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북한문제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해오던 통합진보당이 24일 최근 북한의 대남위협 공세에 대해 비판하고 나섰다. 진보당내 당권파가 ‘종북(從北)’적 성향을 가진 민족해방(NL) 계열이라는 점에서 보면 매우 이례적이다.
우위영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북한은 자극적인 발언으로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며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 당국도 북한을 자극하는 발언과 행동을 더 이상 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13일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직후 북한을 비판하지 않고 오히려 두둔하는 논평을 발표했던 것과는 다소 변화된 모습이다.
진보당은 지난 총선 민주통합당과 서울 관악을 후보단일화 과정서 부정 경선 의혹이 드러난 데 이어 당 비례대표 경선에도 부정 논란이 제기되면서 심각한 내홍을 겪고 있다. 부정 선거에는 구 민노당 세력들이 개입됐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또한 심상정 당선자가 ‘경기동부연합’의 실체를 인정하는 발언을 해 2008년에 이어 다시 당내 노선 갈등 양상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당권파인 NL 계열에는 법원에 의해 반국가단체로 규정된 민족민주혁명당(민혁당) 잔존 세력이 존재한다는 비판이 당 안팎에 제기되면서 수세에 몰린 형국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구체적인 도발 대상과 방법까지 거론한 북한의 대남위협 발언에 침묵하면 ‘종북’ 논란을 더욱 키울 것이란 우려가 작용해 진보당이 논평을 낸 것으로 보인다. 또한 평등파 계열로 구 민노당 시절 종북 문제를 제기했던 노회찬·심상정 당선자의 문제제기도 일정 정도 반영되었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허현준 남북청년행동 사무처장은 “구 민노당 세력들이 비례대표 부정 의혹으로 집요하게 공격당하고 있기 때문에 이 문제까지 넘기기에는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며 “종북 논란을 잠재우는 동시에 논란을 피해가기 위해 노회찬·심상정 당선자와 잠정적 타협을 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관측했다.
허 사무처장은 이어 당권파인 NL계열이 북한에 우호적인 성향을 갖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논평으로 진보당이 북한 문제에 대한 입장이 바뀐 것으로 보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지적했다.
한편, 진보당 김선동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남북 당국자들의 ‘말 대 말’ 전쟁이 전쟁 불사로까지 이어지고 있다”며 “이 대통령은 내정간섭이라고 여길 만한 북한 체제와 새 지도자에 대한 훈계, 심지어는 중국을 통해 북한을 봉쇄한다는 발언으로 북한 권력을 자극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북한에 대한 지적은 일절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