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행적 이념·노선으로 고립 자초하는 전교조

필자가 대학에 입학한 90년대 초입, 당시 전교조 합법화는 중요한 화두였다. 1989년 출범해 1999년 합법화되기까지 10년이라는 시간 중 필자와 같은 많은 대학생들이 전교조 합법화를 위해 함께 ‘투쟁’하였다. 당시 거리에서 목청 터져라 부르짖었던 참교육의 구호와 외침들이 아직도 가슴 속에 뜨거운 무엇으로 남아 있다.


공무원이지만 특별히 노동조합 결성이 허용된 모임인 셈이다. 이처럼 어렵게 이루어 낸 전교조 합법화 이후 10년이라는 시간이 흘러갔다. 출범 당시로부터 보면 20년이 더 지난 시간이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참으로 많고 큰 변화들을 겪어 왔다. 그러나 그 격동의 세월이 지난 후 역설적이게도 전교조는 조직의 존폐를 걱정해야 하는 위기상황에 처해 있다. 그런 전교조의 모습을 바라보는 필자의 심정은 참으로 착잡하고 씁쓸하기 그지없다.


전교조는 왜 국민들과 학부모 심지어 학생들로부터 외면당했는가. 그것은 다른 데 있는 것 같지 않다. 세상은 앞으로 나아가고 국민들의 의식은 발전했지만 전교조는 필자가 합법화를 위해 투쟁하던 당시와, 의식과 행동에서 오히려 후퇴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교조 선생님들은 참교육의 상징이었고 학생들로부터 뜨거운 존경의 대상이었지만 오늘에 이르러서는 안타깝게도 정반대가 되어 버린 것 같다. ‘이념적 외골수’이며 ‘교육이 아닌 투쟁’에만 몰두하는가 하면 심지어 ‘자기 밥그릇’ 챙기는 데 급급한 집단으로 낙인찍혀 버렸다. 학생들에겐 ‘균형’이 아닌 ‘편향’의 교육을 주입하는 경도된 선생님들이 되었으며, 사회적으로는 교육 발전을 가로막는 퇴행적 집단으로 전락해버린 것이다.


전교조는 지난해 두 차례 시국선언에 나서며 도를 넘어선 정치활동이라는 논란을 일으키며 법적인 공방 중이다. 법의 허용범위를 넘어선 이념 교육과 활동, 정부의 교육 정책과 방침에 정면으로 저항하는(?) 활동 등으로 전교조 교사들에 대한 징계, 고소·고발과 재판 소식은 이미 국민들에게 일상화되었다. 스스로 밝히듯이 2003년 12월 9만3860명까지 확대됐던 조합원은 2009년 12월 현재 7만2972명까지 줄었다. 몇 년 새 4분의 1이 탈퇴했으며, 전체 숫자도 40만 교사의 5분의 1이 안 된다. 전국 275개 지회에서는 지회장을 뽑지 못하는 곳이 절반에 육박한다. 


지난달 27일 정기 대의원 대회를 개최한 전교조는 조직을 투쟁본부 체제로 전환하고 50억의 투쟁기금을 출연해 사회 각 세력과 연대하는 총력투쟁에 나서며 5월 1일 스승의 날을 기해 사상 최대 규모의 결의대회를 개최하겠다는 등의 내용을 결의하였다고 한다.   


전교조가 정부를 향해 ‘전교조 죽이기 규탄’을 선언하고 사회 세력들과 함께 반(反)정부 투쟁의 선봉에 서겠다고 기치를 올리는 것이 과연 죽어가는 전교조를 살리는 올바른 해법이 될지 의문이다.


전교조의 위기 극복은 다른 데 있는 것이 아니다. 위기의 진원도 해법도 자신에게 있다. 참교육을 외치던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얘기다.


전교조의 이념적 편향이 민주화된 우리 사회의 현실을 올바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것은 동료 교사들은 물론 어린 학생들도 알고 있다. 그런데 그들은 균형을 찾고 현실을 올바로 보기보다 더욱더 과거의 낡아빠진 이념적 굴레 안으로 파고들며 세상과의 격리를 자처하였다. 교육 현장에서 학생과 교사의 현격한 괴리가 발생함은 당연한 귀착이었던 것이다.


학부모들은 전교조가 왜 교원평가제를 극렬 반대하고 나서는지 잘 이해하지 못한다. ‘시국선언’을 발표하는 전교조의 인식과 정치 활동을 국민들은 수긍하지 못하며 정부의 교육 정책에는 왜 극단적인 대립으로만 맞서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초심으로 돌아갈 때만이, 사학재단의 비리에 맞서고 학교장의 부정과 비리, 전횡을 감시하며 촌지 거부 운동과 같이 국민들로부터 박수를 받던 초기의 선도적이고 모범적인 모습을 다시 회복할 수 있다. 정치 투쟁에 몰두하고 편향된 이념 교육에 매달리는 구시대적인 전교조가 아니라 교육민주화와 참교육의 본연을 되찾고 그에 걸맞은 창조적인 활동을 펼쳐가야 하는 것이다. 국민들이 바라는 교육계의 혁신 과제는 많으며 그런 데서 대안을 만들 줄 알아야 한다.


그러자면 지도부가 생각을 바꾸어야 한다. 시대 변화와 국민의 요구를 읽고 민주화된 사회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채, 사회의 안정을 해치고 국민이 이해할 수 없는 편향적 정치 투쟁에만 몰두하는 지도부의 생각으로는 결코 추락한 전교조의 위신을 회복할 수 없다.


그런 면에서 위기의식을 절감한답시고 모인 자리에서, 조직을 투쟁본부로 바꾸고 총력투쟁을 선언하는 행동부터가 위기 인식에 대한 착각이자 잘못된 지도부의 모습을 반영하는 것이며, 국민들로부터 더 멀어지고 자신들을 더 고립시키는 방향이라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한 때 전교조의 합법화를 열망하며 주먹을 불끈 쥐고 거리에 섰던 많은 ‘동지’들과 우호대중들이 형언할 수 없는 씁쓸한 심정으로 전교조를 더 이상 지지하지 않게 되었으며 마음을 돌린 이유를 알아야 한다. 전교조가 ‘퇴행적’ 이념노선을 과감히 청산하고 하루빨리 제자리를 회복하기를 그들은 간절히 바라고 있는 것이다. 그 중의 한 사람으로서 부디 전교조가 다시 본래의 자리로 돌아오기를 참으로 기원한다.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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