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젊은이 남한유행 흉내에 골머리”

“해리 포터요? 어느 나라 사람인가..아, 그 책 말입네까? 참 좋아하지요.”

북한 당국이 ’해리 포터’와 브리트니 스피어스 음반 등 서방이나 남한 영화 등의 반입을 제한적으로 허용한 이후 이데올로기의 순수성과 당 영도 등 사상체계로 통제돼 온 북한사회에도 서서히 자본주의의 바람이 불어 닥치고 있는 느낌이다.

이 같은 변화의 바람은 주로 상층부 인사를 부모로 둔 청소년들이 주도하고 있으며 이들은 ’타이타닉’류의 서방 영화나 남한의 가요, 문화 등에서 ’학습’한 남한 젊은이들의 의상이나 헤어스타일, 심지어 은어들까지도 따라하는 통에 노동당 관계자들의 속을 무던히도 태우고 있다는 소식이다.

평양의 한 식당에서 만난 평양외국어대의 백수련 양(20)은 ’해리 포터’에 대해 들어봤느냐는 물음에 처음에 고개를 갸우뚱했으나 이내 “잘 알고 있고 좋아한다”고 말했다.

동석한 연옥주 양 등 대학생들이 담청색 머리삔과 베이지색 외투 복장에 심지어 핑크색 플라스틱 지갑을 지닌 모습은 서방 언론인들을 놀래키기에 충분했다.

이처럼 젊은층들의 형형색색의 패션은 수도 평양을 지배하고 있는 단색 위주의 실용적 패션과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모습이다.

이에 대해 인제대학의 브라이언 마이어스 교수(미국)는 “평양에는 권력자나 주변 인물 등 집안 배경과 인맥이 좋은 사람들의 경우 남한이나 서방, 중국 등지에서 반입되는 물건들이 거래되는 암시장으로의 접근이 용이한 편이다”고 말해 이들이 주로 암시장을 통해 ’자본주의’ 색깔이 짙은 상품들을 구입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마이어스 교수는 “이런 점은 어느 면으로 보더라도 평양에 초기 상태이지만 ’젊은이들의 문화가 분명히 존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평양 외국어대 영어과 3년생인 연옥주 양은 유창한 영어로 방문객들에게 역사 고적 등 딱딱한 주제들을 설명하다가도 젊은이들이 관심을 갖는 가벼운 문제들에 대해 얘기하기도 하는 등 북한 주민들의 생활상이 과거에 비해 한층 자유로운 모습이다.

서울에 상주하는 국제위기감시기구(ICG)의 피터 벡 동북아사무소장은 1일 자신이 최근 평양 방문 중 만난 북한 주민들 대부분이 외국의 음악이나 문화 등에 상당히 관심을 갖고 있었으며, 특히 정치문제나 국제사회의 북한에 대한 인식 등에 대한 정보에도 몹시 목말라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평양 인민대학습당의 뮤직박스에서는 머라이어 캐리로부터 비틀즈는 물론 미국의 팝스타 브리트니 스피어스(23) 등의 노래도 들을 수 있었다.

북한사회는 이처럼 곳곳에서 발견되는 온갖 슬로건이나 군인 행군을 연상시키는 주민들의 걸음걸이에도 불구 선전구호 너머로 유머와 인간성 넘치는 모습들이 적잖이 눈에 띌 정도로 변해가고 있는 모습이다.

대외문화연락위원회 소속인 채정훈 매니저는 말보로 담배를 즐겁게 받아피우면서 “이는 미 제국주의자들의 담배”라고 말해 사람들을 웃기기도 했다. 그는 또 품속에서 일본 담배인 ’마일드 세븐’을 꺼내면서도 아무 거리낌이 없는 표정이다.

영어과 동급생들과 점심을 들던 연옥주양이 통역을 맡은 동급생 백수련 양을 가리키면서 “우리 학급에서 제일 예쁜 학생이야요”라는 유머를 던지자 백 양은 “모든 여성들이 날씬하고 체중도 아주 적게 나가는 것을 바라지 않습네까?”라고 응수하는 모습 역시 자유로움이 넘쳐났다.

무역업을 하는 아버지를 따라 인도에서 3년 간 거주했다는 연옥주 양이 “주말이면 친구들과 가라오케를 찾아 노래부르는 것을 좋아하며 캐나다의 팝스타 셀린느 디옹의 팬”이라고 당당히 밝히는 모습 역시 폐쇄적인 모습이 주로 부각돼 온 북한 대학생들의 주말문화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갖게 해줬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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