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딩 열풍에도 北 남성들 화려한 색상 못 고르는 속사정



지난해 10월 10일 당 창건일 행사에 참가했던 평양시 주민들이 귀가하는 모습 중에 여성들에 비해 어두운 색상의 옷을 입은 남성들이 눈에 띈다. /사진=강미진 데일리NK 기자

진행 : 아직도 가을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아침과 저녁은 많이 쌀쌀해졌죠? 때문에 시장과 백화점 등에서는 쌀쌀해진 날씨에 대비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진 것 같습니다. 한반도의 북쪽에 위치하고 있는 북한에서도 벌써부터 겨울준비에 나서는 주민들이 있다고 하는데요, 자세한 소식 강미진 기자와 이야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기자 : 네 요즘은 아침저녁으로 제법 쌀쌀한 기온이 돌고 있어서 옷깃을 여미게 되는데요, 그래서 저는 여름에 입었던 옷들을 깨끗하게 빨아서 옷장에 넣고 두꺼운 옷들은 하나씩 꺼내 손질하고 있답니다. 북한은 한국보다 더 고산지대가 많은 것만큼 기온차도 큰데요, 북한 대부분 지역들에서는 8월 15일만 지나면 아침과 저녁으로 쌀쌀한 기운이 느껴지기가 일쑤라고 합니다.

무엇이든 자체로 해결해야 하는 북한 주민들의 입장에서는 월동준비도 더 이상 늦춰서는 안 되겠죠. 얼마 전 전화연결이 된 북한 주민에 따르면, 시장에는 벌써 겨울옷들이 진열되어 있다고 하고, 의류를 주로 판매하던 주민들도 겨울옷 주문에 들어갔다고 합니다.

소식을 보내온 주민도 2, 3년 전에 사서 입었던 겨울 패딩이 좀 낡은 감도 있고, 솜도 줄어들어 볼품이 없어져서 올해는 새 솜옷을 사서 입으려고 장마당에 나갔다고 합니다. 그랬더니 지난해보다 다양한 겨울 솜옷들이 벌써 나와 있어서 조금 놀랐다고 하네요. 

진행 : 예전보다는 상황이 조금 달라졌다고 볼 수 있을까요?

기자 : 저는 겨울에 입는 패딩만 서너 벌 되고 외투도 두세 개 있는데요, 그러다보니 겨울동안 옷장에 걸려 있기만 하는 옷들도 있거든요, 북한에선 보통 단벌 솜옷을 입곤 했었고, 일반적으로 2, 3년이면 겨울옷의 솜이 잦아들어 후줄근한 상태가 되기 때문에 장기적으론 입지 못했었죠.

하지만 최근에는 주민들이 다양한 디자인의 솜옷을 찾으면서 시장에서도 형형색색으로 무장한 다양한 솜옷들이 나오고 있기 때문에 본인이 선호하는 겨울옷들을 쉽게 구매할 수 있게 됐다고 합니다.

진행 : 어떻게 보면 다행스러운 일이네요. 북한에서 나오는 사진을 보면, 남성들이 비슷한 디자인의 어두운 색상의 옷들을 착용하고 있던데요.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요?

기자 :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고요, 북한은 지난시기 주민들의 옷차림에 대해서도 통제를 많이 해왔기 때문에 솜옷은 물론이고 다른 옷 디자인까지, 다양성을 차단해버린 것이죠, 실제 김정은 등장 이전에는 여성들도 거의 모두 단체복처럼 옷을 입은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는데요, 이런 시스템 속에서 일상생활을 해야 하는 주민들은 옷 디자인을 하는 데 있어서도 당국의 눈치를 봐야 했던 겁니다, 때문에 옷 디자인이 한정적일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때문에 북한에서는 김정은 일가가 입었던 옷들을 모방해서 많이 생산하기도 하는데요, 특징적인 것이 인민복, 잠바 등입니다. 인민복은 김일성이 즐겨 입던 것에서 비롯된 것으로 간주하며 80년대 이전까지는 인기를 끌었었죠, 그러다 김정일 시대에 김정일 패션인 잠바가 시장을 장악하기도 했었습니다. 솜옷도 마찬가지인데요, 일명 북한에서 부장동복으로 불리는 솜옷의 디자인과 잠바 모두 김정은의 모친 고영희가 직접 디자인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지금까지도 남성들의 겨울옷 디자인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것이죠.

북한 TV나 신문에서 등장하는 남성들의 모습은 어떻게 보면 단체복을 입은 모습을 방불케 하는데요, 그 속에는 위에서 이야기한 이런 사연들이 있답니다. 실제 여성들은 두꺼운 옷이라고 해도 밝은 색상의 옷을 입었지만 남성들은 대부분 어두운 색상의 옷을 입은 것은 이러한 북한 내 사정과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다는 것이죠.

