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리 前 美국방장관 문답

윌리엄 페리 전 미국 국방부 장관은 20일 시내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기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2.13 합의’를 포함한 6자회담의 최근 결과와 미국의 대북정책 전반, 그리고 및 한미동맹 등에 자신의 견해를 피력했다.

이 자리에는 오는 22일 개성공단을 함께 방문할 스티븐 보스워스 전 주한 미 대사, 미 국방부 차관보를 지낸 애쉬턴 카터 하버드대 교수, 김종훈 벨 연구소 소장 등이 함께 했으며 일부 질문에 대해서는 함께 답변하기도 했다.

다음은 페리 전 장관 일행과의 일문일답.

–‘2.13 합의’에 대한 평가해달라.

▲일단 합의가 도출됐다는 것 자체가 매우 기쁘다. 긍정적으로 보자면 미국, 한국, 그리고 북한 등 당사국들이 앞으로 나아갈 준비가 되어 있는 것 같아 보인다. 그러나 앞으로 더 어려운 과제들이 놓여 있다. 북한이 아직도 게임을 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른 국가들 특히 한국과 미국의 긴밀한 공조가 필요할 것이다. 유념할 것은 아직까지 실제 이행단계로 접어든 것이 없다는 사실이다. 앞으로 60일동안 원자로의 동결,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 재개, 플루토늄과 핵무기를 넘기는 등 북한 핵프로그램의 해체를 목표로 하는 구체적인 활동에 대한 합의가 있어야 할 것이다.

궁극적인 목표는 더 많은 회담을 개최하는 것이 아니라 핵무기를 제거하는 것이다. 이번 합의는 무척이나 길고 긴 비핵화를 향한 한 걸음이긴 하지만 아주 작은 걸음이다. A, B와 같은 아직 학점을 주기에는 아직 미완이라고 봐야 한다. 궁극적으로 모든 것은 북한의 핵포기 의사의 ‘진정성’에 달려있는데 이러한 진정성은 아직 진실의 시험대에 오르지 않았다.

–북한이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 포기, 에너지 지원 등 궁극적으로 모든 것을 얻게 되면 핵을 포기할까.

▲이번 합의에 따라 알게 되지 않겠는가. 이번 합의 전까지는 총력을 기울이지 않았었던 것 같다. 앞으로 총력을 기울이는 게 모두에게 달린 책임인 것 같다. ‘2.13 합의’라는 트랙이 그 질문에 대한 결과를 알기 위한 ‘길’이라고 생각한다. 그 길은 매우 고통스럽고 어려운 길일 것이다. 하지만 시도를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북한 입장에서도) ‘판돈’이 매우 커진 상태다.

–북한측이 ‘고농축우라늄 문제를 포함한 모든 핵 프로그램에 대한 신고 과정에서 플루토늄은 물론 고농축우랴늄(HEU)도 협의 대상에 포함시킬 수 있다’는 입장을 전달했다는데.

▲HEU 문제는 협상 결렬 요소로 등장할 수 있다.

–‘2.13 합의’를 이행하기 위한 한.미 양국 내부의 정치적 지지는.

▲(북한이) 질질 끌지 않고 조금씩이라도 진전을 보이면 정치적 지지가 지속될 것이다. 특히 한국, 중국을 포함한 5개국이 긴밀한 공조.협조 체제를 보이면 미국의 정치적 의지를 배가시킬 것이다. ‘2.13 합의’가 미국 내 기류 변화로 인해 가능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만큼 중요한 요소는 5개국의 ‘연대’라고 생각한다. 5자간 연대를 형성하는데 핵실험이라는 특수한 상황이 필요했다는 것이 아쉽다. 이러한 ‘연대’ 형성은 미국이 혼자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더욱 중요하다.

유념할 것은, ‘이제 합의를 도출했으니 성공이다’라는 성취감에 자만하는 바람에 이 연대가 곧바로 증발해버리는 상황이다. 지난 99년 정책 검토에 참가했을 때, 우리는 한국.일본의 정부측 인사들과 수개월동안 조율했다. 북한이 3자간 이견을 노출시키고 쐐기를 박는데 얼마나 능통한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필요성을 더 절감했다. 평양에서 북한 지도부와 만나 전달한 것이 단지 미국의 입장이 아니라 일본.한국 정부 최고 수반의 뜻임을 전달할 수 있었다.

–뉴욕타임즈에 따르면 체니 부통령이 완전히 배제됐다는데.

▲전혀 모르는 이야기이다. 백악관 상황실에 앉아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부시 대통령의 의지 아니겠나. ‘2.13 합의’가 타결된 직후 부시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면밀히 관찰했는데 그는 매우 긍정적이고 강력한 의지를 보였다.

–방코델타아시아(BDA) 문제에서 미국이 유연성을 보이고 있는데.

▲(카터 전 차관보) BDA건은 미국의 ‘법집행’ 행위로서 북한에 대해 적용할 수 있는 하나의 레버리지의 예다. 최근 미국은 북한이 취하는 행동에 따라 어느 정도 이를 완화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완화조치는 북한의 비핵화가 상당한 진전을 보이기 전까지 있어서는 안되며 ‘2.13 합의’는 이러한 완화 내용을 담고 있지 않다. 베를린에서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과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간의 ‘합의’도 마찬가지라고 이해하고 있다. 이러한 완화 조치는 좀 더 진전된 단계에서 논의될 수 있는 사항이며 이것이 어떤 조건이 될 수는 없다.

