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페리 전 미국 국방장관은 1일(현지시간) “한·미관계 복원이 북핵문제의 해결에 있어 아주 중요한 열쇠”라며 “한국은 반미감정을 이용해 유권자의 표를 더 얻으려고 해서는 안되며, 미국도 북핵문제를 한국과 함께 해결하려는 의지와 노력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1998년 클린턴 행정부 당시 대북정책조정관을 지냈던 페리 전 장관은 이날 오후 샌프란시스코 스탠포드대학에서 방미중인 열린우리당 정동영(鄭東泳) 전의장과 면담을 가진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페리 전 장관은 “미국 사람들은 대체로 현재의 한국 정부가 반미감정을 이용해 정권을 잡았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그간 한국 정부 관계자들로부터 한·미관계가 나아질 것이란 희망적인 얘기를 들었지만 관계가 나아지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한국 정부는 좀 더 구체적으로 반미감정을 없애는 노력을 해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미관계 문제는 어느 일방에 더 책임이 있다고 얘기하기 어렵다”며 “내·후년 양국의 대통령 선거과정을 거치면서 한.미관계가 공론화되고 이를 통해 개선되리라고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페리 전 장관은 한·미관계 방향성에 관한 보고서 작성을 위해 내년 2월께 한국을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또 “미국은 이라크 쪽에 모든 관심을 쏟고 있고, 지금도 북핵 문제에 대해 애매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자연스럽게 북한은 원하는 대로 할 수 있었다”고 비판했다.
페리 전 장관은 6자회담 전망과 관련, “지금까지의 경과를 볼 때 별로 낙관적이지 않다”며 “미국이 결정한 정책에 대해 한국과 중국이 지지를 해줘야 협상력을 가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페리 전장관은 내주중 미국 부시 대통령에게 제출될 것으로 알려진 ‘이라크 스터디그룹’(위원장 제임스 베이커 전 국무장관)의 보고서 내용와 관련, “이라크 철군계획안과 주변국의 지원 및 외교적 노력을 강화하는 것이 골자”라고 말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