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2019년에 다시금 헌법을 개정하였는데, 2016년 헌법과 비교해보니 약 26개 조가 그 내용이 수정되거나 강화되었다. 2016년 헌법 제114조(최고인민회의 상위임원회에 약간명의 명예부위원장을 두는 내용)는 완전히 삭제되어 2019년 개정헌법은 총 171개 조로 2016년보다 한 개의 조항이 줄었다.
북한의 헌법은 서문과 본문으로 크게 나뉜다. 본문은 제1장 정치(1조~18조), 제2장 경제(19조~38조), 제3장 문화(39조~57조), 제4장 국방(58조~61조), 제5장 공민의 기본권리와 의무(62조~86조), 제6장 국가기구(87조~167조) 제7장 국장, 국기, 국가, 수도(168조~171조)으로 분류된다. 본문 중 가장 많은 조항을 차지하는 것은 제6장의 국가기구 부문으로 총 81개 조항으로 본문의 거의 절반 가까이 차지한다.
각 장의 수정현황을 보면, 제1장 정치는 4개 조항이 수정되었는데 2개조(제4조, 제8조)는 ‘근로인테리’를 ‘지식인’으로 단순하게 용어 변경한 것이다. 반면 다른 두 개 조(제3조, 제13조)의 수정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제3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은 사람중심의 세계관이며 인민대중의 자주성을 실현하기 위한 혁명사상인 주체사상, 선군사상을 자기활동의 지도적 지침으로 삼는다”에서 ‘주체사상, 선군사상’이 ‘위대한 김일성-김정일주의’로 바뀌었다. 대동소이한 의미 같지만 아니다. 김정일주의는 통상 ‘김정일애국주의’로 대변된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이는 ‘선군사상’을 지도적 이념에서 배제시킨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와 연관되어 2019년 개정헌법에서는 의도적으로 ‘선군’ 관련 용어들을 다 삭제시켰다.
제13조는 2016년의 ‘청산리 정신, 청산리방법’을 ‘혁명적사업방법’으로 수정하였다. 이 조항은 정치부문에 속해 있지만 내용상 경제에 가까운 것으로 경제방침의 전환을 가져오는 것인데, 이는 경제부문에서 다시 나오기에 바로 뒤이어 다루기로 한다.
제2장 경제에서는 총 4개 조가 수정, 변경되었다. 제26조에는 ‘정보화’를 첨부시켰고 제27조는 ‘기술발전’을 ‘과학기술력’으로 구체화하며 “과학기술력은 국가의 가장 중요한 전략적 자원”, “국가는 모든 경제활동에서 과학기술의 주도적 역할을 높이며”로 기술하여 ‘과학기술의 주도적 역할’을 크게 강조하였다. 북한의 경제시스템 변화를 추적할 수 있는 헌법 조항이 바로 제33조이다. 이 조항은 “내각의 역할을 결정적으로 높인다”라는 내용을 삽입시켰다. 물론, 이미 2016년 헌법에도 내각을 ‘최고주권의 행정적 집행기관이며 전반적 국가관리기관이다’(제123조)라고 명시하고 있고 12가지 권한(제125조) 중 국가의 인민경제발전계획을 작성 및 실행하는 권한과 공업, 농업, 건설을 비롯한 모든 부문의 사업을 조직집행하는 권한이 주어진 것을 보게 된다.
그럼에도, 2019년 개정헌법 제33조의 ‘내각의 역할을 결정적으로 높인다’에 주목하는 것은 그 다음의 경제 시스템의 변화양상 때문이다. 이것이 2019년 개정헌법 경제부문에서는 가장 획기적이라 할 수 있다. 제33조, ‘대안의 사업체계’에서 ‘사회주의 기업책임관리제’로의 전환이다. ‘대안의 사업체계’ 시스템은 실질적으로 당이 주도하는 것이다. 반면, ‘사회주의 기업책임관리제’는 말 그대로 기업에게 ‘실제적 경영권’을 보장해주는 것이다. 국가가 제시한 생산목표를 채우면 그 외의 부분은 기업이 자율적으로 생산, 판매를 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관리 감독을 당이 아닌, 내각에 직접 맡기겠다는 의미로 조항 서두에 ‘내각의 역할을 결정적으로 높인다“고 못 박은 것이다.