–1994년 제네바 합의와 너무 유사하고 지난 6년간 아무런 진전이 없었다는 비판이 있는데.

▲이번에는 환경이 다르다. 북한이 핵실험을 했기 때문에 협상을 하기가 훨씬 어려운 상황이다.

–부시 정권이 북한과 평화협정을 서명할 것이라고 보나.

▲바로 그것이 6자회담의 목표지만 거기에 도달하려면 매우 매우 긴 여행이 될 것이다.

(보스워스 전 대사) 미국이 북한의 핵문제를 완전히 해결하지 않고 북한과의 관계 정상화를 추진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가정하지 말아야 한다. 북한의 비핵화가 우선되어야 함은 미국 대북정책의 불변의 근간이다.

–부시 행정부가 북한과 양자회담을 하는 등 변화를 보이고 있는데 대북정책의 전환으로 이해해도 되는가.

▲6자회담은 매우 효과적, 적절한 방법이다. 그러나 이것이 다른 대화 방법을 배제해서는 안된다고 본다. 베를린 미.북 회동은 바로 양자회담의 유용성을 보여줬다. 하지만 6자회담의 맥락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부시 행정부가 다시 강경노선으로 돌아설 가능성은.

▲앞으로 60일동안 어떤 진전이 이뤄지느냐가 중요하다고 본다.

–작년 6월, 카터 박사와의 공동 기고문에서 북한이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대포동 2호의 연료를 빼내고 격납고에 도로 집어넣기를 거부할 경우 이를 선제 타격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는데.

▲그 기고문의 목적은 모든 회담 당사국들에 경종을 울리는 것이었다. 중국에는 대북 압박이 필요성을 강조하고 북한에는 ‘위험한 모험을 그만하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그리고 미국 정부를 향해서는 ‘협상에 진지하게 임하라’는 이야기였다. 또 북한이 진정으로 미사일을 발사한다면 미국이 이에 대해 취하게 될 필연적인 조치가 바로 그것(선제 타격)이 될 것임을 미국이 북한에 알려줘야 한다는 이야기도 담고 있었다.

–미국의 대북 레드라인이 ‘비확산’으로 옮겨간 것인가.

▲아니라고 본다.

(보스워스 전 대사) 북한, 한반도의 비핵화와 핵프로그램 해체는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미국의 오랜 동맹국인 한국의 중요한 이익이 달려있는 것이다.

–‘제 2의 페리 보고서’를 새로 만든다면 가장 큰 제언은.

▲최근 보고서를 다시 봤는데 그 때 내놓았던 제언이 아직도 유효하다고 본다. 최근의 ‘2.13 합의’가 바로 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보고서의 핵심은 미국은 북한의 모든 면을 좋아할 수 없지만 어쨌든 북한과 협상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카터 전 차관보) 미국의 대북정책은 명백해야 하며 당시 페리 보고서의 제언은 매우 명백했다. 6자회담의 경우 회담 당사국들이 핵보유국인 북한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점을 명백히 하지 못했는데 최근의 ‘2.13 합의’에 들어와 이 점이 나아졌다.

–대북 에너지 제공안을 미 의회가 승인할 가능성은.

▲(보스워스 전 대사) 분명 지난 의회보다는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대북 지원이 이뤄지는 맥락, 특히 북한이 ‘2.13 합의’를 얼마나 잘 이행하는지가 관건일 것이다. 만약 북한이 합의를 이행하고 비핵화를 향한 협상을 계속하면 미 의회가 대북 지원 요청을 지지할 의향이 있을 거라고 본다.

–민주당 출신의 대통령이 나온다면 미국 정부의 대북 전략이 달라질까.

▲미국의 대북전략은 민주당, 공화당에 구분이 없다.

–‘민주주의를 통한 평화’와 ‘자본주의를 통한 평화’라는 두 가지 학파가 있는데 이와 대북정책간 연관성은.

▲이러한 아이디어를 지지하며 그렇기 때문에 (북한 경제 지원을 통해 북한의 변화를 꾀한다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구상을 지지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시기’라고 생각한다. 일단 단기적으로 시급한 것은 북한 핵문제를 먼저 해결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것이 북한을 시장경제 체제로 이행하게 하는 것과 대치되는 것은 아니다. 핵문제와 경제 영역에 있어 ‘시간차’가 많이 있기 때문이다. 핵문제는 당장 위협이지만 시장경제로 이행하는 것은 앞으로 5~10년 혹은 15년의 기간을 두고 생각할 수 있다. 지난 2000년에 작성한 보고서에서 이러한 문제가 언급됐다.

–미국의 이라크 정책 실패가 대북정책에 영향을 끼쳤나.

▲답변할 수 없다.

–한.미의 대통령이 색깔이 너무 다르다는 지적이 있는데.

▲국내 정치에 대해서는 코멘트하지 않겠다. 내 관심사는 건전한 한미동맹이며 어느 당이 집권하는지, 대통령이 어느 당 출신인지는 관심사가 아니다.

–국내 대권 후보들에게 북한 문제와 관해 줄 조언은.

▲5자간 ‘연대’가 중요하다는 것이 우선순위이자 목표이다. 이는 모든 대권주자들에게 전달될 메시지이다. 아울러 선거캠페인을 반미감정을 기본으로 만들지 말라는 것이다.

–평양에 갈 계획은.

▲없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