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북한 선수단이 연일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가운데 평양 시민들의 관심도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금메달을 딴 선수들의 경기 장면을 녹화 중계로 방영하면서 시민들이 거리에서 경기를 관람한다고 내부 소식통이 전해왔다.
평양 소식통은 2일 데일리NK와 통화에서 “평양 시민들은 지하철, 전차, 버스 등 어딜 가나 남조선(남한)에서 하는 체육경기(아시안게임) 소식에 대한 말뿐”이라면서 “남조선과 한 경기가 방송되면 평양역 앞 형광막(대형 전광판) 주변에 사람들이 모여 관람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지상파 방송 3사(MBC, KBS, SBS)는 북한 주민들도 인천 아시안게임을 시청할 수 있도록 북한에 아시안게임 TV중계권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녹화 실황 중계로 북한 대표 선수들이 이긴 경기만 방영하고 있다. 북한 선수들의 활약을 ‘김정은의 위대성’으로 선전하고, 체체 결속으로 활용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여자축구 준결승전에서 북한 대표팀이 한국을 이긴 경기는 상세히 전하며 녹화 실황 중계로 전·후반 경기를 내보냈다.
북한 김정은은 ‘국가 체육강국 건설’을 주장하며 체육분야에 대한 관심을 보였다. 특히 김정은은 한국에서 열리는 이번 아시안게임에 참가한 북한 남녀축구 대표팀의 연습 경기를 직접 관람, 지도할 정도로 관심을 쏟았다.
이 때문에 아시안게임에 참가한 북한 선수들의 활약에도 불구하고 귀국할 선수들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는 것이 소식통의 전언이다.
평양 시민들은 “이번 체육경기는 남조선에서 진행하는 것 자체도 문제지만 축구 경기를 김정은이 직접 지도했다는 게 더 문제”라면서 “중국이나 다른 나라하고 경기를 해 패하면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일본이나 특히 남조선한테 지면 돌아와서(귀국) 강한 처벌을 받는다”고 말한다고 소식통은 말했다.
이어 “남조선과 경기는 정치대결로 보기 때문에 2등만 해도 비판을 받을 수 있다”면서 “쟤(여자축구 선수)들은 (한국과 경기를 하면서) 긴장을 많이 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평양 시민들이 여자축구에 높은 관심을 보인 것은 체육경기 응원보다는 딸 같은 여자선수들이 지면 어떻게 하나 걱정 때문”이라면서 “아직 젊은 선수들이 남조선한테 한 번 졌다고 비판 받을 것을 걱정해 남의 일 같지 않아 더 응원하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여기(북한)에서 국제경기 총화사업을 보면 남조선, 미국, 일본 순서대로 평가 기준이 따른다”고 부연했다.
북한 여자축구는 전날 진행된 결승에서 일본을 3:1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소식통은 “우승한 여자축구 대표팀 감독과 골을 넣은 선수들에게는 ‘공훈체육인’ 칭호가 수여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또한 다른 지방 선수들은 부모를 모시고 평양에 살 수 있는 거주권이 배정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같은 골을 넣고 똑 같이 금메달을 땄다고 해도 우리는 말을 잘해야 인정 받는다”면서 “다른 종목에서 1등을 하지 못한 체육선수들은 어떻게 될지 모를 일이다. 이래도 걱정, 저래도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여자축구 대표팀이 우승하자 평양에서는 대규모 환영 행사를 준비 중이라고 소식통은 전했다. 북한은 지난달 16세 이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십에서 우승하고 귀국한 축구대표팀에 대한 성대한 환영식을 진행한 바 있다.
한편 북한은 대회 폐막 이틀을 앞둔 이날 현재 금10, 은10, 동13개로 종합 6위에 올라있어 12년 만의 ‘톱10’ 진입을 눈 앞에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