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체류 미국인 北인상기

“북한 주민도 다른 사람들처럼 즐기고 싶어합니다.”

미국인으로는 유일하게 북한에 살고 있는 리처드 레이건(40) 세계식량계획(WFP) 평양사무소장이 북한 주민에 대해 내린 평가다.

22일 자유아시아방송(RFA)은 평양의 외국인 거주지역에 사는 레이건 소장이 “북한에 공식적으로 상주하는 유일한 미국인”이라며 그의 평양 체류기를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레이건 소장은 무엇보다 북한 사회가 외부에서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삭막하지만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 지역을 여행하려면 대부분 당국에 신고를 해야 하지만 평양 주변과 몇몇 도시는 당국이나 사람들의 감시를 받지 않고도 비교적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다고 밝혔다.

외국인으로 암벽등반이나 스노보드 등 취미생활도 즐겼다.
지난 2월 중순 눈이 많이 내렸을 때의 일이다. 레이건 소장은 차에 스노보드 장비를 싣고 적당한 장소를 물색하다 평양시 외곽에서 스노보드를 즐기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주민들이 하나둘 구경나오기 시작했다.
레이건 소장은 이 모습을 보고 “북한 주민들은 한번도 스노보드를 타는 사람을 본 적이 없는 것 같았다”면서 “그들은 내가 스노보드 타는 모습을 보며 웃고 흥겨워했지 위협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술회했다.

이어 “북한 주민들에게 뭔가 즐길 만한 것을 제공하기 시작하면 사회적인 장벽이나 정치적인 고정관념이 모두 무너질 것”이라며 “그들도 기본적으로 다른 사람들처럼 즐겁게 살고 싶어한다”고 강조했다.

북한 주민도 여느 외국인과 마찬가지로 즐길 줄 아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고정관념이나 선입견을 갖고 대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오토바이 면허와 관련된 재미있는 일화도 있다.
오토바이를 몰고 북한 지역을 돌아다니는 레이건 소장은 처음 면허를 따기 위해 시험장을 찾았다. 그러면서 ’북한에서 외국인에게 오토바이 면허를 발급한 적이 없을테니 뭔가 문제가 생기겠지’하고 은근히 걱정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시험관은 소장을 힐끗 보더니 “통과, 시험 볼 필요 없어요”라고 말했다.

머쓱해진 레이건 소장은 ’아마 평양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에게는 다른 기준이 적용되나 보다’고 여겼다고 한다.

그는 또 북한 각지 주민들이 외부의 정보를 조금씩이나마 얻고 있다고 밝혔다.

외국에 관한 정보는 유학생이 귀국하면서 가져오는 경우도 있고 중국에서 들여온 DVD나 비디오 등을 통해 얻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중국으로부터 텔레비전, 스테레오, 컴퓨터 등도 다수 반입되고 있지만 값비싼 가전제품이나 DVD, 비디오를 구입할 수 있는 주민은 극소수에 지나지 않는다면서 2002년 7.1경제관리 개선조치 이후의 급격한 물가상승을 우려했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해결되지 않고 경제적 약자에 대한 보호 등 조치가 취해지지 않는다면 북한은 1990년대 중반의 기근을 다시 겪을지도 모른다고 내다봤다.

레이건 소장은 그러나 ’김정일 체제’는 여전히 건재하다며 “김정일 권력에 이상이 있다는 일부 언론보도는 사실과 다르다”고 일축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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