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밖 북한] 탈북 루트였던 몽골 사막을 직접 걸어보며…

몽골에 있는 북한식당인 평양백화관 식당 간판과 공사 중이라는 안내문. /사진=강동완 동아대 교수 제공

필자는 지난주에 몽골 출장을 다녀왔다. 코로나19 펜데믹 상황을 벗어난 듯 몽골은 그 어느 때보다 활기가 넘쳤다. 지난 2016년 북한인권정보센터 윤여상 박사팀이 연구한 <해외 북한노동자의 삶과 인권실태>는 이번 출장의 모티브가 되었다. 대북제재와 코로나19를 지나며 과연 몽골의 해외파견 북한노동자 실태는 어떤지 직접 현장을 확인하고 싶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몽골은 대북제재 이행으로 인해 현재 공식적으로 북한노동자는 체류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몽골에서 북한노동은 크게 세 가지 유형이다. 첫째, 중국과 러시아, 동남아 일부 국가 등에서 운영되는 것처럼 북한식당이 있다. 둘째, 몽골의 수도인 울란바토르를 비롯해 도시 지역 건설현장에 파견된 건설노동자들이다. 셋째, 몽골의 주요산업인 캐시미어를 만들기 위해 개별 공장에 파견된 노동자들이다. 우선 북한식당의 경우 몽골에는 그동안 3곳 정도의 식당이 성업 중이었다. <평양백화관>, <평양식당>, <평양고려민족식당>이라는 이름으로 울란바타르 중심가에 주로 자리를 잡고 영업을 했다. 이번 조사에서 이 세 곳 식당은 더 이상 영업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평양백화관>에는 간판과 함께 “공사 중”이라는 안내판이 그대로 걸려 있었고, 나머지 두 곳은 이미 다른 가게가 들어섰다. 현지 관계자에 따르면 <평양백화관>은 몽골대사관에서 가게를 매입했기 때문에 완전히 문을 닫은 것은 아니고 현재 잠시 영업을 중단한 상태라고 했다. 실제로 그곳에는 아직 간판이 그대로 걸려 있었고, 수시로 몽골 주재 북한대사관 쪽 관계자가 점검하러 드나든다고 했다.

두 번째 형태인 건설노동자는 최소한 공식적으로 몽골에서 더 이상 찾아보기는 어려웠다. 러시아의 경우 코로나19 펜데믹으로 인해 북한으로 돌아가야 할 노동자들이 귀국 비행기와 철도가 막히면서 돌아가지 못한 경우가 있다. 지금도 그곳에는 암암리에 개인집 리모델링이나 소규모 건설 현장에서 일을 하고 있다. 하지만 몽골의 경우 대북제재 시한인 2019년 12월 22일 이전에 이미 공식적으로 철수를 했고, 그 이후 코로나19로 인해 대규모 인력 파견이 이루어지지 못했다.

한편, 주로 여성들이 일하는 캐시미어 공장의 상황도 이와 비슷했다. 한때 약 800여 명의 북한 노동자들이 일했다는 한 캐시미어 공장을 직접 찾아가 보았다. 공장 관계자들은 더 이상 북한 노동자들을 고용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이외에도 몽골 현지병원에서 주로 침이나 물리치료 등 고려의학을 시술하던 의사들도 모두 철수를 한 상태였다. 병원 광고 목적으로 설치했던 안내판에는 북한 인공기와 몽골 국기만이 나란히 걸려 있을 뿐 어디에도 북한 의사들의 모습은 찾기 어려웠다. 그래서일까?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의 가장 중심가에 위치한 몽골 주재 북한대사관에는 적막감만이 감돌았다.

일부에서는 대북제재를 해제하라는 목소리를 높인다. 하지만, 북한이 대북제재를 왜 받고 있는지를 다시금 돌아봐야 한다. 대북제재가 시행된 것은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미사일 발사에서 비롯된 것이다. 마치 대북제재로 인해 선량한 북한이 피해를 보는 듯한 인식으로 접근해서는 곤란하다. 우리 정부와 국제사회가 북한에 대해 부당한 압력과 제재를 가하는 것으로 인식할 것이 아니라, 북한당국이 지금이라도 핵개발을 중단하고 개혁개방의 길로 나서라고 촉구하는 것이 마땅하다.

마지막으로 필자는 몽골의 사막을 직접 걸어보았다. 수십 일 동안 물 한 방울 마시지 못한 채 사막을 건넜다던 탈북민들의 증언을 들으며 그 자리에 꼭 서보고 싶었다. 발목까지 푹푹 빠지는 사막의 모래구덩이에서 불과 몇 걸음도 못 가 숨이 턱턱 막히고 죽을 만큼 힘이 들었다. 은하수를 보며 쏟아지는 별빛에 몸을 내던진다는 그런 낭만적인 곳이 결코 아니었다. 그곳은 한마디로 생과 사의 갈림길을 심판하는 무서움 그 자체였다.

그들에게 너무도 죄송하고 부끄러웠다. 오직 자유라는 그 하나의 희망을 따라 몇 날 며칠을 걷고 또 걸었을 그들의 마음이 아주아주 조금 헤아려졌다. 단 한걸음에 삶과 죽음이 결정되는 사막 한가운데서 얼마나 많은 탈북자들이 어둠 속으로 사라져갔을까? 지금도 탈북행렬은 계속되고 있다. 독재와 억압의 김정은 정권은 핵무기에만 혈안이 되어 위험한 폭주를 멈추려 하지 않는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무조건적인 대화가 아니다. 김정은을 향한 굴종과 구애는 지난 5년만으로도 충분했다. 핵무기를 머리에 인 채 평화를 말할 수는 없다. 북한인권 개선을 최우선 정책목표로 삼고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확산해야 한다는 그 단순한 진리를 몽골 사막 한가운데서 다시금 결의하며 귀국길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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