즉, 이 조항은 북한의 경제사업이 기존의 당과 군부의 소관에서 내각으로 이관되었음을 확인시켜주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더불어, 제36조는 대외경제관계, 대외무역관계의 폭을 상당히 확장시켰음을 보게 된다. 기존의 ‘완전한 평등과 호혜의 원칙’에서 ‘대외무역에서 신용을 지키고 무역구조를 개선하며’로 수정한 것을 보면 말이다. 이러한 조치가 북핵 포기 이후 전개과정인지, 비핵화와 별도의 공세적 경제정책인지는 두고 볼 일이다. 이 조항은 결국, 북한이 2019년에 틀어쥐어야 할 강력한 보검이 ‘자력자강’, ‘자력갱생’이라고 내세우고 있지만 경제발전의 마중물이 외자유치임을 스스로 자인한 셈이다.
제3장 문화부문에서는 8개 조항이 수정 변경되었다. 총 19개 조항인 것을 감안할 때, 가장 큰 폭으로 수정되었음을 보게 된다. 하지만, 그 내용이 바뀌었다기보다는 좀 더 강화되었다고 할 수 있는데, 특이점은 ‘과학기술인재’를 각 조항마다 삽입시킨 것이다. 제40조는 ‘온 사회를 인테리화’를 ‘전민과학기술인재화’로 변경하였고 제41조는 사회주의적 문화건설에 있어서 ‘주체성의 원칙’, ‘력사주의원칙’과 더불어 ‘과학성의 원칙’을 포함시켰다. 제46조는 교육체계발전 및 교육방법의 개선을 통해 ‘유능한 과학기술인재들’을 키워내야 한다고 적시했다. 제50조에서는 과학연구사업에서 ‘과학연구부문에 대한 국가적 투자를 늘리고’라는 내용을 포함 시켰다.
이처럼, 제3장 문화부문에서는 과학기술, 과학기술인재, 과학연구에 모든 국가적 역량이 집중되었음을 보게 된다. 교육부문에 있어서 가장 주목되는 것은 제45조로, ‘전반적 11년제 의무교육’을 ‘12년제 의무교육’으로 교육시스템을 바꾼 것이다. 해당 조항에는 ‘현대과학기술발전추세’와 ‘사회주의건설의 현실적 요구’에 맞게 전환된 것이라고 하지만, 이미 2012년에 김정은이 12년제 의무교육으로 개편했다는 것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2019년 헌법이 개정되기에 앞서, 북한은 매우 이례적으로 세 차례나 헌법을 개정하였는데, 이제야 헌법에 12년제 의무교육으로 수정했다는 사실이다.
제4장 국방부문은 2개 조항이 수정되었다. 2016년 헌법 제59조는 조선인민군대의 사명으로 다음과 같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무장력의 사명은 ‘선군혁명 로선(노선)’을 관철하여 혁명의 수뇌부 보위하고 근로인민의 리익(이익)을 옹호하며 외래침략으로부터 사회주의제도와 혁명의 전취물, 조국의 자유와 독립, 평화를 지키는 데 있다” 2019년 개정헌법에서 이 조항은 ‘선군혁명 로선을 관철하여 혁명의 수뇌부’가 ‘김정은 동지를 수반으로 하는 당중앙위원회를 결사옹위하고’로 바뀌었다. 여기서도 ‘선군’이라는 용어를 의도적으로 삭제한 것을 볼 수 있다.
제60조는 ‘군대와 인민을’이 ‘인민들과 인민군장병들’로 변경되었다. 이 조항에서도 군대보다 인민을 앞세우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그냥 넘어갈 수도 있는 아주 지엽적인 사안인 것 같은데도 아주 꼼꼼하게 선군의 흔적을 지우는 것이 역력하다. 국방 및 군대(군부)는 헌법 본문 제6장 국가기구에 속하지 않기에 헌법 조항도 매우 짧은 것으로 보인다.
제5장 공민의 기본권리와 의무는 한 개 조가 바뀌었는데, 단순히 용어 변경이다. ‘불구로’를 ‘신체장애로’로 수정하였다. 용어 정화 차원으로 보여진다.
제6장 국가기구부문은 6개 조가 수정되었는데, 전체가 81개 조인 것을 감안할 때 수정된 폭이 매우 좁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정은과 직접 관련된 조항들이 많아서 가장 관심을 집중되는 부문이다. 먼저, 제6장 국가기구의 구조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제6장은 6개의 절로 나뉘어진다. 제1절 최고인민회의, 제2절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위원장, 제3절은 국무위원회, 제4절은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제5절은 내각, 제6절은 지방인민회의이다.
