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성화봉송, 북중관계 ‘돈독’ 과시

헌법상 북한의 국가수반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28일 북한 사상 처음으로 평양에서 열린 올림픽 성화 봉송행사에 참석해 북중관계의 돈독함을 과시했다.

김영남 상임위원장이 참석한 것은 23차례의 올림픽이 열리는 동안 북한에서 성화 봉송행사가 열린 게 처음일뿐더러, 올림픽이 중국에서 열린다는 점을 감안한 대중 파격 조치로 풀이된다.

류샤오밍(劉曉明) 평양주재 중국대사가 중국국제방송과 인터뷰에서 “김정일 총서기(노동당 총비서)의 관심하에 조선인민이 이번 베이징 올림픽 성화봉송에 동원됐다”며 “조선(북한)은 베이징 올림픽 성화의 평양 봉송을 매우 중요시하고 있다”고 말한 것에서도 이번 행사에 대한 북한의 정치적 관심을 보여준다.

중국이 6.25전쟁 때 북한을 지원한 ‘혈맹’이기는 하지만 최근 핵문제 등으로 적잖은 갈등을 겪어왔다는 점에서, 이번 성화 봉송행사로 양국관계가 그동안의 서운함을 털고 공고해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남한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집권 이후 남북관계가 10년전으로 회귀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어, 북한으로선 중국의 정치, 경제적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올해 북한이 극심한 식량난에 직면할 것이라는 국제사회의 경고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최근 북한은 중국에서 많은 양의 식량을 들여가고 있고 중국은 국내적으로 식량 가격의 인플레에도 불구하고 북한에 대한 식량수출은 예외로 할 만큼 서로 공고한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김연철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연구교수는 “북한은 남한과 관계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미국과 협상을 이어가면서 현재의 정치.경제적 어려움을 타개할 수 있는 공간으로 북중관계를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류 대사는 직접 성화봉송 주자로 나서 북한이 1959년 중공군(중국인민지원군)의 한국전 참전을 기념해 2만2천여명에 달하는 중공군 전사자의 이름을 새겨 세운 ‘조-중 우의탑’에서 성화를 넘겨받아 중국대사관 부근의 봉송로를 달리기도 했다.

더구나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 티베트 사태로 중국이 국제사회에서 비판여론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북한의 전폭적인 지지는 중국 정부로서는 더욱 반가울 수 밖에 없다.

티베트 사태 직후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티베트의 사회적 안정과 법률, 티베트 인민들의 근본이익을 수호하기 위한 중국 정부의 노력을 지지한다”고 밝혔고, 올림픽 보이콧 움직임에 대해서도 “베이징 올림픽경기대회를 정치화하여 불순한 목적을 달성하려는 세력들의 시도”라고 중국 입장을 적극 옹호했다.

이번 성화봉송이 남한에서는 대북인권단체를 중심으로 한 반대시위 속에서 유혈충돌로까지 이어졌지만, 평양 성화봉송 행사에는 1966년 런던월드컵의 주역인 박두익,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여자마라톤 금메달리스트 정성옥 등 국제사회에 알려진 북한 인물들이 대거 참가했다.

평양시민들은 성화봉송 행사에 환호하면서 마치 이번 올림픽이 평양에서 열리기나 하는 것과 같은 환영 열기를 보여줬다.

박학선 북한올림픽위원장은 “친선적인 인방인 중국에서 제29차 올림픽경기대회가 진행되는 것은 중국 인민의 자랑일 뿐 아니라 우리 인민에게 있어서도 기쁜 일”이라며 평양 성화 봉송행사는 “전통적인 조.중친선을 시위하는 의의있는 계기로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중국 내에서 티베트 문제와 올림픽 보이콧 문제에 대한 서방의 비판에 대한 반발로 민족주의 감정이 확산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수많은 환영 군중이 동원된 평양 성화봉송 행사를 보는 중국 국민들이 북한을 ‘형제국가’로 여기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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