진행 : 남성과 여성이 다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것도 흥미롭네요. 아직까지 북한 당국의 옷차림 단속은 계속되고 있다고 봐야 할까요?

기자 : 네 북한 주민들은 옷차림에 대한 통제와 단속도 지속적으로 받아왔기 때문에 김정은 일가가 입는 옷 모양이라든가 색상을 자연스럽게 선호하게 됐는데요, 그래야 단속도 받지 않거든요, 이런 북한 당국의 단속이나 통제도 시대마다 달라지고 있는데요, 북한 주민들은 김정일 때에는 마을에서 입을 수 있는 옷에 대한 통제를 자주 받았기 때문에 옷 디자인에 있어서 김정일 옷을 따라서 하는 것을 안전하게 생각했고 그 때문에 단체복 아닌 단체복 차림을 한 남성들을 많이 볼 수 있었죠, 당시는 여성들도 비슷한 옷을 입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김정은 등장 후 북한 여성들의 옷차림이 상당히 밝아졌고 디자인도 파격적으로 변신을 하고 있는데 이는 부인 리설주 패션의 영향이라고 북한 주민들은 말하고 있습니다. 실지 제가 입수한 2013년부터 올해까지의 북한 사진들에서도 여성들의 옷차림이 많이 달라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겨울 솜옷 이야기가 디자인 이야기를 하다 보니 살짝 옆으로 새버렸는데요, 이렇게 변천하는 디자인의 흐름 속에서도 여전히 남성들의 옷은 변함이 별로 없다는 것인데요, 그래서 남성들은 여전히 부장동복 솜옷을 입고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진행 : 현재 북한 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솜옷의 가격은 어느 정도인가요?

기자 : 네, 북한 대부분 시장들에서 판매되고 있는 솜옷은 압착 솜을 넣은 것도 있고 오리털을 넣은 것도 있는데요, 오리털 솜옷이 비싸게 팔리고 압착 솜은 상대적으로 싼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고 합니다. 현재 북한 강원도 원산시 갈마 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압착솜옷은 어른용은 67만 원, 그리고 82만원 짜리도 있다고 합니다. 또한 압착솜을 몇 겹을 넣었는가에 따라 가격 차이가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오리털이나 거위털을 넣은 솜옷은 400만 원 선에서 고가에 팔리는 것도 있는데요, 생활이 안정적인 가정들이 주 고객이라고 하네요, 최근에는 중고로 팔리는 한국산 패딩들도 시장에 나와 있다고 하는데요, 한국산은 일반 중국산이나 북한산 신제품보다 가격이 비싸다고 합니다. 북한 주민은 이 시기가 되면 겨울옷들이 그나마 싼 가격으로 판매되기 때문에 겨울에 사는 것보다 조금이라도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너도나도 구매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합니다.

아이들에게 좋은 것을 주려는 부모들의 마음은 남이나 북이나 마찬가지여서 북한의 부모들도 아이들을 위해 지갑을 쉽게 열고 있다고 하는데요, 시장에서는 어린이용 패딩이 비싼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판매가 잘되고 있다고 하네요, 아이들은 한해가 다르게 크기 때문에 구매를 더 자주 해야 한다고 북한 주민은 푸념 섞인 말을 하면서도 해마다 아이의 솜옷을 사면서 우리 아이가 조금씩 자라고 있다는 점을 알게 된다고 하더라고요.

진행 : 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선선한 바람에 북한 주민들은 겨울 준비에 나서고 있는데요, 본격적인 겨울이 시작되면 해당 의류들도 가격이 오를 것을 감안하고 미리 구매를 하고 있다는 이야기네요. 마지막으로 북한 시장에서의 물가동향 들어보겠습니다.

기자 : 네. 북한의 쌀값과 환율을 비롯해 최근 시장에서의 물가 동향 알려드립니다. 먼저 쌀 가격입니다. 1kg당 평양 6090원, 신의주 6040원, 혜산 6200원에 거래되고 있고 옥수수는 1kg당 평양 2330원, 신의주 2250원, 혜산은 2700원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내부 소식통들은 대부분 시장에서 하루에도 물가변동이 심한 상태라고 전했습니다.

다음은 환율 정보입니다. 1달러 당 평양 8086원, 신의주는 8105원, 혜산 8110원이구요. 1위안 당 평양 1220원, 신의주 1214원, 혜산은 1200원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이어서 일부 품목들에 대한 가격입니다. 돼지고기는 1kg당 평양 14000원, 신의주는 14100원, 혜산 15000원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다음은 휘발유 가격입니다. 전국에서 휘발유 디젤유 가격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고 하는데요. 휘발유는 1kg당 평양 20900원, 신의주 20000원, 혜산 21600원으로 판매되고 있고 디젤유는 1kg당 평양 17500원, 신의주 16700원, 혜산 18000원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강미진 기자
경제학 전공 mjkang@uni-medi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