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돼지고기 가공시장 발달…소시지 생산업자 급증”

진행 : 북한 경제 상황을 알아보는 ‘장마당 동향’ 시간입니다. 오늘 이 시간에도 두 번에 걸쳐 흥미있게 들었던 돼지 축산이야기를 해 볼 텐데요. 우선 설 기자, 이번 시간에는 무슨 이야기를 해주실 건가요?

기자 : 네. 식생활문제에서 직접적으로 연결된 고기 유통 시장에 대해서 설명해 드려야 될 것 같아요. 그러니까 이 시간에는 가축돼지가 시장에 유통되어 판매되는 과정을 자세히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진행 : 유통을 시키려면 가축을 잡아야 되잖아요. 여기서는 ‘도축’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데, 북한은 어떤가요?

기자 : 북한도 비슷해요. 바로 도살이라는 말을 사용하죠. 흥미로운 점은 여기에도 시장이라는 용어가 합쳐져서 쓰이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냥 시장정도가 아니라 평양시를 비롯한 대도시 종합시장 고기 매대와 직접 연결된 소비시장이라고 말할 수 있는데요. 즉, 돼지 축산업의 과정과 결과를 추적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진행 : 지금까지 돼지축산업 사료시장과 모돈시장 이야기, 정말 흥미 있게 들었는데요. 이 외에 도축 부분에도 시장 개념이 구축되어 있다는 말씀인데, 자세히 설명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기자 : 한마디로 도살이라는 개념은 가축을 잡아 육류상품으로 시장에 유통하는 것을 말하는데요. 개, 닭, 오리, 염소, 돼지 등 집짐승들을 구매하여 고기와 내장으로 분류하는 사람들을 도살업자라고 합니다. 도살업자들이 집짐승들을 구매하여 시장에 도매하는 과정, 이게 바로 도살시장이라고 볼 수 있는 거죠. 만만한 일은 아닙니다. 새벽 일찍 집을 떠나 자전거를 타고 주민이 살고 있는 주택이면 어디든 찾아가야 하기 때문이죠. 도살업자의 하루 이동 거리는 백리 정도 될까요?

진행 : 100리요? 100리라면 40여 km 정도 되는데, 정말 힘든 직업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기자 : 그런 면에서 북한 상인들은 정말 강인한 정신을 가졌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다만 도살업은 혼자서는 할 수 없어요. 이는 도살, 판매 과정이 복잡하게 얽혀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부부가 같이 하거나 형제, 혹은 가까운 친구들이 합영하는 것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여기서 부부가 함께 하는 경우 아내가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아요. 새벽에 자전거를 타고 수 십리 밖 주민세대를 돌면서 구매한 70키로(kg) 돼지를 싣고 집으로 오는 겁니다. 그러면 기다리던 남편이 돼지를 도살하는 것이죠. 여기서 여자들끼리 동업을 하는 경우에는, 여성이 직접 도살하기 위해서 칼을 들기도 합니다.

진행 : 시장화 사회에서의 북한 여성들의 강인함을 엿볼 수 있는 것 같네요. 궁금한 게 또 있는데요. 한국은 돼지껍데기를 따로 팔기도 해요. 물론 정말 싸게 팔고 있는데, 북한은 어떤가요?

기자 : 80년대, 90년대 초 만해도 가죽을 벗기는 게 도살 규칙이었어요. 하지만 90년대 말 돼지축산이 시장화 되면서 ‘물 튀기’라는 말이 나왔는데요. 뜨거운 물에 털을 뽑는다는 건데, 가죽채로 돼지고기를 손질하는 방법입니다. 시장 이윤을 더욱 늘리기 위해 도살방법도 달라졌다고 볼 수 있는데요.

이렇게 되자 2000년대 중반 북한 당국은 무조건 돼지가죽을 벗기라는 방침을 하달된 적이 있었습니다. 국영축산은 마비되고 개인축산이 일반화되어 있었는데, 군수용(用) 가죽이 없다는 게 이유였어요. 군인들의 신발이나 혁띠(혁대)가 다 돼지가죽으로 만든다는 것을 그때 주민들이 깨달은 겁니다.

