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시민 공급용 양배추에 병해충이?…北, 책임자들 책벌

북한 농업근로자들이 온실남새(채소)와 버섯을 재배하고 있다. /사진=연합

평양시민들에게 공급할 양배추를 생산하는 지방의 남새(채소)농장에서 병해충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평양시민들의 먹거리 문제 해결을 주요 과업으로 내세우고 있는 북한 당국은 곧바로 기술진을 파견해 원인을 조사하도록 하는 한편, 책임자들을 책벌하기도 했다는 전언이다.

함경남도 소식통은 20일 데일리NK에 “평양시 공급으로 정해진 정평군 읍의 남새농장에서 양배추 농사가 흉작이 들어 국가가 지난 13일 시급히 기술진을 파견했다”고 전했다.

정평군 읍의 남새농장은 북한 당국으로부터 평양시민들에게 공급할 양배추와 오이 생산 과제를 받았는데, 이중 양배추가 이름 모를 벌레와 병해충에 의해 뿌리부터 썩어들어가 뭉그러지면서 결국 생산 계획의 40%밖에 수행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해있다는 설명이다.

농장원들은 평양시민들을 위한 채소 공급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방침이라 제대로 관철해내지 못하면 처벌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에 어떻게든 상황에 대처하고자 이리저리 뛰었지만, 결국 방도를 찾지 못하고 지난 6일 결국 당국에 제의서를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소식통은 “이번에 평양시민 남새 보장 방침을 새롭게 받들고 온 나라 남새농장들이 들끓어 ‘계획 미달’로 대충 넘어갈 수 없는 조건이라 농장 일군(일꾼)들은 할 수 없이 위에 보고한 것”이라고 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제의서에는 ‘병해충 피해로 군의 주민들에게 공급할 양배추도 어렵게 되었으며 지금 밭에서 썩고 있는 양배추들을 바삐 수확해 평양시에 올려보낸다고 해도 가는 도중에 다 썩어 버릴 것 같아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달라’는 내용이 담겼다.

북한 당국은 이 같은 농장의 제의서를 받고 급히 식물방역 기술진을 조직해 지난 13일 현지에 내려보냈는데, 곧바로 조사에 들어간 기술진은 보라색 양배추 종자를 뿌리지 않고 토질에 맞지 않는 일반 통이 큰 양배추 종자를 뿌려 곤충과 병해충이 생겨나 흉작이 난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소식통은 “이 농장은 통이 큰 양배추 종자는 여름철에 진드기들이 뿌리에 생겨 수확고를 보장하지 못하는 종자라는 것과 보라색 양배추 종자만이 이 토양에 맞는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지만, 지난해에 종자를 확보 못 해서 이런 실수를 저지른 것”이라고 말했다.

이 문제로 대대적인 사상투쟁 회의가 벌어져 정평군 농촌경영위원회와 남새농장의 관리·책임일꾼들과 기술일꾼들이 비판 무대에 세워졌고, 결국 당 책벌까지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남새농장에서는 현재 소독사업과 함께 밭의 썩은 양배추들을 풀 거름으로 만드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지난달 8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전날(7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13차 정치국 회의가 진행됐다면서 “수도(평양) 시민들의 생활 보장에서 나서는 당면한 문제들이 토의됐다”고 보도했다.

이후 지난달 27일 내각 기관지 민주조선은 내각이 전원회의 확대회의를 열고 제7기 제13차 정치국 회의 결정서에 제시된 과업을 철저히 관철할 데 대한 문제를 다뤘다면서 구체적으로 평양시민들에게 공급할 남새 보장사업을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