지난 7월 11일, 북한이 자발적으로 북한개정헌법 전문을 공개한 이후, 가장 큰 이슈가 되었던 것이 제6장 제2절이고 그중에 제100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위원장은 국가를 대표하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최고령도자이다”이다. 2016년 헌법에는 ‘국가를 대표하는’이라는 문장이 없었다. 이에 많은 전문가들은 ‘국가를 대표하는’에 상당히 큰 의미를 두고 해석을 하였다. 급기야는 ‘정상적인 지도자로의 행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 같은 해석이 주류를 이루었다.
또한, 제103조 국무위원회 위원장의 임무와 권한 중 “다른 나라와 맺은 중요조약을 비준 또는 폐기한다”에 주목하며 기존의 이 권한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의 권한이었는데, 이제는 북미정상회담의 장본인으로서 김정은이 직접 챙길 것이라는 해석들이 쏟아져 나왔다.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헌법상으로 여전히 ‘국가를 대표’(제116조) 하지만 이전의 다른 나라와 맺은 조약을 비준, 폐기하는 역할보다는 단순히 다른 나라의 사신의 신임장, 소환장을 접수하는 일로 그 역할이 제한될 것이라는 분석들을 내놓았다.
여기에 반론을 제기한다. 엄밀히 따져보면, 2016년 헌법에서도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에게 “다른 나라와 맺은 조약을 비준 또는 페기한다”라는 권한이 주어지지 않았다. 이 권한은 분명히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의 19가지 임무와 권한 중 하나로 14번째에 속할 뿐이다. 상임위원회 위원장에 대해서는 별도로, 제116조에 그 역할이 제시되는데, 하나는 상임위원회 사업을 조직지도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국가를 대표하며 다른 나라의 사신의 신임장, 소환장을 접수하는 일이다.
한편,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대해서는 이미 2016년 헌법 제103조 국무위원장의 임무와 권한 7가지 중에 네 번째로 “다른 나라와 맺은 중요조약을 비준 또는 폐기한다”라고 분명히 명시되어 있다. 다시 말해, 2019년 개정헌법 제100조에 ‘국가를 대표하는’이라는 새로운 문장이 적시되기 전에도 이미 그와 같은 권한을 국무위원장은 행사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다. 이와 별개로, 북한이 ‘당-국가체제’임을 인지한다면 이 문제 가지고 그렇게 소란 떨 일이 아니었다. 북한에서의 ‘국가’의 개념은 우리가 받아들이는 국가와는 많이 상이하다.
북한의 정치체제는 국가 위에 당이 존재한다. 또한, 헌법 위에 당규약이 있다. 그래서, 기존 북한 헌법에서는 당에 대해서는 단 한 글자도 적시하지 않았다. 그런데, 2019년 개정헌법에서는 딱 한 번 기술한다. 앞서 본 국방부문의 제59조로 조선인민군(무장력)의 “사명은 위대한 김정은 동지를 수반으로 하는 ‘당중앙위원회’를 결사옹위하고”에서 ‘당중앙위원회’이다.
북한의 정치체제 속성을 감안하고 ‘국가’라는 개념을 이해하며 북한 헌법을 살펴봐야 한다.
분명히, 헌법에서는 ‘최고인민회의’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최고주권기관’이다(제87조)라고 선언한다. 최고인민회의는 17가지의 권한을 행사한다(제91조). 그 중, 5번째가 “국무위원회 위원장(김정은)을 선거 또는 소환하는 권한이다.
하지만, 유념할 것은 국방 및 조선인민군대를 직접적으로 지도하는 권한은 일체 없다. 국방에 대한 지휘는 국무위원장의 고유권한이다. 제102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위원장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무력총사령’관으로 되며 국가의 일체 무력을 지휘통솔한다” 2016년 헌법은 ‘전반적 무력의 최고사령관’이라고 표기했었다. 제103조 국무위원장의 권한 7가지 중 여섯 번째, 일곱 번째가 직접 국방과 관련된 권한이다. 6) “나라의 비상사태와 전시상태, 동원령을 선포한다”. 7) “전시에 국가방위위원회를 조직지도한다”이다. 물론, 1)“국가의 전반사업을 지도한다”와 2) “국가의 중요간부를 임명 또는 해임한다”도 군부가 포함된 것이다.
