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정미공장, 중국 업자와 합영계약…돌격대 동원해 직장 건설중

3년간 수익 보장한 후 공정 설비 北 소유로 전환 계약 체결…소식 들은 평양 시민들 '코웃음'

지난해 가을 낟알털기(탈곡) 작업을 진행 중인 평안남도 숙천군의 모습.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 평양정미공장이 지난달 중국 개인업자와 합영 계약을 맺고 현재 별도 공장터에 합영 직장 건물을 새로 짓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 등으로 인한 재정난, 외화난 속에서 외국의 자본과 기술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편으로 합영사업을 적극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평양 소식통은 29일 데일리NK에 “평양정미공장이 지난달 중국인과 합영 계약을 맺어 부지를 내주고 오는 9월 말 10월 초까지 공정을 들여와 운영 준비를 마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며 “이에 따라 현재 평양시 돌격대 1개 중대가 달라붙어 1개 합영 직장 건물을 짓고 있는 중”이라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평양정미공장은 1, 2, 3차의 정제 과정을 거쳐 정미한 최상품 쌀을 중앙당 간부 등 이른바 ‘1호미’ 배급 대상들에게 공급하기 위해 지난달 중순 중국 개인업자와 합영 계약을 체결했다.

중국 업자가 설비와 자재를 대고 공장은 토지와 노동력을 제공한다는 계약에 따라 실제 현재 공장 한편에는 새로운 합영 직장이 꾸려지고 있는데, 벼를 탈곡해 찧을 시기가 되는 올해 가을까지 건설을 끝내겠다는 목표로 100~150명가량의 돌격대원들을 동원한 상태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이번 합영 계약 내용을 보면 중국인은 내각 보증하에 향후 3년간 수익을 챙겨간다고 돼 있다”며 “3년간 합영 직장 노력(인력)들의 일공비(인건비)도 내각이 보장하고, 들여온 설비로 일등품을 생산해내는 것에 대한 대가도 내각이 책임지고 돈(위안)으로 준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3년 후에는 중국 업자가 들여온 모든 공정 설비가 북한 소유로 전환된다는 내용이 계약에 포함돼 있다고 소식통은 덧붙였다.

특히 북측은 중국 업자와의 계약 과정에서 평양정미공장 내 미량원소를 생산하는 연구소를 설립하는데 투자하면 3년 뒤에도 공정 설비에 대한 80%의 소유권을 주겠다는 제안을 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그러나 중국 업자는 북측이 앞으로 3년간 수익을 제대로 보장해주고 계약을 준수하는지 보고 그때 가서 연구소 설립에 투자할지 안 할지를 결정하겠다고 답했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소식통은 “평양정미공장에서는 합영 직장으로 좋은 결과물이 나오면 다른 이 시범 사례를 일반화해 다른 정미공장들에도 외국의 설비를 들여다 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면서도 “일단 현재로서는 1호미 대상들을 위한 합영이니 외부에 이 사실을 알리지 말라고 종업원들을 입단속 시키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평양정미공장이 중국 업자와 합영 계약을 맺었다는 사실은 금세 평양 시내에 소문으로 퍼진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소식을 접한 평양 시민 대부분은 코웃음을 치며 “중국인이 또 당했다”며 혀를 찼다고 한다.

실제 평양 시민들은 대동강텔레비전수상기공장과 평양소주공장의 합영 사례를 예로 들면서 “그동안 합영 직장에서 만들어진 현물을 세관에서 못 내가게 하는 식으로 오그랑수(겉과 속이 다른 말이나 행동으로 나쁜 일을 꾸미거나 남을 속여 넘기려는 수법)를 써 제대로 수익을 보장 안 해줬는데 현물도 아닌 돈을 제대로 쳐주겠느냐”면서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는 것이다.

더욱이 시민들은 “통신 협약을 맺은 에짚트(이집트) 기업이 처음에는 딸라(달러)로 받다가 후에 국정환율로 쳐서 국돈(북한돈)을 주는 바람에 폭삭 망한 일도 있지 않았냐”며 “정미 비용을 비(위안)으로 쳐준다는데 국정환율로 쳐줄지, 시장환율로 쳐줄지, 중국 개인업자가 요구하는 대로 쳐줄지 모르겠다”고 말하기도 했다는 전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