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한 평양에서 젊은층을 중심으로 한국산 중고옷부터 값비싼 점퍼까지, 품귀현상이 나타날 정도로 한국산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인기를 반영하듯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음에도 한국산 제품에 대한 소비층이 확산되고 있다고 소식통이 알려왔다.
평양 소식통은 11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북한 평양에서 최대 시장으로 알려진 통일거리 시장 주변에서 단속을 피해 골목 등에서 장사를 하는 메뚜기 장사꾼들이 주로 남한 제품들을 판매하고 있다”면서 “중고옷은 말할 것도 없고 남한의 여성 고급 잠바(점퍼) 같은 경우에는 현재 30만 원 정도로 지난해에 비해 두 배로 뛰었지만(올랐지만) 없어서 못 팔 지경”이라고 전했다.
이어 소식통은 “현재 북한쌀 1kg 가격이 5000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는데, 30만원이면 쌀 60kg을 살 수 있는 큰 돈이다”면서 “일반 주민들에겐 아주 큰 돈이지만 북한에서 돈이 있는 간부들이나 돈주(신흥 부유층)들은 이 정도 돈을 주고 살 능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소식통은 “남한 옷은 질과 촉감이 뛰어나고 무엇보다 디자인 등이 좋기 때문에 북한 전역에 아주 인기가 많다”면서 “북한에 최근 수년간 남한 드라마를 보는 북한 고위층이나 돈주(신흥 부유층)들은 큰 돈을 들여서라도 남한 산 고급 잠바를 구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북한에서 만든 옷은 한번 입으면 늘어지곤 하는데 한국산은 탄력이 있고 몇 년을 입어도 새것처럼 질이 좋다”면서 “한국산을 자주 입어본 사람들은 촉감만으로 바로 한국산인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소식통은 “지난 5월까지는 개성공단 물품들도 공식 시장에서 대놓고 팔기도 하고 옷에 붙어 있는 상표도 떼지 않는 경우도 많았었다”면서 “하지만 이후 (당국에서) 엄격한 통제를 하기 시작해 공식 장마당에서 남한산 제품이 팔리지 않고 시장 밖에 위치한 메뚜기 장사꾼들이 남한산 제품들을 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소식통은 “통일거리 시장 같은 경우에는 이런 메뚜기 장사를 하는 주민들이 지속적으로 늘어 3000명 정도는 가뿐히 넘을 것 같다”면서 “이곳에는 다양한 한국산 제품들이 팔리고 있기 때문에 주민들은 ‘메뚜기장을 한 바퀴 돌면 ‘고양이 뿔’ 빼고 다 살 수 있다’는 농담도 한다”고 덧붙였다.
소식통에 의하면, 북한 고위 간부와 돈주, 유명한 예술인들은 과거부터 한국에 있는 중국 조선족과 연계된 장사꾼들을 통해 한국 물품을 대량으로 구입해왔다. 그들은 ‘돈의 액수’ 보다는 ‘품질과 유행’에 따라 물품을 선택한다는 것이 소식통의 설명이다.
또한 일부 눈치 빠른 장사꾼들은 이런 추세에 맞춰 살림집(주택)을 상품을 진열할 수 있는 상점으로 개조해 장사를 하고 있다. 이곳에는 단속을 해야 할 보안원들이 먼저 찾아가 한국산을 몰래 구입해 가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소식통은 “물건이 많고 질이 좋기로 소문난 곳에서는 하루에 달리기(직접 전국을 돌며 지역 시장에 공급하는 도매상인)가 50~70벌씩 가져가는 경우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면서 “위(당국)에서는 고위 간부들도 자주 찾아가자 집 안에서 이렇게 물건을 대량으로 파는 것에 대해 문제시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소식통은 “이런 상황이다 보니 간부들뿐만 아니라 일반 주민들까지 이런 곳에 자주 드나들고 있다”면서 “워낙 한국 제품이 유행이고 너도 나도 찾으니 이런 유행에 뒤처지지 않으려고 무리를 해서라도 한국 제품을 사는 경우도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평양은 워낙에 간부들도 많고 평양시민이라는 자존심도 세기 때문에 한국 상품 인기 현상이 더욱 심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국산 제품의 가격은 지난해와 비교해 두 배 가까이 올랐지만 쌀과 곡물 가격은 큰 변화 없이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소식통은 올해엔 작황이 좋고 당국이 2호미(군량미) 등을 분배해 물가는 안정적인데 반해 한국산 제품은 수요량은 늘고 있지만 공급량은 적어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