특이점은 헌법에서 국방에 대한 지휘 권한은 국무위원회와도 전혀 공유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개정된 제106조를 보면 분명해진다. 제106조는 “국무위원회는 국가주권의 ‘최고정책적지도기관’이다”라고 명시해놓고 있다. 그런데, 2016년 헌법에서는 국무위원회를 국가주권의 ‘최고국방지도기관’이라고 적시했었다. 2019년 헌법이 개정되면서 국무위원회의 국방관련 권한이 전면 배제된 것이다.
제109조는 다시 한번 이 사실을 확인시켜준다. 제109조 국무위원회 권한 3개 중 첫 번째 권한이 “국가의 중요정책을 토의 결정한다”이다. 이것은 2016년 헌법에는 ‘국방건설사업을 비롯한 국가의 중요정책’이라고 되어 있다. ‘국방건설사업’이 삭제된 것이다. 이런 점에서 2019년 헌법은 국무위원장과는 달리, 국무위원회는 북한 군부에 대한 일체 지휘권이 사라졌음을 보여준다. 이 또한 2019년 북한개정헌법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내용이라고 간주된다. 이것은 무엇을 시사해주는가. 첫째, 국무위원장이 하나의 기관의 성격을 보인다는 것이다. 둘째, 군부의 지휘권은 전적으로 당의 소관이라는 것이다.
헌법만 보고 북한의 지휘체계 및 통치시스템을 파악하려 한다면 적지 않은 오류가 발생한다. 왜냐하면, 앞서 기술한 대로 최고인민회의는 국무위원장을 선거 및 소환할 권한(제91조)이 있고 국무위원장은 자기 사업에 대하여 최고인민회의 앞에 책임을 져야하는 임무(제105조)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2016년 헌법 제115조는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임무와 권한 19가지를 적시했는데, 그중에 “헌법, 최고인민회의 법령, 결정,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위원장 명령, 국무위원회 결정, 지시를 페지하며 지방인민회의의 그릇된 결정집행을 정지시킨다”는 권한도 있다.
그런데, 2019년 개정헌법에서는 그 차례를 뒤바꾸어 놓았다. “헌법,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 위원장 명령, 최고인민회의 법령, 결정, 국무위원회 결정, 지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정령, 결정, 지시에…”라고 말이다. 2019년 개정헌법에서는 ‘국무위원장의 명령’을 ‘최고인민회의 법령’, 결정보다 앞에 둔 것이다. 이 변화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여기서 제100조의 ‘국가를 대표하는’ 의미가 조금은 드러나기 때문이다. 2019년 개정헌법은 국무위원장을 국가를 대표하는 기관으로 내세웠다. 따라서, 국무위원장의 명령을 최고인민회의 법령, 결정보다 앞에 위치시킨 것이다. 하지만,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여전히 헌법보다는 앞서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과연 김정은의 정치적 지위, 지도적 위치를 북한 헌법 아래 둘 수 있겠는가. ‘국무위원장’의 직함만으로는 그렇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북한은 ‘당-국가체제’이다. 북한 헌법보다 상위법인 ‘당규약’이 있고 김정은은 당의 전권을 행사하는 ‘당위원장’이라는 직함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2019년 북한 개정헌법을 통해 무엇을 간파해야 하는가. 북한은 헌법에는 국방전략 및 경제정책이 녹아있다. 헌법 서문에는 다시금 ‘핵보유국’임을 천명했고, 신론적 통치구조(수령영생법의 강력한 법제화)를 강화시켰다. 본문에서는 ‘자력자강’을 밀어붙이면서 슬며시 외자유치 준비 체계를 갖추는 것을 볼 수 있다. 북한이 지난 4월에 이어 이달 29일에 최고인민회를 다시금 연다고 하는데, 정례적인 일이다(제92조, 1년에 1~2회 소집). 다시 헌법을 뜯어고치지는 않을 것이다. 제91조 최고인민회의의 권한(17가지)을 살펴볼 때, 국가기관장들의 교체(선거, 소환) 및 대내외정책 수립 및 경제정책 심의, 국가 예산 집행 정도가 아닐까 본다. 북핵 관련, 대외정책에서 북미관계를 과연 어떻게 설정한 것인지가 자못 궁금해진다.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