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위해 ‘북한주민 삶의 질 향상’ 전략 필요”

북한 김정은 정권이 박근혜 대통령의 ‘드레스덴 제안’ 이후 원색적인 표현을 써가며 강도 높은 비방을 쏟아내면서 남한 내 통일에 대한 분위기를 흩트려 놓으려는 전략을 펴고 있다. 또한 ‘세월호’ 침몰 사건을 이용, 남남(南南)갈등을 유발해 박근혜 정부를 흔들겠다는 의도도 보이는 등 당분간 남북관계 개선은 요원해 보인다.  


올해 초 박 대통령의 ‘통일 대박’ 발언 이후 청사진까지 공개한 ‘통일준비위원회’는 공식 출범하지 못하고 있지만, 조만간 출범을 통해 한반도 통일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북한의 반응에 일희일비(一喜一悲) 하지 않고 ‘대화를 통한 북한 변화 유도’라는 대북 원칙을 지켜나가면서 ‘드레스덴 제안’을 실현하겠다는 입장이다. 


데일리NK는 지난 3월 말 통일연구원 원장으로 선임된 최진욱(사진) 원장을 지난달 말 서울 강북구 수유리 북한산 자락에 위치한 통일연구원장실에서 만나 김정은 정권이 현재 처해있는 상황과 그에 따른 정부의 통일 정책 대안에 대해 들어봤다. 최 신임 원장은 13대 북한연구학회 회장과 두 차례 통일연구원장 직무대행을 역임하는 등 그동안 북한 체제와 통일 정책 개발 연구에 노력해왔다.


최 원장은 “박근혜 정부의 ‘드레스덴 제안’은 미래의 남북관계 방향과 통일로 가는 길을 제시해 주고 있다”면서 “북한에게도 도움이 되는 일관된 방향을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북한의 호응이 없더라도 지속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 주민들이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기 때문에 ‘드레스덴 제안’에서도 밝힌 농축산 지원이라든지, 그 전 단계에서 할 수 있는 인도적 지원을 충분히 생각해 볼 수 있다”면서 “북한 정권과는 사이가 좋지 않아도 주민들을 위한 민생인프라 구축과 의식주 개선을 위한 인도적 지원은 장기적인 통일 구상을 마련하기 위해서도 좋은 계획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통일은 북한 주민이 우리 체제를 선택할 때 이뤄질 수 있다”면서 “통일이 되면 국가가 부강해질 뿐만 아니라 개개인이 행복해지고 삶의 질이 높아진다는 점을 선전해나갈 필요성도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원장은 또 현재 김정은 체제가 표면적으로는 안정화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내부적으로 경제·정치적 불안정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북중 교역 증가로 경제적으로 문제가 두드러지지 않고 장성택 처형 이후 내부 동요도 추스른 것처럼 보이지만 바로 이런 점들이 체제 불안정을 시사하는 징후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최 원장은 “올해 초만 해도 (북한이) 적극적으로 대남관계 개선에 나서는 듯 보였지만, 남한의 지원과 교류가 내부 안정을 해칠 수도 있다고 판단한 점이 엿보인다”면서 “(우리 정부는) 대화를 병행하면서도 (가능성이 있는 북한) 급변사태를 준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통일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통일에 대한 비전을 바로 세우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하나씩 준비하는 일”이라면서 “(통일연구원은 앞으로) 북한 정세에 대한 연구를 바탕으로 통일에 대한 길을 밝히고 멀고 먼 항해를 헤쳐나가기 위한 등대 같은 역할을 수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최진욱 통일연구원장 인터뷰 전문]


-북한이 4차 핵실험 위협을 뒤로 하고 세월호 참사로 우리 정부에 대한 비난을 이어가고 있다. 북한의 의도는 무엇이라고 보나.  


“북한이 4월 핵위협을 지속적으로 한 것처럼 최근에는 세월호 등으로 남한이 어수선한 틈을 타 공세를 하고 그것이 효과를 본다면 자신(북한)이 필요한 것을 얻기 위한 카드를 확보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또한 북한은 남북 관계 위기를 고조시키면서도 인천 아시안게임 참가 발표와 국내 민간단체에 대화 제스처를 취하는 등 평화공세 벌이고 있는데, 전형적인 남한 정부 흔들기 전략이다.”


-그렇다면 이 같은 북한의 의도에 대한 정부의 입장은.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은 북한이 원하는 남북관계가 아니라 일반적인 상식의 관계를 만들어 간다는 게 원칙이다. 일각에서는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북한이 원하는 부분을 어느 정도 해줘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지만 이런 것은 북한에 좋지 않은 신호를 줄 수 있기 때문에 원칙은 지키는 게 옳다고 본다. 박근혜 정부의 ‘드레스덴 제안’은 미래의 남북관계 방향과 통일로 가는 길을 제시해 주고 있다. 또한 북한에게도 도움이 되는 일관된 방향을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북한의 호응이 없더라도 지속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북한이 ‘드레스덴 제안’을 흡수통일 전략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드레스덴 제안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5·24조치를 다소 해제하는 등의 전략을 구상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있는데. 


“드레스덴 구상에서 북한이 오해하고 있는 점이 바로 그 부분이다. 북한이 그렇게 생각한다면 (남북) 대화의 테이블로 나와 얘기를 해야 하는데 그러지 않고 비난만 하고 있는 것은 잘못된 행보이다. 드레스덴 구상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하고 남북이 큰 틀에서 관계 개선을 이뤄나가는 데 5·24조치를 해제하는 게 도움이 된다면 그렇게 해야 할 것이다. 먼저 5·24조치를 해제하면 남북관계가 좋아질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선후(先後) 관계가 맞지 않다.”


