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문을 통해 본 PD수첩 ‘무죄 판결’의 오류

왜곡과 오역으로 ‘광우병 사태’를 증폭시킨 MBC PD수첩 ‘무죄 판결’을 두고 논란이 거세다. 판결내용보다는 점차 판사의 이념성향, 사법부 독립 등을 두고 법조계와 정치권을 비롯해 좌우, 보수-진보진영의 시비(是非)가 끊이지 않고 있다.


해당 판사에겐 인신공격이 이어지고, 이용훈 대법원장은 ‘책임론’에 휘말리는 상황이다. ‘법치주의’ 국가의 최소한인 ‘사법부의 독립’까지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르내리면서 우려를 낳고 있다.


PD수첩 판결에 대한 시시비비(是是非非)가 판사의 이념적 성향이나 정치권의 이해득실로 변질돼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이번 판결에서 중요한 것은 PD수첩의 왜곡과 오역 등을 “허위보도가 아니다”고 판시한 것에 따른 진단과 평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26일 명동은행회관에서 열린 공정언론시민연대, 바른사회시민회의, 시민과함께하는변호사들 주최의 ‘PD수첩 판결, 진단과 평가’라는 토론회에서는 판결문을 기초로 판결의 정당성 여부를 진단했다.


이날 이재교 공정언론시민연대 공동대표는 발제에서 ▲다우너(dawner)소 영상관련 보도 ▲아레사 빈슨의 사인에 관한 보도 ▲MM형 유전자에 관한 보도 등에서 판결문은 “엉뚱한 논리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우선 다우너(dawner)소 영상관련 보도에서 PD수첩은 휴메인 소사이어티가 동물학대를 고발하는 동영상을 보여주면서 이 주저앉은 소들이 광우병에 걸린 소로 의식됨에도 도축된 것처럼 보여주면서 휴메인 소사이어티 관계자가 “젖소가 도축됐다고는 생각하지 못할 거예요”라고 한 말을 “이런 소가 도축됐다고 생각하지 못할 것예요”로 자막을 내보내 발언 내용을 고치고, 진행자는 다우너소를 가리켜 “아까 그 광우병 걸린 소”라고 말해 다우너소가 광우병이 의심되는 소들인 듯이 보도했다.


그런데 판결문은 “……이 사건 동영상 속에 등장하는 다우너소들이 광우병에 걸렸을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단정할 수 없고, 따라서 피고인들이 동영상 속에 등장하는 소들을 ‘광우병 의심 소’라고 보도하였다고 하여 이를 허위사실이라고 보루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이 동영상은 처음부터 광우병 의심소를 찍은 것이 아니고, 이 동영상 속의 소들이 광우병으로 의심받는 소도 아니다”며 “그런데 PD수첩은 시청자로 영상배치, 인터뷰 내용 조작, 자막 등을 이용 다우너소들이 광우병 의심소인 것처럼 오도(誤導)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렇다면 광우병과 무관한 동영상을 마치 광우병 동영상인 것처럼 보도하고 설명한 것을 진실보도로 볼 수 있느냐 판단해야 함에도 판사는 그 동영상 속의 소들 중 광우병에 걸린 소가 전혀 없다고 단정할 수 없으니 허위보도가 아니라고 엉뚱한 논리를 적용, 전개했다”고 지적했다.

아레사 빈슨의 사인에 관한 보도에 대해서도 PD수첩은 적지 않은 곳에서 아레사 빈슨의 병명이 인간광우병(vCJD)인 것처럼 오역(誤譯)을 했다고 이 대표는 지적했다.


빈슨의 어머니의 “this disease (that) my daughter could possibly”는 발언의 바른 번역은 “우리 딸이 걸렸을지도 모를 병”이지만 방송자막은 “우리 딸이 걸렸던 병”이라고 했고, “If she contracted it, how did she”의 바른 번역은 “아레사가 만약 인간광우병에 걸린 게 사실이라면 어떻게 걸렸는지 모르겠어요”인데 방송자막은 “아레사가 어떻게 인간광우병에 걸렸는지 모르겠어요”라고 오역했다.


버지니아주 보건당국 문서인 ‘VIRGINIA DEPARTMENT OF HEALTH INVESTIGATES ILLENESS OF PORTSMOUTH WOMAN’에서도 바른 번역은 ‘버지니아 보건당국의 아레사빈슨에 대한 역학조사’인데 방송자막은 ‘보건당국자료 vCJD 사망자 조사’라고 했다.


이 대표는 “이처럼 한결같이 번역의 오류가 아레사 빈슨의 사인이 인간광우병이라고 단정하는 쪽으로 일치한다. 번역상의 오류나 의역으로 볼 여지가 없고, 실수로 볼 수도 없는 이유”라고 주장했다.


그런데도 판결문은 “……시청자에게 주는 전체적인 인상을 고려해 보면, ‘아레사 빈슨이 MRI검사결과 인간광우병 의심 진단을 받고 사망하였고, 현재 보건당국에서 부검을 통해 정확한 사인을 조사하고 잇다’는 것으로 볼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아무리 주의를 기울이고 보더라도 그렇게 보이지는 않는다. 시청자로서는 아레사 빈슨은 거의 틀림없이 인간광우병에 걸려 죽은 것으로 알 수밖에 없다”며 “실수도 없고 의도성이 있다는 것이 분명한데 조장한 것이 아니라고 판결했다”고 지적했다.


MM형 유전자에 대해서도 판결문은 “전후 문맥에 비추어 과장되거나 잘못된 이해에서 비롯된 표현으로 보이므로 이 부분 보도내용은 중요부분에 있어 객관적인 사실과 합치되어 허위라 볼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판결문 제35면)


이에 대해 이 대표는 “광우병 걸릴 확률을 전문가들의 증언 없이 단정을 지어서 보도한 것은 고의”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이 대표는 “판사는 위에서 본 바와 같이 피디수첩에 허위보도가 없었다고 결론을 내렸으므로 이는 진실한 보도를 하였다는 것이고, 그렇다면 형법 제310조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과한 보도’라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하였어야 논리적 일관성이 있다”면서 “정부정책 비판이니 보도의 자유가 있다는 것만으로 무죄가 될 수 없음에도 이러한 점을 장황하게 설명하고 있는 것은 전후가 모순된다”고 말했다.


이어 “판사는 행위의 동기를 범죄의 성립에 연결시키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며 “PD수첩 프로그램이 미국산 쇠고기의 위험성을 알리고 이런 위험을 등한시한 정부의 협상결과를 비판하는 것이 프로그램의 목적(동기)라는 것은 명예훼손죄가 성립하느냐 않느냐와 하는 문제와는 무관한 것이다. 보도는 그 목적이 비판이든 경각심 고취든 사실(fact)에 기초해야 한다”고 강조햇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도 “광우병의 나라 미국에 간 PD수첩 취재진은 광우병소도 광우병이 걸린 소를 먹고 인간광우병에 걸린 사람도 찾을 수 없어 당황했을 것”이라면서 “결국 광우병소와 인간광우병을 만들어 끼워 맞춘 한편의 드라마를 만들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민과함께하는변호사들 이헌 공동대표는 “PD수첩의 허위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에서 결정 난 사항으로 정정보도 판결이 있었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도 허위보도라고 결정했고, MBC도 이미 사과 방송했다”며 “이처럼 허위보도임이 판결됐음에도 ‘허위가 아니다’고 판결한 것은 이해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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