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상점들에 휴대폰 가입 광고물

새해를 앞두고 방문한 북한 평양시내 곳곳의 상점 유리 창문에는 휴대전화 가입을 홍보하는 ‘3세대 이동통신’이라는 글귀와 휴대전화 사진이 담긴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지난 15일 이집트 통신회사인 오라스콤 텔레콤이 북한에서 개통한 휴대전화 서비스인 ‘고려링크’의 가입자 확보를 위한 홍보물이다.

남북 농업과학 심포지엄 참석을 위해 월드비전 관계자등과 함께 17일부터 20일까지 평양에서 머물면서 평양 시민이 거리에서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모습을 보지는 못했지만, 보통강 호텔 등에서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중국인 등의 모습은 심심찮게 목격할 수 있었다.

휴대전화를 구입할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북측 관계자는 “아직 개통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가입자가 많지 않을 것”이지만 “필요하다면 휴대전화를 가지고 다녀냐 하지 않겠느냐”고 구입의사를 내비쳤다.

2009년을 앞둔 평양은 이미 진부한 말이지만 변화하고 있었다.

가장 눈에 띄는 평양의 외관은 늘어난 차량들.

한 북측 관계자가 “우리도 얼마 안가서 출퇴근 시간에는 교통체증이 생길 것 같다”고 말할 만큼, 순안공항에서 개선문을 거쳐 평양 시내 중심부로 들어가자 교차로에서 신호를 기다리는 차량들과 ‘기동대’라는 이름을 단 버스 등이 꼬리를 이었고, 과거에는 비어있던 교차로 곳곳에 교통 안전원들이 배치돼 수신호로 교통을 통제하고 있었다.

남포의 평화자동차에서 만드는 ‘뻐꾸기’와 ‘준마’ 뿐 아니라 중국에서 들어왔을 것으로 보이는 폴크스바겐, 렉서스 등의 고급 외제차들도 심심찮게 시선에 들어왔다.

북한 당국이 평양에서 일본제와 남한제 차량의 퇴출령을 내렸다는 말도 전해지지만 여전히 일본차와 현대 로고를 단 버스가 달리고 있었다.

총 105층 높이의 피라미드 형태 초대형 호텔을 세운다는 구상 하에 1987년 착공됐으나 자금난 등으로 인해 외부골조 공사만 완료된 채 흉물스럽게 방치돼 ‘사상 최악의 건물’로 혹평받기도 했던 류경호텔도 외부에 유리창을 다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특히 건물 한쪽 면은 거의 절반 정도에 이를 정도로 유리 부착작업이 진척돼 있었다. 햇빛을 받아 빛나는 이 유리면은 류경호텔이 장차 평양의 ‘랜드마크’가 될 것임을 예고했다.

호텔의 앞에서는 크레인이 자재를 옮기고 있었고, 컴컴한 실내에서는 용접을 하는 듯 불꽃이 튀겼다.

북측 관계자는 완공 시기에 관한 질문에 “아직 알 수 없다”며 “공사가 진행중이니 잘 될 것”이라고만 말했다.

방북단 숙소인 보통강호텔 2층에선 북한 최초의 스크린 골프장이 18일 문을 열고 호텔을 찾은 남측 대표단과 외국인 사업자들을 맞아 외화벌이를 했다.

남한에선 흔한 스크린 골프장이지만 이 골프장은 북한 릉라도기술정보센터에서 자체 개발한 프로그램을 사용한다고 했다.

공의 흐름을 좇는 감지기와 초고속 카메라가 없어 띄운 공을 감지하지 못하는 등 다소 조잡하긴 했지만, 프로그램 보수를 위해 호텔을 찾은 정보센터의 이모씨는 “20대 10여명이 팀을 이뤄 개발했다”고 자부심을 나타내며 “앞으로 계속 미진한 부분을 보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1년에 한번 이상 북한을 방문한다는 월드비전의 한 관계자는 “예전에 비해 평양은 분명히 변하고 있고 활기를 찾아가고 있는 것 같다”면서도 “그 원천이 무엇인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방북단은 4일간의 일정 대부분을 숙소인 보통강호텔에서 회의를 가지는 것일 정도로 북한측이 동선에 제한을 둬 남북 당국관계의 악화가 민간분야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줬다.

작년 농업과학 심포지엄은 인민문화궁전에서 열렸지만, 올해는 월드비전측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남북한 학자와 전문가 60여명이 몸도 제대로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협소한 호텔 회의장에서 열렸다.

월드비전 관계자는 “우리쪽에서 여러 가지 요구를 했지만 일정을 협의했던 북측 관계자들은 긴장된 남북정세를 이유로 수용하기 어렵다고 했다”며 “북측도 미안함을 표시해 우리쪽에서도 수용했다”고 말했다.

특히 북측은 남측 방북객과 접촉도 최소화하려는 인상이었다. 종래 심포지엄 때는 매일 점심과 저녁 식사를 남북한 학자들이 함께 하면서 활발한 의견교환을 했지만 이번에는 남북한 농업과학자들의 `동석 식사’가 19일 만찬에 국한됐다.

이 심포지엄에 여러번 참가한 한 남측 관계자는 “북측의 태도가 과거와 달리 경직된 모습”이라며 “대남 사업을 하는 북측 관계자들로서도 남북관계의 경색으로 인해 상부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측 한 관계자는 기자에게 “40명이 넘는 남쪽의 대표단을 받는 것이 매우 어려운 일이었고 회의가 열리지 못할 수도 있었다”며 “기자의 동행 방북을 허용하는 문제는 더욱 어려운 사안이었지만 월드비전과의 관계때문에 허용했다”고 말했다.

방북 기간인 18일 북한 국가안전보위부가 ‘남한 간첩’ 사건들을 적발.체포했다고 발표하자 북측 관계자들은 더욱 긴장하는 빛이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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