-북한을 대화의 장(場)으로 이끌기 위한 묘책은. 


“남북관계가 나쁜 상황에서도 인도적 지원을 지속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또한 북한 주민들이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기 때문에 ‘드레스덴 제안’에서도 밝힌 농축산 지원이라든지 그 전 단계에서 할 수 있는 인도적 지원을 우리도 충분히 생각할 수 있다.


또한 북한 정권과는 사이가 좋지 않아도 주민들을 위한 민생 인프라 구축과 의식주 개선을 위한 인도적 지원은 장기적인 통일 구상을 마련하기 위해서도 좋은 계획이 될 수 있다. 이런 분위기 조성을 위해 초기 단계의 대북 지원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김정은이 경제적 개혁을 시행할 의지가 있다고 보는지. 


“김정은이 경제개혁은 아니지만 (경제) 회생을 바라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외자유치에 대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데 가장 중요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하지 않는 것은 잘못된 행보다. 다른 국가에서 북한에 투자를 한다는 것은 남북관계를 보고 결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이 국제적 지원과 투자를 유치하고자 하는 것은 남북관계를 빼놓고는 상상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실질적인 것을 보지 못하는 김정은 식(式) 일련의 경제개선 의지는 높지만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북중 무역액이 역대 최고치를 넘어섰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이에 북한 경제 문제가 개선돼 체제 안정성이 높아졌다는 시각도 있는데. 


“북한의 경제사정이 좋아지고 있다는 것은 북중교역 때문인데, 이것도 정상적인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이런 부분이 개혁개방 측면에서 정책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북중 교역 증가는 민간의 자유시장활동 측면에서 정권의 안정을 해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또한 국가의 배급 체계를 신뢰하지 못하고 중국의 화폐가 통용돼 자국 화폐의 신뢰도가 하락하는 등 불안정 요인이 더욱 커진 것으로 평가해야 한다.”


-김정은 체제가 장성택 처형 이후 연착륙에 성공했다고 보는 시각이 높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막말을 쏟아내는 등 체제 불안정성을 시사하는 징후들도 나오는데.


“북한은 경제적인 부문뿐만 아니라 정치적인 측면에서도 불안정성이 커진 것으로 판단된다. 장성택 처형에 따라 컨트롤 타워가 없어진 상황에서 권력 투쟁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북한이 외부에 비난을 이어가는 것은 내부 결속에 더욱 힘을 쓰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올해 초만 해도 적극적인 대남 관계 개선 의지를 보이다가 비난공세를 펴는 것은 남한의 지원이 내부 안정을 해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것이 현재 북한이 처한 ‘딜레마’이다.”


-그렇다면 북한 급변 사태 가능성에 대해서는. 


“북한의 급변사태는 가능성이 얼마나 되느냐 보다 (가능성이) 있느냐, 없느냐를 확실히 판단하는 게 더 중요하다. 화재 가능성이 1%인가 99%인가를 따져서 소방훈련을 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북한 급변 사태는 가능성을 상정하고 숨길 필요 없이 준비를 해야 한다. ‘북한 급변사태가 아니면 다른 미래는 없다’는 식은 문제가 있지만 (북한과의) 대화를 병행하면서도 급변사태를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통일준비위원회가 통일 정책의 중추적 역할을 하기 위해 수행해야 할 과제가 있다면. 


“정부의 통일준비위원회의 전반적인 계획은 나와 있지만 아직까지 사안마다의 과제 발굴은 미흡하다고 본다. 또한 통준위가 통일 염원을 결집하는 상징성도 있는 만큼 국민 여론을 선도하는 역할을 성실히 수행해 나가야 한다. 


북한 주민이 우리 체제를 선택하도록 하는 전략을 구상해 나갈 필요도 있다. 통일이 되면 국가가 부강해질 뿐만 아니라 개개인이 행복해지고 삶의 질이 높아진다는 점을 선전해야 한다. 또한 내부 갈등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안정, 신뢰, 인권이 보장되는 한반도를 건설하겠다는 청사진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어야 한다. 이런 사회상을 바탕으로 이념이 아닌 개인의 삶이 풍족해지고 미래지향적인 삶을 꾸릴 수 있다는 점을 북한 주민들에게 강력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평화적 통일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통일연구원’을 어떻게 이끌어 나갈 계획인지.  


“일반적으로 ‘통일’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 너무 앞서 나가려는 경향이 있다. 일각에서는 극단적인 무력에 대해 언급하는 등 현재는 통일 1단계에 와 있는데 벌써 5, 6단계를 바라보는 식이다. 통일에 있어 제일 중요한 것은 통일에 대한 비전을 바로 세우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차근차근 준비하는 일이다.


통일에 대한 올바른 방향성을 제시하고 길을 밝혀주는 노력이 중요한데, 이런 기반을 닦기 위한 과제를 ‘통일연구원’이 지속적으로 제기해 나갈 것이다. 또 박 대통령이 통일에 대한 의지가 높은 만큼 북한 정세에 대한 연구를 바탕으로 통일에 대한 길을 밝히고 멀고 먼 항해를 하는 데 등대 같은 역할을 수행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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