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서 ‘해외 건설노동자 모집’ 소문 퍼져…대북제재 구멍?

중국 랴오닝성 단둥역에서 북한에 들어가는 북한 노동자들. / 사진=데일리NK

유엔 등 국제사회가 북한의 신규 해외노동자 송출을 금지하는 대북제재를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평양에서 건설부대 군인들을 중심으로 ‘당국이 해외파견 건설노동자를 모집한다’는 소문이 퍼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내부 소식통은 3일 데일리NK에 “당국이 내몽골 쪽 해외 건설 노동자를 3년 기한으로 뽑는다는 이야기가 최근 건설부대 군인들 사이에서 나돌고 있다”며 “가려는 군인들은 당연히 토대가 좋아야 하고, 4000~5000달러도 내야한다는 조건이 붙었다”고 전했다.

해외에 나가는 조건에서 일종의 보증금 성격으로 우리 돈으로 약 450~550만 원을 내야한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소식통은 “오히려 이런 소식을 받아든 군인들이 ‘이 정도 돈을 내야 한다니, 나가면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하게끔 유도하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아울러 군인들 사이에서는 ‘해외에 파견된 3년을 군사복무 기간으로 대체할 수 있게 해준다’는 이야기도 돌고 있다고 한다. 다만 해외에 나가 돈을 버는 것이 주된 목적이기 때문에 ‘파견 기간 동안은 입당(入黨) 추천과 같은 혜택은 없다’는 조건도 붙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또한 소식통에 따르면 군인들이 해외에 파견될 경우 당국이 정한 노동시간(하루 8시간, 주말 휴무)에 따른 수입을 전부 정확히 계산해 국가에 바치고, 연장 근로 등으로 얻은 부가 수입은 ‘자체 벌이’로 인정해 각자가 가져갈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도 거론되고 있다고 한다.

특히 북한 당국은 이와 관련해 ‘보통 3년 동안 3~4만 달러(한화 약 3400~4500만 원)를 벌 수 있다’고 선전하면서 군인들을 유인하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현재 북한 내부에서 나타나고 있는 해외파견 노동자 모집 움직임이 향후 실질적인 송출로 이어진다면 이는 명백한 유엔 대북제재 결의 위반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2017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의 6차 핵실험에 대응해 채택한 대북제재 결의 2375호는 북한의 신규 해외노동자 송출을 전면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일부 북한 주민들은 당국의 해외 건설 근로자 모집 소식에 의구심을 내비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소식통은 “어떤 주민들 속에서는 ‘미국 놈들이 불을 켜고 있는데 (노동자들을) 쉽게 할(내보낼) 수 있겠느냐’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 가운데 한편에서는 북한이 안보리 결의를 회피할 수 있는 우회로를 이용해 제재망에 구멍을 내면서 국제사회의 공조를 흔들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 로이터통신 등 미국 언론 보도에 따르면 미국정부는 북한이 그동안 약 10만 명의 노동자를 해외에 파견해 연간 5억 달러 이상을 벌어들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국책연구기관의 한 전문가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지금 북한으로서는 대북제재를 허무는 것이 가장 큰 목표가 아닌가”라며 “그런 측면에서 우회적으로 해외에 노동자를 파견할 준비를 하거나 혹은 이미 실행하면서 제재에 구멍을 뚫고 있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특히 건설과 벌목 분야는 많은 외화를 벌어들일 수 있어 북한이 노동자를 파견하기 위한 우회적 통로를 모색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그렇다면 이는 유엔 대북제재를 상당히 약화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추적하고 차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