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종합대학 등 평양 소재 명문대학에 재학 중인 학생들 사이에서 부모들의 경제적 능력에 의해 대학 생활의 만족도가 크게 차이가 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최고 명문대학은 김일성종합대학, 김책종합대학, 평양 이과대학이 꼽힌다. 최근에는 경제적 부(富)를 쌓기 위해 해외에 나가기 유리한 평양외국어대학과 장철구평양상업대학, 평양의학대학에 대한 선호도가 많이 증가했지만, 김형직사범대학이나 경공업대학의 위상은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다.
평양의 주요 대학들은 개인 성적과 함께 출신성분이 좋아야 하고, 혁명열사 자녀들을 우선 입학시키기 때문에 중앙 간부들의 자식들이 다수를 차지하게 된다. 그런데 이러한 평양 출신들과 지방에서 올라온 고학생들과 생활 수준의 차이가 크다는 것이다.
이들 대학 학생들은 등록금과 교재비, 기숙사 비용 등은 전액 국가에서 지급된다. 그러나 이들이 입는 옷과 저녁을 먹는 식당, 사용하는 전자기기 등은 차이가 크다.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지방에서 올라온 명문대 학생들에게 지방의 부모가 송금하는 액수가 한 해 중국 돈으로 2만 위안(한화 약 330만 원)에 달한다. 졸업까지는 적어도 7, 8만 위안(한화 1160~1320만 원)을 보내야 한다는 것이다. 지방에서 웬만한 간부 자제도 감당하기 힘든 액수다.
이러한 돈은 재정 상황이 넉넉지 않은 담당 교수들을 위해 돈을 거둬서 주는 비용과 개인이 먹고 쓰는 비용이 모두 포함된다.
특히 시험을 보는 시기에 매 과목마다 잘 봐달라며 시험비용을 지급하는 것이 거의 관례처럼 되면서 이 비용이 만만치 않다고 한다. 여기에 돈을 내지 못하면 성적을 보장받지 못하고, 동료들 사이에서도 눈총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평양의 소비문화가 빠르게 발전하면서 평양 대학생들의 옷차림과 음식문화도 하루가 다르게 바뀌고 있다. 문제는 평양 고급 간부들과 돈주의 자제들의 씀씀이가 워낙 크다 보니 지방 출신들과 격차가 너무 벌어진다는 점이다.
이 고급 간부 자제들은 대학에서 의무적으로 수행하는 평양시 건설 현장이나 농장 파견 노동도 돈으로 면제받는 경우가 많다.
김일성종합대학 학생들이 학교 수업을 위해 만나면 지금 입는 옷이나 물건이 무슨 제품이고, 어제 저녁 어느 식당에 가서 무엇을 먹었는지 큰 관심사라고 한다. 돈의 씀씀이가 얼마나 되는지가 학업 성적보다 더 큰 관심사라는 한탄까지 나온다.
평양에서 대학을 다녔다는 임철규(가명·2017년 입국) 씨는 18일 데일리NK에 “평양 간부 자녀들은 청류관이나 해당화관 등에 가서 말 그대로 돈을 펑펑 쓰고 온다”면서 “또한 이들은 ‘족구나 축구를 하면서 내기를 걸고 진 사람이 이런 고급 음식점을 통째로 빌리기도 한다’는 이야기를 자랑스럽게 하고 다녔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대학 생활에 들어가는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과외를 하는 대학생들도 많다. 북한 사교육 시장이 활발하다 보니 김대나 김책공대 학생들은 전문 교사들보다 못하지만 한 달에 20∼30달러를 받을 수 있다고 한다.
과외를 하기 위한 인맥이나 배경이 없는 학생들은 시장에서 인조고기나 두부밥 같은 장사를 하며 생활비를 버는 학생들도 있다고 소식통들은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