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상설시장 USB메모리 없어서 못판다”

북한 장마당에서 가장 인기있는 미디어 관련 제품은 USB 메모리 저장장치(이하 USB)인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 당국은 허가 받지 않은 USB의 유통을 금지하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없어서 못판다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한다.  


평양 내부소식통은 13일 “평양 상설시장에서는 손전화기(휴대전화)와 외국 라디오를 제외한 모든 물건들을 구입할 수 있다”며 “MP3, MP4를 비롯해 케이스나 줄 등 손전화기 관련 부속품이 장마당에서 몰래 판매되고 있다”며 이같이 전했다.


USB 인기 현상은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서 컴퓨터 보급률이 높아지면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보인다. USB는 휴대나 은닉이 편리하고 고용량 프로그램을 저장, 복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컴퓨터와 e-DVD가 있으면 손 쉽게 영화 시청이나 음악감상이 가능하다. 


평양에서 USB는 1G 저장용량 장치가 10달러, 2G가 15달러, 4G가 약 15달러 정도에 거래되고 있다. 소식통은 “USB를 내놓고 파는 게 아니라, 종이간판을 든 장사꾼들을 따라가면 물건을 보여주고 흥정을 한다. 또한 물건들을 매대 밑에 숨겨놓고 있다가 원하는 사람이 있으면 하나씩 꺼내 파는 경우도 있다”라고 말했다. 종이팻말을 든 상인을 간판장사꾼이라고 부른다.  



소식통은 “재수 없이 보안원에게 걸리면 물건을 몰수 당한다. 한국 드라마 알판(CD)을 팔다 걸리면 교화소에 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벌금 5000원을 내거나 윗선 간부를 알고 있으면 그냥 무마되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영화의 인기 또한 시들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식통은 “새 영화가 나오자마자 거의 다 팔린다”면서 “영화의 용량에 따라 값이 다르지만 최신 영화는 보통 3000~6000원 정도 한다”고 전했다. 중장년층은 이러한 한국 영화를 VCD와 DVD로 감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외에도 평양에서는 대형 컬러TV도 잘 팔리고 있다. 보통 자식들을 결혼 보내려는 부모들이 제일 많이 구입한다. 


이 소식통은 “한국산 텔레비전은 없다. 대신 21인치, 25인치, 29인치 형으로 나와 있는 일본산 파나소닉, 도시바, 중국산인 깡지아(꽁까), 창흥이 잘 팔리고 있다”면서 “21인치는 약 39만원(130달러), 29인치는 90만원(300달러) 정도에 거래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 노동자의 월급이 약 4000~5000원인 것에 비하면 고가의 제품인 셈이다.


소식통은 “한국 드라마나 영화, 음악이 인기를 끌면서 한국을 더 궁금해 한다”며 “나이가 젊을수록 호기심은 더 크다”고 말했다. 외부정보에 대한 욕구는 대학생들이 가장 크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