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한국은 이렇게 준비하라

(중앙일보 2005-10-27)
스콧 스나이더 : 아시아 재단 및 국제전략문제 연구소(CSIS) 선임 연구원

지난 3일은 독일 통일 15주년 기념일이었다. 그러나 축제는 없었다. 동서독 간 심리적 분단은 여전하다. 과거 동서독을 가른 건 사상이었지만 지금은 사회·경제적 불평등이다. 신임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첫 동독 출신 총리다. 그녀가 이끌 정부는 독일 통일이 가져온 경제적 보조와 불경기라는 쌍둥이 과제를 여전히 떠안고 있다. 이 점은 한반도 통일이 가져올지도 모를 힘겨운 부담을 적실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

동서독의 경제적 격차를 줄이려는 노력을 보면 한국은 한가지 교훈을 얻을 수 있다. 만일 북한 핵 문제가 만족스럽게 해결된다면 남북 간 경협은 전력 공급과 북한 경제에 대한 전면적인 지원을 포함할 것이라는 점이다.

엄청난 규모가 될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 비용을 고려한다면 남북 간 경협은 효과적이고, 지속가능하며, 투명할 필요가 있다. 다양한 프로젝트를 통해 북한 주민들은 비즈니스 기술을 배우고, 북한 경제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데 필요한 정책을 개발하는 노하우를 얻어야만 한다. 한국 정부는 이런 원칙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한국 국민이 낸 세금과 민간 자본은 이런저런 뇌물이나 북한 내 기득권층만을 위한 쓸데없는 사업으로 낭비되기 십상이다. 북한의 경제 개발을 이룰 수 없음은 물론이다.

독일 통일에서 얻을 수 있는 또 하나의 교훈은 각기 다른 사회화 경험을 가진 두 집단 사이의 심리적·정서적 분열을 치유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현재 한국에 살고 있는 7000여 명의 북한 난민이 한국에서 겪고 있는 어려움을 살펴보면 이를 금세 알 수 있다. 이들 새 주민이 잘 적응하도록 돕는 일은 남북한 간 사회적 통합을 위한 기초를 닦을 좋은 기회다.

이런 목표를 이루려면 지금처럼 통일부가 난민지원사업을 맡는 형식부터 바꿔야 한다. 남북 간 경제적 관계가 깊어질수록 통일부가 주관하는 현재의 방식은 점점 더 효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통일부 주도 방식은 세 가지 측면에서 한반도 통일을 저해할 수 있는 잘못된 인식을 키워낼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첫째, 통일부가 북한 난민들을 계속 도와줄 경우 북한이 이를 구실로 남북한 관계나 경제 교류를 거부할 위험이 있다. 지난해 400여 명의 북한 난민이 전세기 편으로 동남아에서 남한에 입국했을 때 이런 일이 이미 발생한 적이 있다. 만일 난민 처리 책임을 남한 정부의 각기 다른 부서로 분산시킬 경우 한국 정부 내에서 북한 난민 문제는 남북한 협력사업과는 무관한 것이 되고, 이는 궁극적으로 통일부가 북한과의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데만 힘을 모으는 데 도움이 된다. 둘째, 난민 처리를 통일부가 계속 주관할 경우 남북한 경협 지원자금과 북한 난민 지원자금이 ‘제로 섬’방식으로 집행되고 있다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셋째, 북한 난민이 한국 국민이 됐을 때 이들은 한국 정부 내 각 부처로부터 완벽하고도 전반적인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특정 부서가 이를 중개할 경우 지원사업 자체가 심각한 장애를 받게 된다.

만일 남북한 간의 정서적 분단을 논의하려면 먼저 한국 사회의 일원이 된 북한 주민들의 곤경을 효과적으로 처리하는 일부터 해야 한다. 한반도가 통일된다면 통일 관련 업무는 통일부의 업무 영역을 훨씬 넘어서는 수준이 될 것이다. 이것이 바로 독일 통일 15년의 역사가 한국에 던져주는 가장 도전적인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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