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 강기갑 혁신비대위원장이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16일 명단을 발표했지만 당권파는 이에 반발, 자신들만의 비상대책위를 구성하겠다고 선언했다.
당권파는 혁신비대위가 비당권파 중심으로 구성됐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당 최고대의기구인 중앙운영회 결정을 뒤엎는 것으로 자신들의 속한 당을 부정하는 셈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당권파 관계자는 “강기갑 위원장의 비대위에는 참여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면서 “당원 중심의 비대위를 별도로 구성해 인선을 마치고 공식 출범을 이르면 17일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당원 비대위를 중심으로 다음 달 전당대회까지 당을 이끌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권파 측 이상규 당선인도 “강기갑 비대위로부터 참여해 달라는 제안을 받고 당권·비당권파가 동수로 참여하는 화합형 비대위가 구성돼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불참을 결정했다”며 “그럴 거면 비당권파끼리 비대위를 구성하는 게 낫지 않겠나”고 말했다.
이어 “비당권파는 비대위 참여 조건으로 (이석기 당선인 등 비례대표 후보자 사퇴를 권고한) 중앙위원회의 결과를 인정하고 이를 명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며 “이는 서로의 생각이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 것인데 이런 식으로는 갈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강 위원장은 “그런 형태(당원 비대위)로 구성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며 “비대위의 명칭을 쓰는것도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특히 “중앙위원회가 인정한 비대위는 혁신비대위 뿐”이라며 “당원 비대위원회는 인정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또 “언제든지 핵심 비대위는 그런 문이 열려있다”면서 “통진당에 뼈를 깎는 강도 높은 쇄신이 필요하다는 국민적 요구가 있다. 모두가 끌어안고 혁신을 해 나가지 않는 한 살아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통합진보당은 지난 12일 경선 비례대표 부정선거와 관련 당 최고대의기관인 중앙위원회를 개최했지만 폭력사태로 파국을 맞았다. 하지만 대표단은 13일 온라인으로 중앙위원회를 개최, 전자투표를 통해 경선 비례대표 후보자 사퇴 문제 등을 처리할 ‘혁신비상대책위원장’으로 강기갑 원내대표를 임명한 바 있다.
강 위원장과 4명의 당내 인사로 구성된 비대위원들은 16일 비대위 출범을 알리고 공식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강 위원장은 17일 비대위 회의에서 “이석기, 김재연 당선자와는 아직 만남이 추진되지 못한 것으로 보고됐다”면서 “오늘 중으로 제가 직접 두 분을 만나 간곡히 호소하고 설득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이날부터 중앙위서 발생한 폭력사태에 대한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고 철저한 조사를 통해 폭력행위 가담자를 가려내고 당의 절차에 따라 엄중하게 조치할 것”이라며 “빠르면 오늘 저녁, 늦어도 내일까지 비대위원명단을 최종확정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