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 구당권파의 조직적인 반발로 이석기·김재연 의원에 대한 제명안이 지난 27일 의원총회에서 부결된 가운데, 국민참여당 출신의 천호선 최고위원이 분당(分黨) 가능성을 내비쳤다.
천 최고위원은 30일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통진당을 통해서 대중적 진보정당을 실현하는 노력은 실패한 것”이라면서 “당 안팎을 아우르는 새로운 모색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29일 대전에서 통진당의 한 계열인 국참당 출신 대의원 200여 명이 모여 이·김 의원의 제명안 부결 이후 당의 진로를 놓고 심도 있는 토론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최악의 경우에 분당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다는 것이 천 최고위원의 전언이다.
그는 이어 “즉각적인 탈당이 아닌 할 일을 하면서 탈당을 하자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면서도 “탈당을 해서 새로운 정당을 만드는 것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분당이 기정사실화 돼 간다는 것은 조금 많이 나갔고, 아직은 통합돼서 하나의 정당을 운영하기가 희박한 상태”라고만 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정당을 만든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면서도 “가볍게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당내에서 할 수 있는 절대적인 한계를 느끼고 있기 때문에 그런 것(탈당, 분당) 들을 열어놓고 검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천 위원은 구당원파 이상규 의원이 이·김 제명안 부결 뒤 ‘비온 뒤에 땅이 더 굳어진다. 강기갑 대표를 중심으로 모든 당원들이 단합하고 단결해서 대선 정국에서 진보의 역할을 하자’고 한 발언에 대해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굉장히 무례하기도 하고 안이한 생각”이라며 “중앙위에서 새로운 강기갑 대표가 일을 시작할 수 없도록 흔들어 놓았고, 당원들도 혁신의 가능성은 발견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너무 안이하게 보는 것은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구당권파라는 분들이 단 한번도 어떤 대목에서도 공식적으로 책임 있는 사과도 하지 않았다”면서 “이런 것은 국민에게 최소한의 예의도 없는 것이고, 이 순간까지도 어떠한 반성도 없다”고 말했다.
이·김 의원 제명안에 ‘기권표’를 던진 김제남 의원에 대해서는 “한 사람의 잘못으로 당원들의 결정이 전복됐다는 것, 통진당이 빈사상태에 빠져버렸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일갈했다.
천 위원은 민주통합당과의 야권연대를 할 주체로서 자격을 상실했다며 야권연대도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유시민 전 통진당 공동대표도 탈당을 시사했다. 유 전 대표는 이날 당원 게시판에 “당의 혁신을 위한 수단이 있는지, 그 수단이 성공할 수 있는지, 성공해도 국민들이 보기에 의미가 있는지를 판단해야 한다”며 “굳이 당안에서 혁신을 위한 투쟁을 계속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 선다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를 놓고 토론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두 의원의) 출당 조치가 실행되었을 경우 민주당은 두 의원이 의원직을 유지하면서 무소속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했을 것이지만 그분들이 통진당 당적을 유지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에 야권연대는 불가능해졌다”고 말했다.
특히 통진당의 중심 축인 민주노총은 다음달 중순에 열리는 중앙집행위원회에서 통진당에 대한 전면 지지철회를 선언할 가능성이 크다. 이·김 의원 사퇴 때까지 조건부로 지지를 철회했는데, 제명이 부결되면서 전면 지지철회에 이어 집단 탈당 수순을 밟을 것으로 관측된다.
당원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민주노총이 이탈할 경우, 통진당 지지기반이 뿌리째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