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 국경지대에 폭풍군단의 검열이 몰아치는 가운데 평양에서도 DVD 등 한국과 관련된 제품에 대한 당국의 검열이 부쩍 강화된 것으로 전해졌다. 23일 단둥(丹東)으로 친척방문을 나온 김모 씨는 “평양에서 호된 검열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예전부터 있었던 109그루빠의 검열이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며 “심지어 밤에 느닷없이 찾아와 CD·DVD와 녹화기 등을 수색해서 황색(포르노물)이나 한국 것이 나오면 봐주는 것 없이 무조건 잡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원래 국가보위부나 인민보안부에서 (검열이) 나오면 돈을 주고 넘어가고는 했는데 요즘에는 보위부, 보안부, 보위사령부에서 각각 한 명씩 파견돼 나오기 때문에 걸리면 빠져나가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평양 소식통은 “7월까지만 하더라도 한국 알판(CD·DVD)과 미국 알판을 시청하다 걸리면 시내의 경우 100달러, 주변 구역에서는 5만원에서 10만원을 뒷돈으로 주고 무마시킬 수 있었다”면서 “지금은 이 마저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7월 말 당시 달러당 환율은 2550원 선이었다.
109그루빠는 당 차원에서 조직됐고, CD와 TV 등을 단속하고 있다. 현재 평양에서는 109그루빠를 비롯해 청소년 비행 등을 단속하는 622그루빠, 보위사령부 소속으로 손전화 등을 단속하는 27그루빠 등이 활동 중이다.
그동안 다양한 그루빠가 주민들의 비사회주의 행위에 대해 검열·단속을 벌였지만 뇌물 등을 바치면 단속이 되더라도 풀려나는 경우가 많았다. 시쳇말로 돈 없고 빽 없는 사람들이 본보기로 처벌됐다. 하지만 최근 후계자 김정은이 직접 검열과 처벌 강화 지시를 내림에 따라 그루빠들의 단속 강도도 높아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러한 단속 강화로 한국 상품의 거래는 위축됐지만 인기는 여전하다. 검열을 피해 단골을 대상으로 한 방문 판매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검열의 사각지대라 할 수 있는 간부들의 한국 제품 선호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고 김씨는 전했다.
김 씨는 “집집마다 쿠쿠밥솥이 있는 등 가전제품은 물론이고 옷, 팬티, 양말, 심지어 발냄새 제거제까지도 한국제를 선호하고 있다”면서 “없어서 못 판다”라고 말했다.
김 씨에 따르면 한국 제품들은 해외로 출장을 다녀온 간부들에 의해 유통되기도 한다. 간부들이 귀국길에 한국 제품을 구입해 들여와 공항에 대기하고 있던 장사꾼들에게 넘기면 장사꾼들이 집집마다 방문해 한국 제품을 판매하는 형식이다.
그는 “장사꾼이 시내로 들어와 집집마다 문을 두드리면서 한국 물건 사지 않겠냐고 조용히 물어보는 방식으로 매매된다”며 “그래서 그런 장사꾼들을 일명 ‘똑똑이’라고 부르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