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 평양도 시장 침체 정황… “상인 줄고 물량도 감소”

소식통 "평양시 배급 불안정에 주민들 미공급 사태 우려"

북한 평양 통일거리시장의 모습. / 사진=데일리NK

최근 북한의 일부 시장이 활기를 잃어가고 있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수도 평양에서도 상인 수와 거래 품목이 현격히 줄어드는 등 비슷한 양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평양 소식통은 17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요즘 평양 일부 시장에서도 점점 더 장사가 안 되는 모습이다“면서 ”물건이 팔리질 않으니 장세도 못 내는 장사꾼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매대당 하루에 내야 하는 장세가 북한 돈으로 1000~3000원인데, 하루에 이 만큼의 이윤도 얻기 힘들다는 설명이다.

소식통은 보통강구역에 위치한 붉은거리2동 시장을 예로 들었다. 그는 “장사가 안 되니 이 시장에서 빈자리가 많아지기 시작했다”며 “장사를 하고 있는 매대가 1000개도 안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2016년 통일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평양 붉은거리 2동시장 매대 수가 2178개에 이른다. 이와 비교할 때 현재 동 시장에서 영업을 하고 있는 매대 수는 절반가량 줄어든 셈이다.

평양 시장의 변화는 거래 품목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과거에 식료품, 생필품, 옷, 담배, 공업품, 가전제품 등 품목이 다양했던 반면 최근 매대에 올라오는 제품을 살펴보면 대부분 식음료에 국한된 경우가 많다는 것이 소식통의 전언이다.

소식통은 “옷이나 가전제품은 내놔도 잘 안 팔린다”며 “현재 매대의 절반 이상이 먹는 것과 관련된 상품을 팔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그는 “먹는 것은 사람이 살아야 하니까 그럭저럭 팔리는 것”이라며 “사람들 주머니에 돈이 부족하니 먹는 것 외에 다른 것 사긴 힘들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체감적으로 살펴볼 때 평양으로 유입되는 유통 물량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식통은 “지난해에 비해 물동량은 확실하게 줄었다. 유통 부분은 멈춘 것이나 같다”며 “길에 택시나 개인차들은 다녀도 트럭은 별로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그는 “평양은 제재가 확실하니까 시장에 물건이 꽝꽝 못 들어온 지 오래됐다”며 “(양강도) 혜산 같은 국경지역은 평양보다는 낫겠지만 여기(평양)는 제재 영향이 더 크다”고 덧붙였다.

소식통의 전언을 종합해 볼 때 평양 붉은거리2동 시장의 경우 거래 품목의 변화, 현재 영업 중인 매대수와 상인의 감소, 물량 감소 등 시장의 성장이 둔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시장 가격은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달(4월) 초 상품 1kg 기준 쌀은 4200~4300원. 조금 싼 것은 3800원이라고 한다. 옥수수의 경우 1500원, 두부 1모에 1000원, 돼지고기 15000원, 닭고기 한 마리에 17000원으로 조사됐다.

북한 시장 물가가 춘궁기가 오면서 전반적으로 오르는 듯 했으나 최근에는 예년과 비슷하게 유지되거나 오히려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또 다른 평양 소식통은 “조선(북한) 물가가 안정적이라는 것은 조선 경제를 모르고 하는 말”이라고 단정했다.

그러면서 “제재 이후 주민들이 소비하는 품목 대부분이 식품”이라며 “제재 전에는 쌀값이 나름 높아도 돈이 있었기 때문에 쌀을 먹을 수 있었지만 제재 후 주머니 사정이 궁해지면서 쌀도 사먹기 힘들어졌다”고 부연했다. 주민들의 경제 사정이 악화되면서 쌀이 팔리지 않고 있으며 쌀 수요가 줄자 자연스럽게 쌀값이 하락했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도 현재 북한 쌀 가격의 하락은 구매력 저하에 따른 결과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이석기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내부 소득이 줄어 가격이 안정화됐을 수도 있고 또 쌀보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옥수수로 수요가 옮겨가면서 쌀 가격은 유지되는 결과가 나왔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소식통은 “최근 들어서 쌀과 옥수수 비율이 역전돼 밥을 해 먹을 때 옥수수 비율이 더 높아지고 있다”며 “상대적으로 쌀보다 싼 옥수수로 끼니를 때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병연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도 “현재 쌀 가격의 하락은 구매력이 떨어진 것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그러나 “쌀은 필수품이기 때문에 대북 제재나 외부 환경에 영향을 받더라도 마지막에 가격이 움직인다”며 “오히려 시장 거래 품목에서 옷, 가전제품, 화장품 등 사치품이 줄고 식료품에 대한 비중이 높아졌다면 외부 요인에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북한 시장의 적극적인 관리 정책도 물가 안정에 한몫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내부 안정화를 위해 북한 당국이 각 인민위원회 양정부와 경영위원회 등 기관을 통해 시장에서 곡물 가격의 상승을 막기 위해 적극 조정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관련 기사 바로 가기 : “北 일부 지역 시장 상인 대폭 줄어”…대북 제재 영향?

한편 소식통은 “식량 배급도 줄어들면서 평양도 미공급 사태가 오는 게 아닌지 불안하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해 11월에는 배급이 나오지 않았고 12월 명절(김정숙 생일)에 1인당 5인분, 지난 2월 16일(김정일 생일)에 5인분, 3월에는 미지급, 4월 15일 김일성 생일에 5인분이 배급됐다. 평양 형제산 구역이나 승호 구역은 배급이 완전히 멈춘 상태이며 중심 지역이라고 할 수 있는 대동강, 보통강, 만경대 구역도 배급이 불안정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