먼지까지”

평양 평천구역
평양시 평천구역 위성사진. 좌측 상단에 평양화력연합발전소에서 연기가 나오고 있다. /사진=구글어스 캡처

북한 당과 내각의 국장급 간부와 대학교수 등 핵심 지도층이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진 평양 중심구역의 환경오염이 심각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인근 시설에서 내뿜는 오염 물질로 인해 주민들이 생활에 큰 불편을 겪고 있다는 전언이다.

평양 소식통은 11일 데일리NK에 “(북한) 방송을 보면 평양에 관광 온 사람들이 깨끗해서 좋다고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며 “평천구역의 경우 주변 시설에서 오염물질들이 어마어마하게 나와 생활이 힘들다”고 전했다.

대동강 바로 위쪽에 위치한 평양시 평천구역에는 오수정화장, 평양화력발전연합기업소, 대동강 축전지 공장 등이 자리하고 있는데, 해당 시설에서 오래된 설비를 사용하고 있어 오염물질이 제대로 정화되지 않고 그대로 배출되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실제 유엔환경계획(UNEP)과 북한 국토환경보호성이 공동으로 조사해 지난 2012년 공개한 ‘북한 환경과 기후변화 전망’(DPRK Environment and Climate Change Outlook) 보고서는 평양의 일부 대기오염 수준이 환경 오염기준을 상회하고, 대동강을 비롯한 주요 하천의 수질오염 문제가 점차 심각해지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소식통은 “여름에 오수정화장에서 냄새가 엄청나게 나 정신이 아찔하다”며 “겨울에는 좀 나은데 여름에 비 오면 싹 다 넘쳐나서 거기 사는 사람들은 창문을 열 엄두를 못 낸다”고 말했다. 정화장의 오수 수용량과 처리능력이 한계에 도달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북한 당국도 이 같은 상황을 인지하고 오수정화장 확장공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보인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5월 김재룡 내각 총리가 평양 시내 도시경영 실태를 점검하면서 중심지구의 오수정화장 확장공사와 관련해 관리·감독을 철저히 할 것을 주문했다고 보도했다.

평양시 평천구역은 수질오염뿐만 아니라 대기오염도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일단 문을 열면 (오수) 냄새도 냄새지만 화력발전소에서 나오는 석탄재들이 엄청나게 들어온다”며 “창을 잠시 열어두면 바닥에 시커멓게 재가 깔리는 지경”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석탄을 다 연소시키지 못하니까 굴뚝으로 연기가 더 많이 나온다”며 “차를 타고 지나갈 때도 새카만 먼지가 들어와 창 올리고 다녀야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북한의 평양화력발전연합기업소는 1965년 구(舊)소련의 지원으로 건설돼 시설이 노후화되고 저감장치가 미흡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후화로 인한 연료의 불완전 연소와 대기오염 물질을 걸러낼 수 있는 장치의 부족으로 평양시 전체 대기질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이다.

미세먼지
상원석회석광산 노동자들이 하노이 정상회담을 마치고 돌아온 김정은 위원장을 환영하기 위해 만세를 부르고 있다. /사진=노동신문 캡처

국내 민간발전협회가 2017년 작성한 ‘환경, 경제, 기술적 측면을 고려한 석탄발전 관련 정책건의’ 보고서에 따르면 최신 오염방지 시설이 구비된 신규 석탄화력발전소는 노후 석탄화력발전소보다 대기 오염물질 배출량이 약 82% 절감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소식통은 “대기오염 때문에 김일성 때부터 발전소를 지방으로 옮긴다는 이야기가 있었지만 발전소를 옮기다 그나마 오는 전기도 못 오게 될까봐 옮기지 못 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 당국이 노후 발전소로 인한 주민들의 불편 사항을 상당히 오래전부터 인지하고 있었으나, 주요 권력기관의 핵심 간부층들이 거주하는 지역의 전기 공급 차질을 우려해 발전소 이전에 소극적으로 대처해왔다는 이야기다.

한편, 북한에서는 대기오염으로 인해 한해 수백 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해 발표한 ‘2018 세계보건통계’에서 북한 인구 10만 명 당 207.2명이 대기오염으로 인해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는 한국(20.5명)의 10배 수준이며 중국(112.7명)과 비교해도 2배가량 높은 수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