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리 “제네바 합의 없었으면 北핵무기 100개 보유”

▲ 윌리엄 페리 前 미 국방장관

18일 열린 미 하원 외교위원회 북한 청문회는 새로운 다수당으로 등극한 민주당과 소수당으로 전락한 공화당의 의원들이 미국의 대북정책에 대한 양당의 입장 차이를 극명하게 드러내는 자리가 됐다.

이날 청문회에서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게 된 책임을 놓고 양당이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였다. 이날 분위기는 민주당이 장악한 의회와 부시 행정부 사이에 대북정책을 두고 치열한 힘겨루기를 시사한다는 지적이다.

이날 청문회에는 클린턴 행정부에서 대북정책 조정관을 지낸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과 제임스 릴리 전 주한 미국대사가 증인으로 참석했다.

그 동안 북한과 직접 대화를 촉구해왔던 톰 랜토스(민주당) 신임 하원 외교위원장은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의 “핵문제 해결 후 관계정상화 가능성” 발언에 대해 매우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외교적인 문을 열어 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까지 정부는 진지한 대화를 추구하기보다는 판에 박힌 주장만을 나열하는 식으로 협상을 진행해 왔다”며 부시 행정부의 대북 협상의지 부재가 현재 북핵 위기에 책임이라고 진단했다.

민주당 의원들이 페리 전 국방장관에게 “만일 제네바 합의가 없었다면 현재 북한이 갖고 있는 핵탄두의 수가 얼마나 되을 것으로 예상하느냐”고 묻자, 페리 전 장관은 “50개 내지 100개에 달했을 것이다”라며 클린턴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변호했다.

또 민주당 의원들은 냉전 시기에도 미국과 소련간의 대화 창구가 유지되었음을 상기시키며 부시 행정부가 북한과 거래와 협상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

반면 공화당 의원들은 클린턴 행정부의 제네바 합의가 현재 북핵위기로 이어졌다고 반박하고,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의 정당성을 변호했다.

외교위원회 공화당 간사인 일레나 로스-레티넨 의원은 “북한이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을 개발할 수 있었던 것은 클린턴 정부의 대북정책이 실패했기 때문”이라며 “클린턴 행정부는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쌀과 중유로 보상해줬다”고 주장했다.

또 로스-레티넨 의원은 클린턴 행정부가 핵문제에만 집착한 나머지 북한에서 벌어지고 있는 최악의 인권 탄압을 무시했다고 비판했다.

다나 로라배커 공화당 의원도 “미국이 북한의 내부폭발을 두려워해야 할 이유가 없다”면서 “레짐 체인지”를 통해 북한의 폭압적 독재를 끝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부 BDA 자금의 동결 해제 가능성을 둘러싼 논란에서도 공화당의 에드 로이스 의원은 “북한 자금의 합법과 불법을 구분이 가능하지 않다는 회의론을 내비쳤다. 그는 “북한의 위폐 제조행위는 미국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이나 다름없다”면서 “BDA 문제에 대해 부시 행정부가 양보하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청문회에 증인으로 참석한 릴리 전 대사는 “북한은 올해 한국 대선에서 집권 여당의 승리를 지원할 것이며, 김정일이 서울을 방문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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