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후 반대파 굴복 않는 강력한 리더십 필요

민주주의 공고화와 한국정부의 역할

북한에서 북한군 무장해제, 과거청산, 민주주의·시장경제 도입, 정치·경제 통합, 사유화와 화폐통합 등은 거의 동시에 또는 약간의 시차를 두고 진행되어야 한다. 한국정부는 군정을 통해서 북한군 무장해제와 사회 안정화가 이루어지면 신속하게 북한의 공산주의 체제를 해체하고 민주주의·시장경제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장기적인 통일의 성패는 북한에서 공산당 기득권층을 척결하고 민주주의·시장경제 제도를 도입·공고화할 수 있느냐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성공적인 통일을 위해서는 개인의 자유로운 정치와 경제활동을 보장할 수 있는 포용적 정치·경제 제도를 도입함으로써 경제성장을 촉진해야 한다. 민주주의는 시민 자유, 정당·선거 등을, 시장경제는 재산권, 안전한 계약, 시장 진·출입의 자유, 정보의 자유, 법의 지배 등을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북한체제에 민주주의·시장경제 제도를 도입하는 과정은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된다. 로드 헤이그(Rod Hague)·마틴 해롭(Martin Harrop)은 신생민주주의 국가들에서 민주주의 공고화의 어려움을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민주주의 공고화가 한 사람의 통치를 법의 통치로 대체하는 것을 요구하는 만큼 그 과제는 신생민주주의에서 여전히 불완전하다. 구정권에서 물려받은 유산은 계속해서 진보를 제한한다. 지배적인 공산당들과 군사평회의는 사법부로부터의 어떠한 간섭도 허용하지 않았고 인권에 대한 진술을 포함하여 헌법에 유의하지도 않았다. 대의제적 장치가 약한 것에 비례해서 억압기관들(군부, 정보기관들과 경찰)은 강한힘을 발휘하였다. 새로운 통치자들이 아무리 좋은 의도를 가지고 있었다 하더라도 권위주의적 역사에서 자유민주주의를 건설한다는 것은 미국헌법의 입안자들이 직면했던 백지상태의 그림, 요컨대 이전에 중대한 의미를 갖는 그 어떤 국가도 존재하지 않았던 곳에서 신생국가를 계획하는 것보다 더 큰 도전인 것이다.”

북한에서 민주주의 공고화에 성공하고 이를 기반으로 경제부흥을 추진하려면 몇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우선 공산당의 기득권 구조를 타파하고 기득권세력을 철저하게 청산해야 한다. 북한의 기득권 구조와 기득권 세력을 청산하는데 실패하면 개혁이 지체되거나 좌절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구소련에서 분리 독립한 중앙아시아국가들의 체제전화 과정에서는 공산당 기득권세력들이 정치·경제를 다시 장악했고 개혁을 지체시켰다. 그 결과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민주주의 공고화와 안정적 경제성장에도 실패했다.

통일 이후 북한체제는 공산당 기득권 구조 혁파, 과거 청산, 민주주의·시장경제 제도 도입·공고화, 남북한 정치·경제 통합, 경제부흥 등 매우 복잡한 과제들이 대두된다. 또 경제개혁 과정에서 불평등, 사회적 혼란, 대중들의 실망과 고통으로 인해서 개혁의 패자들이 강한 정치적 반대 운동을 진행할 수도 있다. 정치적 불안정이 지속되면 민주적 이행과 경제개혁에 실패할 수도 있다. 북한의 민주적 이행과 경제부흥을 성공적으로 추진하려면 강력한 정치지도자와 민주정치 세력이 등장해야 한다. 강력한 정치 지도자가 정확한 정치적 판단, 신속한 의사결정, 다양한 이해관계 조정 등을 실행하면서 반대파에 굴복하지 않고 대중들의 지지를 이끌어내고 일관되게 개혁을 밀어붙여야 한다.

그러나 북한정권 붕괴 이후 북한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높다. 북한은 야당과 시민사회의 부재로 인해 대안세력이 형성되지 않았고 북한주민들은 법의 지배, 선거, 정당 활동 등 민주주의를 전혀 경험한 적이 없다. 북한에서 정치적 대안세력의 부재와 민주주의의 결핍은 정치적 불안정성을 고조시킬 뿐만 아니라 경제발전을 저해함으로써 북한의 위기를 한층 가중시킬 것이다. 그런데 북한은 민주주의가 정착해서 안정적으로 작동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북한 붕괴 이후 복잡한 개혁과 경제부흥을 성공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강력한 정치지도자가 등장하고 민주적 정당정치가 효과적으로 작동할 가능성도 불확실하다.

북한의 민주적 이행 과정에서 정치적 불확실성은 민주주의 공고화와 경제부흥을 저해할 가능성이 높다. 북한체제에서 강력한 정치지도자의 등장이나 민주주의·시장경제의 안정적 작동이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북한체제에서 정치적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민주주의를 공고화하기 위해서는 한국정부가 북한에 민주주의·시장경제 제도를 이식하고 조속한 남북한 정치·경제 체제 통합을 실현해야 한다. 남북한 정치·경제 통합은 안정적 정치리더십을 제공함으로써 민주주의 공고화의 계기를 제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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