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전부, 이제 속이 훤히 보인다.

▲ 북한의 6.15민족통일대축전 기념휘장

북한이 올해 6.15행사에 참석하는 대표단의 규모를 축소해달라고 요청했다.

원래 장관급을 단장으로 한 정부대표단 70명, 민간대표단 6백15명이 방북(訪北)하기로 되어있었다. 그것을 정부대표단 30명, 민간대표단 1백90명으로 줄여달란다.

북한은 전화통지문에서 “미국이 최근 핵문제와 관련 북한체제를 압박 • 비난하는 등 축전개최와 관련 새로운 난관이 조성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합의사항을 이행하지 않거나 번복 ∙ 취소하는 일, 또는 회담자체를 일방적으로 중단시킨 사례는 셀 수도 없이 많다. (아래 표 참조)

█ 북한의 역대 남북대화 및 합의사항 취소 주요사례

연도

내용

이유

1973년

 제반의 남북대화 중단 (일명김영주 성명)

 남한의 반공법(국보법)폐지,

 

 반공단체 해산

1986년

 남북경제회담 등 결렬

 한미 팀스피리트(TS) 훈련 중지

1989년

 고향방문단, 예술공연단

 

 동시교환 거부

 혁명가극 꽃파는처녀공연 고집

1989년

 남북고위급회담 예비회담 등 결렬

 문익환 목사 사법처리 항의

1992년

 남북고위급회담 등 중단

 화랑, 독수리, TS훈련 중단

 

 비전향장기수 이인모 송환요구

1993년

 부총리급 특사교환 제의 철회 

 을지훈련 중단

2004년

 남북 당국자간 회담 중단  

 탈북자 집단입국,

 

 통일부장관 방미, 대북발언

북한이 남북간의 합의사항을 위반한 가장 엄중한 사례는 ‘한반도비핵화공동선언’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다. 공식 명칭은 ‘한반도의 비핵화에 관한 남북공동선언’으로 1991년 12월 31일 채택되어 이듬해 1월 20일 발효된 이 선언은 “남과 북은 핵무기의 실험, 제조, 생산, 접수, 보유, 저장, 배비, 사용을 하지 아니한다”고 못박았다. 또한 “남과 북은 핵재처리시설과 우라늄농축시설을 보유하지 아니한다”고 약속하였다. 이 선언을 이행하기 위한 ‘공동위원회’까지 구성하였다.

‘한반도비핵화공동선언’ 파기가 가장 큰 배신

그러나 북한은 2.10 핵보유선언으로 ‘한반도비핵화공동선언’을 휴지조각으로 만들어버렸다. 백보를 양보해서 미-북간에 합의한 ‘제네바합의’ 파기에는 미국과 북한 어느 쪽의 책임이 더 크냐 하는 논쟁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남-북간에 합의한 ‘한반도비핵화공동선언’ 파기의 책임은 전적으로 북한에 있다. 그 외부적 요인이 무엇이든지 말이다. 북한은 그러고도 미안하다고 사과하거나 전후 사정이 이러했다는 배경설명조차 하지 않았다.

지난 5월 남북 당국자간 실무회담(차관급회담)에서 남한이 아무리 핵에 대해 떠들어도 북한은 들은 척 만 척했다. 그 문제로 남한과는 상대하고 싶지 않다는 태도다. 남한 정부는 그런 것에 제대로 항의할 줄도 모른다.

이제는 삼척동자도 알 수 있는 일이지만, 이번에 북한이 6.15방북단의 규모를 축소해달라고 한 것은 반미(反美)전선을 형성하기 위한 일환이다.

북한의 주장대로 미국의 대북공세로 인해 행사의 안전에 문제가 있다면 아예 행사를 취소해야 맞지 어설프게 축소하는 것은 무엇인가. 미국이 스텔스기 훈련을 하면서 행사장을 폭격하기라도 한단 말인가. 미국 관리들이 북한체제에 대해 속마음을 털어놓은 발언은 예전부터 있어왔는데 이제와 생뚱 맞게 ‘새로운 난관’을 이야기하는 것은 또 무엇인가.

반미통일전선 노림수, 이제는 삼척동자도 알아

앞으로 받아야 될 비료가 있으니 6.15행사와 그에 이어지는 장관급회담 일정을 완전히 취소할 수는 없고, 그냥 순순히 모든 합의사항을 이행하자니 아깝고, 그래서 좀 흔들어보자는 의도가 너무도 뻔히 보인다.

북한은 줄곧 ‘우리민족끼리’를 외쳐대고 있다. 그것이 의도하는 바가 이번에 다시 한번 분명히 밝혀졌다.

북한이 정말 ‘우리민족끼리’의 의지가 있다면, 미국이 대북압박을 할수록 남한과의 교류협력 사업을 강화해야 옳다. 조잔하게 6백15명의 민간대표단이 아니라, 6백15만 명을 서로 교환하면서 남과 북이 너나들이 한다면 북한이 그렇게 우려하는 전쟁계획을 미국이 수립할 수 있겠나.

6백15명도 부담스러워 1백90명으로 축소해 달라고 하면서 그것을 미국 탓으로 돌리게 만드는 전술에 과거에는 ‘기묘하다’고 감탄할 사람이 있었을지 모르나, 이제는 모두가 손바닥 보듯 알고 있어 식상하기만 하다.

북한 통전부(조선노동당 통일전선부)의 일꾼들은 어설프게 반미통일전선을 만들어보려 잔머리 굴리지 말고 정도(正道)로 나가는 것이 좋다. 다 쓰러져가는 체제에 충성하면서 애면글면 애쓰지 말고 어떻게 하면 김정일 정권을 상처 없이 빨리 무너뜨릴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통전부에게 주어진 숙제다.

곽대중 기자 big@daily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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