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북 간부30명 숙청 이만건-김정은 공동작품

지난 9월 초 발생한 평북 도당 및 신의주 시당 주요 간부들에 대한 집단 숙청사건은 지방 권력 세대 교체를 위해 평안북도 도당 책임비서와 김정은 세력이 벌인 일종의 구(舊)세대 청산 작업의 일환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숙청작업의 빌미가 된 비리 사건에는 도당 선전비서와 조직부장 등 평북 지역의 권력 서열 10위 내 인사가 3명이나 포함돼 있었다. 조직부장은 조직비서 밑에서 대부분의 현안과 실무를 담당하는 중책이다. 신의주시에서는 시인민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해 보안서장과 수사과장을 포함해 30여 명이 같은 비리 혐의로 해임 또는 강등됐다. 


현 평안북도 당 책임비서는 이만건이다. 이 책임비서는 지난해 9월 당대표자회를 앞두고 김평해 전 책임비서가 중앙당 비서 보직 대기에 들어가자 그 후임으로 임명됐다.


김평해는 1997년부터 평북 도당 책임비서를 맡아 13년간 평안북도를 좌지우지 해왔다. 조직비서 시절까지 합하면 20년이 넘게 도당 업무를 맡았다. 김평해는 1997년 도당 조직비서 시절 자신의 상급자인 김학봉을 내치고 책임비서 자리를 차지할 정도로 조직 관리에 치밀했던 인물이다.     


이만건 책임비서는 취임 후 1년이 지났음에도 도당 선전비서와 조직부장 등 실세들 대부분이 김평해 책임비서 시절에 동고동락한 사람들이라 조직 장악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김평해가 중앙당 간부부장으로 영전하면서 이들의 기세가 여전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도당 청사가 있는 신의주 시당과 인민위원회 인사까지 좌지우지 했다.


따라서 이번 집단 숙청은 이만건 비서가 김정은의 후원을 받아 김평해 세력을 축출한 일종의 ‘권력투쟁’이라는 해석이 현지에서 나오고 있다.


평안북도 소식통은 “7월 6일 장군님(김정일) 신의주 현지지도에 중앙당 그루빠가 동행해 내려와 도당과 시당 간부들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검열 작업을 진행했다”면서 “책임비서 이만건이 김정은 세력과 합세해 비리 혐의 대상 선별작업에 들어간 것도 그 당시”라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이만건도 김정은의 마음을 읽고 자기 세력을 심기 위해 적극적으로 비리 혐의를 들춰내 간부들을 내쫓았다”라고 말했다. 김정은 시대를 준비하기 위한 지방당 조직 정비가 본격화 된 분위기다.


문제는 김평해의 거취다. 그는 지난해 10월 당대표자회를 통해 당 간부부장과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임명됐고 지난달 12일까지 공개 행사에 이름을 올렸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박도춘, 최룡해와 함께 김정은 시대 중앙당 조직을 이끌 핵심인물로 꼽혔다.


소식통은 “김평해도 9월 중순 이후 업무가 일시 정지된 것으로 안다”면서 “그의 둘째 아들(신의주 시당 조직부장) 김경호도 이번에 해임됐는데 이 때문에 신의주 간부들도 매우 놀란 상태”라고 말했다.


김평해는 지난달 12일 대성산 혁명열사릉과 애국열사릉에 참배한 이후 공개행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김평해는 9월 8, 9일에 이어 12일까지 연달아 공개행사에 이름을 올렸지만 최근 20여 일간은 행적이 공개되지 않았다.


7월 이후 김정일 공개행사 수행 때 박도춘과 함께 이름을 올렸으나 최근에는 박도춘 참석 행사에도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3주 정도 대외 활동에 이름이 나오지 않았다고 해서 신변에 문제가 생긴 것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실제 업무정지 처분을 받았다고 해도 당 비서 직에서 해임되지는 않았기 때문에 조만간 활동을 재개할 것으로 현지에서는 보고 있다.


통전부 출신 탈북자 장진성 씨는 “구체적인 비리 혐의가 있었기 때문에 사건에 연루된 사람들을 처벌했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당 간부부장은 김정일과 자주 마주치는 자리다. 그러나 김정일이 처리하기로 결심한 문제는 누구와 가깝다고 해서 넘어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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