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다녀온 유흥식 주교

“카리타스는 이념과 종교, 정치를 떠나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는 단체입니다. 북한 정권을 위해서가 아니라 북한 주민들을 위해 지속적인 지원사업을 펴나갈 것입니다.”

국제 카리타스의 대북지원 실무자들과 함께 지난달 27-31일 평양을 방문했던 천주교 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한국 카리타스) 위원장 유흥식 주교는 3일 방북 결과 기자회견에서 “앞으로 대북지원 사업은 한국 카리타스가 주도적으로 추진한다”고 말했다.

교황청 산하 비정부기구(NGO)인 국제 카리타스는 그동안 홍콩 카리타스를 통해 대북지원 사업을 펼쳐오다가 지난해 11월 한국 카리타스에 이 사업을 위임했다. 유 주교는 대북지원사업을 위임받은 뒤 한국 카리타스를 대표해 처음 방북한 셈이다.

국제 카리타스와 협력사업을 추진 중인 민족경제협력연합회(민경련)의 김춘근 부회장의 초청으로 방북했던 유 주교는 평양 시내에 있는 제1인민병원과 육아원, 창광봉사관리국의 식료품 가공공장 등을 둘러보고 왔다. 북측이 좀처럼 공개하지 않는 취약지역이다.

유 주교는 제1인민병원의 경우 소아과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큰 규모의 병원인데도 진료실, 수술실, 응급실 등이 매우 낙후돼 있었고, 보건소 등에서 옮겨온 환자들에게 적절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을 정도로 열악한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국제 카리타스와 한국 카리타스는 이번 방북에서 평양시 제1인민병원에 대한 의료장비 지원을 비롯해 평양 농업과학원 내 무균 씨감자 조직배양실 운영 물품 지원, 평양 이외 지역에 제2의 무균 씨감자 조직배양실 건설, 평양 이외 지역의 병원과 보건부문에 관한 협력사업, 창광봉사관리국 식료품 가공공장 시설에 관한 협력사업 등 5개 항에 합의했다.
유 주교는 “북측 사람들이 드러내놓고 ‘도와달라’ ‘어렵다’고 말하지 않지만 이번 방문에서 그들이 정말 우리의 도움을 간절히 원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장기적으로 볼 때 국제 카리타스의 대북지원 사업은 “선교와 조건없는 지원” 두 가지 방향에서 전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금 당장 선교를 내세울 수는 없지만 장기적으로는 추진하겠다는 의미다.

유 주교와 함께 평양을 다녀온 평양교구장서리 고문인 함제도(74) 신부도 “남과 북이 화해하기 위해서는 조건없는 사랑과 끊임없는 접촉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함 신부는 미국 출신으로 가톨릭 선교수도회 메리놀외방전교회 한국지부장을 맡고 있으며 여러 차례 방북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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