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김정일 비난 낙서, 정치 저항 가능성 표출”

평양에서 최고 권력자인 김정일의 실명을 직접 거론한 비난 낙서가 등장한 것은 최근 북한 내 체제이완 기류가 심상치 않다는 방증으로 해석돼 주목된다.   


특히 ‘혁명의 수도’인 평양에서 만경대 김일성 생가 파손에 이어 잇달아 ‘김(金)씨 왕조’를 직접 겨냥한 저항이 표출된 것이 눈에 띈다.


‘특별공급지역’으로 관리돼 다른 지역보다 비교적 정치의식이 높고 김정일 체제에 대한 충성도가 높았던 평양에서 체제 불만 목소리가 높아진 것은 식량난을 비롯해 계속된 주민통제에 대한 불만이 전 사회로 확산되고 있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실제 경제 대통령 박정희와 대비해 김정일을 비난한 것은 만성적인 경제난에 따른 실망을 엿볼 수 있게 한다. 또한 북한 당국의 통제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발전 등을 알 수 있는 외부정보가 비교적 많이 유입돼 있다는 것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북한 내부 소식통은 29일 데일리NK와 통화에서 “수년전부터 주민들 사이에 ‘박정희가 똑똑하다. 영화에서 나오는 남조선 도로는 박정희 때에 다 건설된 것’이라는 말이 나돌았다”며 “가까운 사람들끼리 모여 앉으면 ‘백성들을 잘 먹이고 잘 살게 한다면 독재가 무슨 상관이냐’며 박정희를 높게 평가했다”고 전했다.

최근 북한 주민들의 반(反)체제 현상은 확산일로다. 북한 당국은 최근 비사회주의 현상을 근절하기 위해 집중 검열을 진행하고 있지만 부정부패와 기강해이 등으로 오히려 국가 통제의 한계만 드러나고 있을 뿐이다.


김정일 일가(一家)에 대한 신뢰도 급격히 하락하는 추세다. 특히 장사꾼과 DVD 등을 통해 외부정보를 접한 젊은 층일수록 체제에 대한 불만 목소리도 커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때문에 이번 비난 낙서 사건은 김정일 체제에 대한 불만이 점차 행동으로 나타나고 있음을 뜻한다. 화폐개혁 실패 이후 이어진 경제난에 대한 피로감과 불만 누적은 3대(代)세습 구축 움직임이 본격화되며 극에 달하고 있다. 


이와 관련 박영호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데일리NK와 통화에서 “외부정보가 유입되면서 북한 내부 상황이 이완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김정일 비난 낙서’는 불만을 속으로만 삭이지 않고 행동에 나서고 있는 작지만 하나의 징후”라고 풀이했다.


박 연구위원은 이어 “당장 외부정부가 유입돼 재스민 혁명과 같은 민주화 투쟁이 일어날 가능성은 없지만, 동시에 김정일 체제가 완전히 탄탄하지만은 않다는 표징”이라면서 “위협을 느끼면서도 불만을 표출하는 정치적 저항이 나타날 수 있는 가능성이 엿보이는 대목”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