진행 : 북한 당국 스스로 체제의 민낯을 드러낸 것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기자 : 전연초소에서 복무하는 군인들에게 공급할 원자재가 없다는 ‘1호보고’가 올라갔고, 이에 따라 무조건 가죽을 벗기지 않으면 시장 매대에서 돼지고기를 회수하도록 강제조치가 시행 된 거죠. 여기서 돼지가죽을 벗겨 국영수매소에 가면 국정가격으로 가격을 계산해주었는데요. 몇 백원 정도였습니다. 그걸 시장에 도매해도 그보다 몇 배를 벌 수 있는데, 누가 가죽을 벗기겠어요? 결과적으로 도살업자들의 암묵적인 반발로 당국의 돼지가죽 벗기기 조치는 흐지부지되고 말았습니다.

진행 : 이렇게 부랴부랴 방침이 내려올 정도였다면 돼지 시장이 얼마나 컸는지 짐작할 수 있겠는데요. 유통 과정을 설명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기자 : 돼지 내장은 바로 순대 전문업자들이 그 자리에서 통째로 도매가격으로 가져가요. 족발 같은 경우에는 출산부들이 보신용으로 직접 가져가기도 하구요. 일반적으로 돼지 고기를 구분해 놓으면 동네 사람들이 직접 와서 구입하거나 시장고기 매대 상인들에게 넘겨지게 되는 겁니다.

일반적으로 시장에 고기를 도매하지만, 명절이 다가오면 약간 다른 모습을 띱니다. 평양을 비롯한 큰 도시들에서 차판으로 대량 도매하기 때문에 경쟁이 붙습니다. 이처럼 도살꾼들의 구매 경쟁으로 돼지 한 마리 소개비용이라는 말도 있는데요. 누구 집에서 돼지를 팔려고 한다고 소개해주면 5000원, 쌀 한키로(kg) 가격을 받습니다.

진행 : 유통 시장에서 중개인까지 나타나고 있는 셈이네요. 방금 돼지고기가 차판으로 평양에 대량 도매된다고 하셨는데, 왜 이런 현상이 나오는 건가요? 

기자 : 평양은 개인이 돼지를 기를 수 없어요. 혁명의 도시, 수도라는 명목으로 아파트 베란다에서 닭도 키우지 못하게 하거든요. 그런 상황에서 돼지를 가축한다는 건 상상도 못하죠. 평양에서 추방될 일을 누가 벌이겠습니까.

시외주변에서는 돼지를 키우기도 하는데, 인구가 밀집된 평양시장에 턱도 없이 모자라죠. 원래는 평양시에는 국영목장에서 보장해주어야 하지만, 사료난으로 공급체계가 무너진 상황에서는 시장밖에는 믿을 곳이 없는 것입니다.

진행 : 지방보다는 풍족하게 살고 있는 평양 주민들은 마냥 돼지고기만 먹을 것 같진 않아요. 어떻나요? 

기자 : 그래서 평양시에는 돼지고기 가공시장이 발전되었어요. 특히 소세지(소시지) 생산업자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개인 돈주(신흥부유층)들이 돼지고기 소세지를 수입제 못지않게 만들어서 백화점이나 상점, 시장에 도매하는데요. 이들은 병들어 죽은 돼지나 인분을 사료로 먹은 돼지들이 사용합니다. 가격이 싸기 때문이죠.

진행 : 북한 시장이 점점 자본주의 사회와 비슷해져 간다는 느낌입니다.

기자 : 그렇죠. 북한시장에 가보면 아마 더 현실감이 날 건데요. 부위별로 또는 종류별로 소비계층이 다 달라요. 암퇘지 고기가 맛있다고 인식되어 있기 때문에 수퇘지보다 잘 팔리거든요. 또한 시장에서는 소득 수준에 따라 고기를 구매할 수 있도록 비계, 살코기, 뼈를 따로 분리하여 판매하기도 합니다. 하루벌이 주민들은 돼지비계를, 돈주들은 암퇘지 살고기를 구매하는 겁니다. 다만 아직까지 한국에서 인기가 많은 삼겹살이라는 말은 없습니다.

진행 : 네. 돼지 유통과 판매 시장을 돌아보면서 북한 당국이 인민들의 생활은 하나도 책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을 제대로 알아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세 차례에 걸쳐 북한에서 활성화되고 있는 축산업 시장 실태 잘 들어봤습니다. 설 기자, 수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