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도발 위협 수위가 미국과 중국의 레드라인 근처를 아슬아슬하게 맴돌면서, 미국과 중국이 대북 압박 기조를 본격 ‘행동’으로 옮길지 주목된다.
며칠 새 북한은 김일성 생일(4·15) 전후로 외무성의 핵실험 경고 발언(14일)과 열병식 및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공개(15일), 탄도미사일 발사 시험(16일)으로 ‘잽’을 날리며 미중 양국의 대북 압박 수위를 가늠하는 모양새다.
이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먼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지난 6, 7일(현지시간) 열렸던 미중 정상회담(6, 7일) 전후로 ‘중국이 대북 압박에 비협조시 독자 행동도 가능하다’며 대북·대중 압박에 나섰던 데 이어, 이번에도 중국의 대북 압박 동참을 우회적으로 촉구하면서 북한에 경고 메시지를 던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자신의 SNS(사회관계망) 트위터에 “중국이 북한 문제와 관련해 우리와 협력하는데 왜 내가 중국을 환율조작국이라고 부르겠느냐”면서 “앞으로 (중국의 대북 압박과 관련해) 어떤 일이 일어날지 보게 될 것”이라고 적었다.
그러고 나서 2시간 후 트럼프 대통령은 다시 트위터에 “우리(미국) 군대는 증강되고 있으며 그 어느 때보다 급속히 강력해지고 있다. 솔직히 우리는 (군사력 급속 증강 이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들은 미중 정상회담에서 중국의 대북 압박을 대가로 한 모종의 협상이 있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지 않는 대신, 중국의 대북 압박 동참을 약속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
이밖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 기존 동맹국은 물론 중국까지 포함한 국제 공조를 통해 북한이 계속 비핵화를 거부할 경우 쓸 수 있는 모든 옵션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허버트 맥매스터 NSC 보좌관은 이날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과 역내 동맹국을 위협하는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용납하지 않을 것을 명백히 밝혔다”면서 “대통령은 북한이 안정을 해치는 이런 식의 행태를 지속할 경우, 북한이 비핵화를 거부할 경우 등에 대비해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옵션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맥매스터 보좌관은 또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및 동맹국들과의 국제 공조를 통해 이런 옵션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면서 “이에 따라 미국은 중국·동맹국 지도자들과 북한에 대해 취할 수 있는 모든 옵션을 의제에 올려놓고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특히 맥매스터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과 일본, 한국과 같은 우리의 역내 핵심 동맹국, 그리고 중국 지도부는 지금이야말로 군사적 옵션을 제외하고 평화적 해결을 위해 가능한 모든 조처를 취해야 할 때라는 데 진실로 공감하고 있다”면서 중국이 우려해온 군사적 옵션은 당분간 우선순위가 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미중 정상회담 이후 미국의 대북 선제타격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이른바 ‘4월 위기설’이 불거지기도 했지만, 일단 미국은 군사적 옵션을 뒤로 미루면서 중국을 레버리지(지렛대)로 삼은 대북 압박에 주력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맥매스터 보좌관은 이어 “테이블에 올라 있는 우리의 모든 옵션은 정제 작업을 거치고 있고 추가적인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면서 “앞으로 몇 주, 몇 달 안에, 군사적 충돌을 제외한 조치를 취할 커다란 기회가 우리 모두에게 있을 것이며, 그렇게 해서 우리는 최악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북한은 중국의 압력에 매우 취약하다. 북한의 대외 교역의 80%가 중국에서 나오며, 북한의 모든 에너지 수요는 중국이 채워준다”면서 “(미국은 북한을 압박하기 위해) 동맹국들에 의지할 뿐만 아니라, 중국 지도부에도 의지해야만 한다”고 피력했다.
때마침 방한 중인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도 17일 오후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와 면담하고 북한 도발과 관련한 한반도 안보 환경을 평가, 이에 대한 대응책을 공동 발표할 예정이다. 특히 펜스 대통령이 이날 면담에서 미 행정부의 새 대북정책 방향을 자세히 설명할지가 관심사다.
한편 북한의 열병식과 탄도미사일 발사 시험 관련해 중국이 아직 공식 입장은 내놓지 않고 있지만, 중국 여행사들이 북한 관광을 전면 중단했다는 사실이 16일 알려지면서 중국의 대북 압박 동참 여부에도 이목이 쏠린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이날 중국 최대 국영 여행사인 중국국제여행사(CITS)와 중국 최대 온라인 여행사인 시트립 등 중국 대다수 여행사가 북한 관광을 전면 중단했다고 보도했다. 또 중국국제항공(에어차이나)도 2008년부터 운영했던 베이징(北京)-평양 노선을 17일부터 중단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