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발 ‘새판짜기’ 시동

북한 지도부가 8월 들어 국면전환을 위한 새로운 판짜기에 본격 나서는 양상이다.

북한이 그동안 국제사회의 제재와 고립을 감수하면서 도발을 망설이지 않던 흐름이 8월 들어 ‘선물’을 통한 공세적 평화외교로 뚜렷이 바뀌고 있다.

북한은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을 평양으로 불러들여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면담을 갖도록 하고 북미간 현안들에 대한 ‘대화 해결’에 합의했다고 발표함으로써 ‘대화’를 강조했다.

북한의 이러한 변화를 미국도 제임스 존스 백악관 안보보좌관 등의 발언을 통해 고무하고 나섰다.

존스 보좌관은 지난 9일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 결과를 전하면서 김정일 위원장의 권력 장악에는 이상이 없다는 말로 미국에서 제기되기 시작하던 북한 붕괴론을 가라앉히고 “북한은 미국과 `새롭고 더 나은 관계’를 원하고 있다”는 말로 북한의 대화 메시지를 받았다는 확인 신호를 보냈다.

북한의 정책전환 움직임은 남한을 향해서도 전개됐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지난 10일 방북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을 오래 기다리게 하긴 했지만 결국 16일 면담, 현대아산의 굵직한 대북사업들에 대한 지원을 약속함으로써 결국 현대그룹과 현대그룹의 북측 파트너인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간 5개항의 합의를 담은 공동보도문을 내놓을 수 있게 했다.

특히 이번에 이뤄진 합의들은 민간기업인 현대아산 단독으로 이행할 수 없기 때문에 남한 정부의 수용여부와 후속조치에 따라 향후 남북 당국간 채널의 복원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한 남북경협 전문가는 “이번 합의는 정부와 현대가 보조를 맞춰 이행해야 하는 것이므로, 우리 정부의 대북 회담채널을 복구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북한이 현대그룹과 이야기했지만 종국적으로는 우리 당국까지 염두에 둔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미, 대남 관계 복원에 시동을 건 북한은 전통우방인 중국의 6자회담 수석대표인 우다웨이 외교부 부부장의 방북을 통해 핵문제 해법에 대해 의견을 조율할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미중전략대화에 참석했던 다이빙궈 외교담당 국무위원도 곧 방문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다이 국무위원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매우 호감을 갖고 있어 김 위원장과 면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을 방문해 각급 인사들과 만난 이희옥 성균관대 교수는 “중국은 유엔 대북제재의 효과가 크지 않다고 보는 것 같다”며 “중국은 제재가 북한을 대화로 이끌어내는 것이 목적이라면 현재 상황은 그 효과가 없는 만큼 정책전환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미국이나 중국 모두 김정일 위원장의 와병으로 흔들렸던 북한 체제가 이제 정리된 것으로 보는 것 같다”며 새판짜기 노력이 이어질 것으로 봤다.

북한 6자회담 참가국인 일본에 대해서는 오는 30일 치러지는 중의원 선거 결과를 지켜본 뒤 본격적인 움직임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제1야당인 민주당이 여당인 자민당보다 높은 지지율을 기록, 정권교체 가능성과 그에 따른 일본 정부의 대북정책 변화 가능성도 커보이는 상황이다.

한 대북 전문가는 “북한은 일본의 선거 결과를 지켜보고 일본도 새판짜기의 흐름에 동반시키는 노력을 전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장용석 평화문제연구소 연구실장은 “북한이 6자회담 ‘영구 불참’ 입장을 유지하고 있지만 2005년 북.미.중 3자회담 형식을 경유해 6자회담이 열려 ‘9.19공동성명’이 나왔던 상황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며 “양자회담을 고집하는 북한과 6자회담 틀을 고수하려는 미국 사이에서 중국이 중재를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연합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