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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방문 중인 서맨사 파워 유엔 주재 미국대사가 북한에 무인기(드론)를 통해 USB를 전달하고 있는 탈북민 출신 북한인권단체 대표의 자택을 방문, 외부정보 유입을 통한 북한인권 개선에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또한 파워 대사는 이날 청와대 김규현 외교안보수석을 비공개로 만나고 윤병세 외교부 장관, 홍용표 통일부 장관을 차례로 만나 대북 제재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파워 대사는 방한 사흘째인 이날 북한인권단체 ‘노체인(No Chain)’의 정광일 대표 자택을 찾아 1시간가량 대화를 나눴다. 파워 대사는 트위터를 통해 “북한에 민주주의에 대한 정보를 몰래 제공하고 있는 영웅적인 탈북자 정 대표 집에 도착했다”는 메시지를 올렸다. 또 정 대표가 TV로 미국 대선후보 2차 토론을 시청하는 사진과 함께 “그가 지금 보고 있는 것은…”이란 메시지를 남기기도 했다.
정광일 대표는 2000~2003년 북한 요덕수용소에서 수감 생활을 한 경험이 있는 인물로 탈북 후 2004년 한국에 들어왔다. 이후 한국 드라마나 영화, 해외 영화 등을 CD나 USB에 담아 북한에 몰래 들여보내는 등 북한인권 활동을 해왔다.
정 대표는 미국 뉴욕의 유엔본부나 워싱턴 등지에서도 북한인권 실태를 규탄하는 활동을 해왔으며, 이 같은 활동을 하다가 파워 대사와도 인연이 닿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파워 대사는 “정광일 씨는 한때 북한의 정치범이자 고문 피해자였지만, 지금은 북한의 수용소에 스포트라이트를 비추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파워 대사는 9일 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사무소(하나원)에 이어 이날 탈북자 대한학교인 ‘다음학교’를 방문하기도 했다. 북한인권과 관련한 파워 대사의 광폭 행보는 북한의 가장 아파할 만한 문제인 인권 문제를 건드려 북한에 대한 압박을 가속화하겠다는 미 정부의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파워 대사는 8일 입국 직후 인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최악의 범죄가 벌어지고 있는 북한에 전세계가 이목을 집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유엔에서 관련한 결의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해 현재 논의되는 새 결의안에 북한 인권과 관련된 항목이 추가될 가능성을 암시하기도 했다.
파워 대사는 이날 오후 정부 당국자들과 면담 일정을 모두 마친 후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반도 통일이야말로 우리(미국)가 원하는 미래”라면서 “북한 정권의 (북핵) 셈법을 바꿔놓는 데 한·미가 일치단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새 대북 제재 결의안과 관련해 “(새 결의안에는) 북한이 얻는 자금의 근원을 찾는 것까지 포함됐다”면서도 “(대북 제재안) 논의를 빨리 진행시키기 위해 우리 결의안을 부족하게 만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결의안과 관련해 중국 정부 최고위급과도 논의했고, 이 기조를 유지·심화할 예정”이라고 했다.
파워 대사의 행보는 북한의 인권 유린 문제를 국제형사재판소에 회부하도록 권고하는 유엔총회 결의안이 추진될 예정인 만큼, 추가 대북 제재에 미온적인 중국을 동시에 압박하겠다는 포석도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관련 윤병세 외교부 장관도 이날 “정부는 지난 3월 취했던 대북 독자 제재에 이어 훨씬 더 강력한 제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 장관은 파워 대사와의 면담 직후 기자들에게 “한미 협의에 추가해 유럽연합이나 일본도 독자 제재를 검토하고 있다. 시점은 제재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이 같이 말했다.
독자 제재 방안으로는 최근 유엔과 미국의 제재 리스트에 포함된 북한 기업·인물을 독자 제재 리스트에 추가, 중국산으로 위장된 북한 물품 반입을 전면 통제하는 등이 거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