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달 한미합동군사훈련 기간부터 최근까지 평양시 외곽지역 주민들에게 비상 대피훈련을 지시하면서도 훈련장에 식량을 보급하지 않아 상당수 주민들이 배고픔 때문에 훈련장을 이탈하거나 일부는 실신하는 사건이 발생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평양 내부소식통은 19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조선(북한) 당국에서 3월 중순부터 주민들에게 강연을 통해 ‘전쟁은 무조건 한다’는 교양이 진행됐다”면서 “평양에서도 주민들을 대상으로 3월에만 약 3회 정도 반(反)항공 훈련을 진행했다”고 소개했다.
평양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반항공 훈련에 들어가면서 훈련이 사흘 동안 진행된다는 지시만 하고 따로 보급품을 챙기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일부 주민들은 당국의 식량 배급이 없을 것을 예감하고 먹을 것을 준비한 반면, 일부 주민들은 아무런 준비 없이 훈련에 참가했다.
이 소식통은 “이렇게 먹을 것을 준비하지 못한 주민들이 곳곳에서 포착되자 방공호에서 먹을 것을 파는 장사꾼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면서 “일부 장사꾼이 물 한 고뿌(잔)에 1만 원, 빵 한 개에 5만 원에 팔다 적발돼 추방된 사건도 발생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하루 벌어 하루 먹는 빈곤한 주민들은 식량을 준비하려도 해도 할 수 없는 경우도 많았다”면서 “먹을 것이 떨어지면 방공호 대피훈련에서 이탈하거나 버티다가 쓰러져 실려 나오는 주민들도 발생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이런 상황들이 목격되자 주민들은 ‘먹을 것도 보장 못 하는데 무슨 전쟁이냐’, ‘몇 달씩 긴장생활만 유지하라는 데 정작 전쟁은 못 하는 것 아니냐’라고 수군거렸다”고 덧붙였다.
소식통은 또 현재 평양은 전쟁 분위기가 없는 평온한 상태라고 전했다. 시장은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공장기업소의 근로자들도 정상 출퇴근이 이뤄지고 있으며, 도로를 오가는 차량들은 위장막을 치지 않았다는 것.
또한 “주민들이 평양 시내 거리를 돌아다니는 데 어떠한 통제도 받고 있지 않다”면서 “다만 군인들은 살림집 건설 사업에서도 철수했고, 태양절(김일성 생일·15일)을 맞아 도로 정비 사업에 잠깐 동원됐을 뿐, 눈에 띄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소식통은 4월 초 북한 당국이 닷새 치 배급을 줬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한때 쌀값이 5000원대로 내려갔다고 소개했다. 그는 “갑작스러운 배급에 물가가 좀 내려갔지만 현재 춘궁기이고, 지속적인 배급이 없다면 쌀 가격은 다시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