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청춘들 결혼붐 왜?…”해외노동자 희망”

최근 들어 북한의 노동력 수출이 크게 늘고 있는 가운데 당국이 해외 파견 노동자 선발하면서 까다로운 신원 확인 작업도 병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중국에 파견할 근로자를 선발하기 위해 과거 러시아 벌목공보다 훨씬 까다로운 확인 작업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해외 파견 도중 탈출을 막기 위한 다중(多重)의 확인 절차라고 내부 소식통이 전해왔다.  


북한의 노동자 파견 사업은 최근 부쩍 늘었고 외화 수익도 크게 늘고 있다. 북한은 올해 몽골과 러시아, 중국에 파견 노동자 수를 집중 늘리고 있다. 몽골에서는 지난해 2300명에서 3천명으로, 러시아는 2만 명을 넘어섰다. 중국 동북3성 지역으로 파견 노동자도 늘고 있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27일 데일리NK와 통화에서 “해외 파견 노동자는 평양시에 소재한 공장·기업소 노동자들만을 대상으로 하는데도 조건이 매우 까다롭다”고 말했다. 출신 성분에도 문제가 없어야 하지만 미혼자는 제외된다. 가족생활자(기혼자)로 해당기업소의 담당보위지도원(국가안전보위부)의 신분 보증을 받아야 선발 조건이 된다. 


북한은 당초 외국에 보내는 사람에 대해선 인민보안서의 신원확인을 거쳐 본인의 출신성분뿐 아니라, 가족 중 행방불명자(탈북자 등), 교화소 출소자가 있는지를 따져본다. 이번 근로자 파견사업에서는 결혼 여부와 먼 친척의 범죄 유무까지 확인하고 있다. 


북한 당국이 신원보증을 까다롭게 진행하는 것은 최근 탈북자 문제로 중국이 국제사회와 갈등 관계를 겪는 데도 원인이 있다는 분석이다. 파견 노동자들이 중국 파견 공장에서 집단 이탈해 남한행을 시도할 경우 파장은 일파만파로 커질 수 있다. 


미혼자를 선발하지 않는 이유도 도주 가능성을 우려해 북에 남은 가족을 볼모로 삼겠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소식통은 “파견을 원하는 미혼 근로자들이 결혼을 서두르고 있다”며 “평양은 지금 결혼 열풍”이라고까지 말했다. 


소식통은 “여기에 가까운 친척 중에 당. 보안, 보위기관에서 복무하는 사람이 있는지도 따져보는데 그런 경우라면 파견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밝혔다. 그러나 “파견 노동자들이 중국인들이 외면하는 임업(林業)이나 시멘트 공장 등 정말 고단한 곳으로 보내지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소식통은 “공장이 제대로 가동하지 못해 월급도 없는 현실에서 외국 파견노동을 선호하는 희망자수가 급격히 늘어 경쟁이 치열하다”며 “수속을 맡은 간부들과 보위부는 뇌물 챙기기에 바쁘다”고 말했다. 처음 진행되는 선발 사업이다보니 정해진 뇌물액수도 없고 부르는 것이 값이다. 특이한 점은 외화벌이라 해서 뇌물 역시 달러로 받는다는 것. 


소식통은 “일부 주민들은 앞으로 중국에 나가 벌어오면 갚겠다면서 돈을 빌려 뇌물을 준비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과거 특정 업종(식당 등 서비스업)에 소규모 인원을 내보냈던 것과 차원이 다른 대규모 파견사업이라 주민들도 관심이 크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김승철 북한개혁방송 대표는 “그동안 러시아 벌목이나 리바아 건설공사에 파견이 있었다. 이는 서민이 큰 돈을 벌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다”면서 “과거 한국의 아메리카 드림과 같은 일”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과거에도 경쟁률이 100:1에 달했다며 지금은 그 열기가 더 뜨거울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까다로운 선발조건에 대해 주민들 사이에서 부정적인 여론도 있다. 일부에서는 “남의 나라 막노동을 가는 길이 마치 외국 유학 가는 것처럼 조건이 까다롭다” “얼마 벌어오는걸 가지고 엄청난 빚을 내면서 뇌물을 고이느냐” “나라가 가난하니 백성들이 중국에까지 이민 간다” 등의 볼멘 소리도 나온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