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한국의 국가· 정치체제는 어떤 것이어야 하나

북한의 급변사태에서 가장 중요한 쟁점은 남북한 정치, 경제 체제를 신속하게 통합하는 즉각적 통일을 추진할 것인가 아니면 북한체제를 분리 관리할 것인가이다. 즉각적 통일을 추진할 경우 한국의 헌정체제를 북한에까지 확장하는 작업에 착수해야 하며 점진적 통일을 추진할 경우 북한에 독자적인 정부를 구성하도록 지원하거나 북한 통치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 연구는 한국정부가 남북한 정치· 경제 체제를 즉각적으로 통합하고 북한에 민주주의 공고화와 경제부흥을 강력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동안 한국의 정책결정자들과 전문가들은 과도한 통일비용과 남북한의 이질성 등에 대한 걱정 때문에 점진적 통일을 선호했다. 점진적 통일은 상당기간의 공존기간을 거쳐서 통일비용과 이질성 문제를 충분하게 해결한 후에 남북한 정치·경제 체제를 통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방식의 통일은 실현가능성만 있다면 매우 이상적이다.

그러나 점진적 통일은 실현 가능성이 상당히 낮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북한정권의 속성을 고려할 때 북한정권의 민주적 개혁이나 개방도 불가능하고, 남북한의 공존과 합의에 의한 통일도 비현실적이기 때문이다. 설사 북한정권이 붕괴하더라도 북한주민들은 동독에서와 같이 즉각적 통일을 주장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즉각적 통일이 필요한 또 다른 이유는 북한붕괴 이후 민주적 이행과 경제개혁을 주도할 정치리더십의 부재로 인한 정치적 불확실성이 높기 때문이다. 북한은 동유럽 국가들과 달리 술탄주의적 전체주의 체제의 특성상 야당이나 시민사회와 같은 대안적 정치세력이 존재하지 않는다. 북한주민들은 법의 지배, 선거, 정당 활동 등 민주주의를 전혀 경험하지 못했다. 북한은 정권붕괴 이후 정치적 대안세력의 부재와 민주주의의 결핍으로 인해 정치적 불안정과 리더십 공백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북한붕괴 이후 복잡한 개혁과 경제부흥을 성공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강력한 정치지도자와 정치세력이 등장할 수 있을지도 불확실하다.

북한의 정치적 불확실성을 줄이고 정치리더십 공백을 메울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대안은 한국정부다. 한국정부는 북한 급변사태 이후 즉각적 통일을 염두에 두고 군사 안정화 임무를 수행하면서 북한군 무장해제와 군사통합을 실현하고 통일한국군을 북한지역에까지 배치해야 한다. 동시에 북한에 민주주의 공고화, 남북한의 정치·행정·경제 통합, 과거청산 경제부흥정책 등을 추진해야 한다. 그러므로 한국정부는 북한정권 붕괴 이후 즉각적 통일을 추진해야 한다. 한국정부는 통일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서 통일을 늦추기 위한 방안을 찾을 것이 아니라 동서독 통일 사례에 대한 분석을 기초로 통일비용을 줄이면서 남북한 간 이질성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을 찾아야 한다.

남과 북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로 통합되어 어느 정도 안정적으로 작동되면 통일한국을 운영하는데 더 효율적이고 적합한 새로운 국가체제와 정치체제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수도 있을 것이다. 통일한국의 새로운 국가체제는 단일국가를 연방제로 전환할 것인가의 문제이며, 새로운 정치체제는 대통령제를 내각제로 전환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통일한국이 안정화되면 새로운 국가체제와 정치체제에 대한 논의는 얼마든지 자유롭게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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