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에 ‘김정일 사람 굶겨 죽였다’ 공개 낙서

북한 평양에서 김정일을 비방하는 낙서가 발견돼 보안 당국에 대대적인 비상이 걸렸다고 평양에 거주하는 내부소식통이 28일 전해왔다. 


지난달 평양 만경대의 김일성 생가 대문 한쪽이 분실돼 주상성 인민보안상이 철직된 사건에 이어 김정일 실명 비난 낙서까지 등장하자 당국뿐만 아니라 주민들도 술렁이고 있다고 한다.


평양에 거주하며 중국 단둥(丹東)시를 왕래하는 이 소식통은 “6월 24일 평양철도대학 담장에 김정일을 비방하는 낙서가 발견돼 국가보위부와 보안부에 비상이 걸렸다”며 “워낙 사건이 쎄니까 주민들 사이에 입소문이 금방 퍼졌다”고 데일리NK에 전했다.


소식통은 철도대학 담장에 ‘박정희·김정일 독재자, 박정희 나라경제 발전시킨 독재자, 김정일 사람들 굶겨 죽인 독재자’라고 씌여져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 글자 당 B4(257X364mm)용지 크기 정도로 적힌 낙서는 빨간 벽돌로 된 철도대학 담장에 흰색 분필로 써져 눈에 더욱 잘 띄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보안 당국은 낙서가 발견된 직후 범인이 지방으로 도주하는 것을 막기 위해 3일간 공무(公務) 이외의 유동 인구를 철저히 통제했다.


소식통은 “낙서를 한 주범을 잡기 위해 평양사람들은 물론 외부인원에 대한 단속과 검열을 진행해 27일 오전까지 사흘간 기차표 발매도 금지됐다”면서 “가정사로 평양을 방문하거나 군복무를 하는 자식을 면회 왔다가 돌아가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북한 당국은 범인색출을 위해 국가보위부와 인민보안부 합동 수사대를 꾸려 철도대학 학생들과 지방에서 올라온 사람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이고 있다. 더불어 평양역과 서평양역, 평양-평성, 평양-원산, 평양-간리 간의 도로들을 차단해 검문검색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또한 “평양에서 장사를 하는 사람은 통행증 없이 평성 도매시장에 갈 수 있는데 이마저도 차단하는 바람에 제대로 장사 물건도 구하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평양철도대학은 형제산구역 하당 1동에 위치해 있는데 정문 앞을 제외하고는 가로등이 설치돼 있지 않다. 또한 이 구역은 ’10만 살림집’ 건설지역으로 주변 건물들이 대부분 철거돼 유동인구도 적은 편이다. 낙서가 써진 시간은 인적이 뜸한 심야로 추측된다.


철도대학은 철도 분야의 엔지니어들을 양성하는 기술전문 대학으로 비교적 우수한 인재들이 몰린다. 철도대학에는 철도운영학부, 철도기계공학부, 철도건설학부, 철도전기공학부 등 학부에 30여 개의 강좌가 개설돼 있고, 자체 과학연구소와 박사원까지 갖춰져 있다.  

소식통은 “수사대는 철도대학 학생들을 중심으로 수사망을 좁히고 있다”면서 “지방도 아니고 평양 공개장소에 낙서사건이 벌어져 피바람이 불 것 같다”라고 말했다. 


한편, 계속되는 경제난과 각종 검열에 주민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기는 하지만 적대국가인 한국 대통령과 김정일을 비교해 비판하는 낙서가 평양 한복판에 써진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평양 출신 한 탈북자는 “철도대학 벽에 낙서를 했다는 것은  공개적으로 김정일을 비난하는 행위를 한 것으로 봐야 한다”면서 “북한 주민들이 김정일과 박정희 전 대통령을 비교한 것은 독재를 받더라도 잘 먹고 잘 살았으면 하는 바람에서 그랬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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